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다카시의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황혜숙 옮김, 루비박스, 2005)은 누구든지 훈련을 통해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을 기르기만 하면 어떤 글도 잘 쓸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주요 내용
즉, 원고지 10장 분량(2,000자 / A4, 2장 내외)의 글을 쓸 수 있다면, 수험· 취업·업무 등에 필요한 어떤 글이든 잘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저자 주장의 요지이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문장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닐 거다. 그럼에도 조급한 마음에 사람들을 글쓰기 관련 책들을 자주 찾곤 한다. 인지상정일 것이다.
저자 사이트 다카시는 메이지대학교 문학부 교수로 있으며, 그가 출간한『소리 내어 읽고 싶은 일본어』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현재 그는 유력 일간지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1장에서 글 쓰는 능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2장에서는 글을 구성하기 위한 인용과 레쥬메, 그리고 3법의 법칙을 소개한다. 3장에서는 문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이토 다카시가 제시하는 ‘3의 법칙’은 문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세 개의 키 컨셉을 잡는 것을 말한다.
“글을 전체적으로 구성하는 작업을 할 때, 서로 비슷하지 않는 세 개의 키 컨셉을 얼마나 잘 연결시키느냐는 전적으로 글쓴이의 능력과 재능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쓴 글은 읽기가 매끄러울 것이다. 저자가 예시로 드는 것은 아래와 같다.
그림 한 점을 보고 감상을 말할 때에도 그 그림 속에서 자신이 느낀 것을 세 가지 꼽아본다. 즉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보고 그저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배경, 손을 올려놓는 방법, 또는 시선의 위치 등 자신이 느낀 세 가지를 나열해본다. 그러면 모나리자의 세계가 자기 안에서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느낀 세 가지를 이야기하는 방법으로 자신만의 개성 있는 글을 연출할 수 있다. (101쪽)
위에서 보시다시피 저자는 정작 중요한 키 컨셉을 어떻게 연결시키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스킬을 제시하지 않고, 다만 ‘전적으로 글쓴이의 능력과 재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조금 무책임한 말인 것 같지만, 거짓말은 아니다.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니 어쩔 수 없고 꾸준하게 글쓰는 연습을 함으로써 글쓰는 능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말일 것이다.
155페이지라는 짧은 분량인 이 책에서 저자는 레토릭으로 가득찬 메타포들을 나열했다. 이를테면 ‘쓰는 것은 스포츠’다, ‘질 보다는 양’이라는 주장들이다. 세 개의 키 컨셉을 잡아라는 것도 글쓰기의 양을 늘리는 하나의 스킬이 될 지 모른다.
다 맞는 말이다. 압도적인 양으로 승부하다 보면 성공하는 날도 오긴 올 것이다.
요약하면 글쓰기 역시 늘 열심히 읽고 쓰는 것 외에는 달리 왕도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꾸준하게 원고지 10장씩을 쓰다보면 문장력이 자연스레 생긴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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