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는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원작으로 이누도 잇신 감독이 연출한 로맨스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는 2004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일본 영화 중의 한 편입니다. 2020년에는 한지민과 남주혁이 주연을 맡아 <조제>라는 타이틀로 리메이크되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조제가 즐겨 봤다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를 읽어보았습니다. 영화에서나 책에서 소개되는 작품을 찾아 읽는 잔재미도 나름 소소하니까요.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나름 재미있게 보았기에 쉽게 <조제>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원작의 감동이 깨트려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고 할까요?
프랑수아즈 사강은 ‘매혹적인 악마’로 악명 높았던 여류 소설가입니다. 수많은 비행으로 구설에 많이 올랐죠. 그녀의 소설을 읽어보면 천재적인 기운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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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는 전형적인 프랑스 소설답게 남여간의 내밀한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막장 드라마급 스토리라인이을 가진 연애 소설입니다.
삼촌이 조카에게 자신의 사랑하는 여자를 소개해주고 그 여자는 여러 남자들과 아슬아슬한 줄타기 연애를 하는 스토리입니다.
프랑스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특히 프랑스 여류 소설가들은 남여간의 내밀한 사랑을 즐겨 다루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사 사랑 말고 진지하게 이야기할 것이 무엇이 있겠냐마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여주는 왜 조제를 좋아했을까요? 소설을 읽어보니 영화 속 조제와 소설 속 조제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마도 영화 속 조제는 누구나 한 때 그런 것처럼 소설 속의 매혹적인 악마 조제처럼 살고 싶었나 봅니다.
소설 속 조제는 어마어마하게 부유한 집안의 아가씨고 영화 속 조제는 장애인에다가 지방자치단체의 급부로 근근이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소설 속 조제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전 제 마음에 드는 일을 정열적으로 하고 싶어요. 아니, 저를 열광시키는 일을요. 같은 맥락일지 모르지만, 그래야만 많은 열정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도 열정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싶었을 것이고, 영화 속 조제도 열정적인 삶을 살고 싶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소설과 영화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입니다. 영화 속 조제는 현실을 꿋꿋하게 이겨나가려는 캐릭터라면 소설 속 조제는 한 달 후, 일 년 후엔 모든 일이 의미가 없으니, 다만 오늘의 부조리를 그냥 즐기자는 것뿐이거든요.
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조제입니다. 일본 영화 조제는 너무 현실적이고 프랑스 소설 속 조제는 너무 비현실적입니다.
그럼에도 몽상에 자주 잠기는 사람에게는 프랑스식 부조리를 탐하는 조제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조제 역을 맡았던 이케와키 치즈루의 연기는 매력적이었다는 말은 첨언해 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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