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레빗의 슈퍼 괴짜경제학, 진실 혹은 거짓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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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를 최우수로 졸업한 스티븐 레빗은 2003년 미국의 ‘예비 노벨상’이라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가 쓴 <괴짜경제학>(2005)은 전세계 35개 언어로 번역되며 경제학을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여세를 몰아 2009년, <슈퍼 괴짜경제학>(스티븐 더브너와 공저)을 출간했다. 괴짜만 붙어도 이상한 느낌인데, 슈퍼까지 붙었으니 이 책은 전작보다 확실히 좀 더 센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슈퍼 괴짜경제학의 주요 내용

스티븐 레빗의 전작 <괴짜경제학>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인센티브로 움직인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었다면, <슈퍼 괴짜경제학>은 인센티브 + 외부효과를 적용하면, 세상의 난제들을 풀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이 책의 목차를 쭉 훓어보면, 제목 그대로 슈퍼 괴짜 정신에 충만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들은 1장 ‘길거리 매춘부와 산타클로스가 노리는 것’에서 시작하여 5장 ‘앨 고어와 피나투보 화산의 공통점은?’ 이라는 논쟁적인 꼭지로 책을 마감한다.

스티븐 레빗은 매춘 등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소재에 가격 차별, 완전 대체재, 주인과 대리인 문제, 역선택 등의 경제학적 개념을 동원하여 사회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들추어내는데 기발한 착상을 선보였다.

슈퍼괴짜경제학-책표지
슈퍼괴짜경제학-책표지

예컨대, 매춘부들의 임금이 100년 전보다 오히려 낮아진 이유를 분석한 꼭지를 보자. 스티븐 레빗은 그 이유를 우선 경제학적으로 수요에서 찾았다. 그는 과거보다 매춘부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는 매춘부에 대한 수요 급감이 남자와 기꺼이 무료로 섹스를 하는 일반 여성들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혼전 섹스가 매춘의 대체물이 되면서 매춘부의 임금 수준도 자연히 감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한 논의는 직접 책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저자가 관련 데이트를 들어가면서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굳이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후위기는 진실 혹은 거짓인가

저자의 이러한 논쟁들은 그저 웃어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심각한 부분은 스티븐 레빗이 주장하는 ‘지구 온난화’ 부분이다. 저자는 IV(인털렉추얼 벤처스 Intellectual Ventures, 우리나라에는 특허 괴물로 알려진 회사다.)의 연구 활동을 소개하면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은 사람들을 크게 겁주는 위해서 제작 되었다며 앨 고어를 저격한다.

비록 앨 고어가 ‘기술적으로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고어의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들 중 몇 가지는, 예를 들어 해수면이 상승해 플로리다 주가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시나리오 같은 것은 어떤 합당한 시간의 틀 속에서 물리적으로 현실화될 근거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후모델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 슈퍼 괴짜경제학, p. 257. IV의 창업자 네이선 미어볼드의 인터뷰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과거 100년동안 280ppm에서 380ppm까지 증가하면서 지구 온난화가 피할 수 없는 재앙으로 인식되면서 환경 종교론자들이 득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약 8000만 년 전, 우리의 포유류 조상들이 막 진화를 시작했던 시기에는 이산화탄소 수준이 오히려 1000ppm이었다고 주장한다. 이산화탄소 수준의 변화가 반드시 인간 활동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며, 이산화탄소가 반드시 지구 온난화를 초래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태양광 발전소나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 체계와 같은 환경보호 프로그램들은 지구 온난화의 해결책이 전혀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IV가 추진하고 있는 성층권에 이산황을 주입시키는 프로젝트인 ‘하늘에 닿는 호스’나 ‘하늘에 닿는 굴뚝’, ‘물에 젖은 거울’같은 지구 공학적 처방이 궁극적인 지구를 구할 수 있다(Save the Planet)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만약 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해수면 상승은 지구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그중 인도네시아 북부 자카르타는 지난 10년 동안 8.2피트(약 2.5미터) 가라앉아 자카르타의 거의 절반이 해수면 아래로 잠겼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4년 8월, 결국 수도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도 2050년이 되면 평택시를 비롯해 여러 도시들의 일부가 물에 잠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그의 호기로운 주장만 믿고 한가롭게 그의 책을 읽고 있어야 할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1970년대 극소수의 학자들만이 주장한 학설을 진실인 양 호도하는 것이 스티븐 레빗의 주장이라며 헛소리로 일축했다.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대하여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아무리 재미가 우선이라고 하지만 엄밀성을 포기해 버린 채 증명되지 않은 이론이나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마치 구원의 빛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스티븐 레빗의 <슈퍼 괴짜경제학>에는 진실과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뒤섞여 있어 잘 가려서 읽어야 한다.

예를 들면, 스티븐 레빗은 서문에서 애덤 스미스가 인간만이 화폐 거래에 필요한 기술을 알고 있다 확신했지만, 애덤 스미스의 주장이 틀렸다며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그는 그 근거로 키쓰 첸(Keith Chen)의 ‘꼬리감기 원숭이’ 실험 사례를 인용하며 꼬리감기 원숭이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거래를 했고, ‘손실 회피’ 경향을 보였으며, 무엇보다 ‘은화’로 원숭이가 매춘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맞다. 그러나 이후 책 전체에서 이어지는 그의 주장과 논의들은 위의 기후 위기 논쟁에서 보이는 것처럼 엄밀하게 그 근거를 하나하나 따져보며 읽어야 한다. 진실과 거짓을 적절히 썩어가며 독자들의 재미를 끌고 가는 것이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기법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과학자들의 권의에 대한 도전은 언제나 환영받아야 한다. 다만, 과학자 스스로도 자신의 연구나 주장이 어떤 선을 넘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검열해 보아야 한다. 독자들도 마찬가지다. 스티븐 레빗은 1997년 시카고대학교에 조교수로 부임한 이래 현재까지 교수로 일하고 있다. 보다 성숙한 그의 후속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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