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에서 추세추종전략의 성공 확률

주식 투자의 역사에는 어마 무시한 성공을 거둔 추세추종 전략가들이 있습니다. 바로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격언을 쫓는 배짱이 두둑한 투자가들인데요. 이들은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는 격언도 추종합니다.

추세추종전략은 기업의 펀더멘탈을 분석하는 기본적 분석을 무시하고 기업의 주식 가격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기술적 분석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거칠게 말해 오르는 종목이 더 오르고 하락하는 종목은 더 하락한다는 이론입니다. 여기에는 다소 비인간적인 직관이 묻어 있기도 합니다. 잘하는 사람이 늘 잘 하고 못하는 늘 못한다는 편견과 유사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승 추세가 살아있는 달리는 종목에 올라타면 승률이 얼마나 높을까요? 먼저 추세추종전략가들을 간단히 훑어보고 가겠습니다.

제시 리버모어와 추세추종 전략가들

추세추종의 아버지로 전설적인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Jesse Lauriston Livermore)가 꼽힙니다. 에드윈 르페브르는 자신의 저작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1에서 단돈 5달러를 갖고 가출한 15세 소년 제시 리버모어에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고 정주영은 부친이 소를 판 돈 70원을 훔쳐 가출한 적이 있는데, 성공한 사람들은 떡잎부터 뭔가 다른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출을 부추기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어쨌든,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에 의하면 딕슨 와츠에게 영향을 받은 제시 리버모어의 추세추종전략은 제럴드 M. 로브와 윌리엄 J. 오닐(William J. O’neil), 에드 세이코타(Ed Seykota), 리처드 데니스(Richard Dennis) 등으로 이어지며 워런 버핏으로 대표되는 가치투자자들과 쌍벽을 이루며 주식 시장을 이끌어왔습니다. 

마이클 코벨은 그의 책 <추세추종전략>2에서 투자로 큰돈을 벌려면 파도처럼 밀려오는 시장의 추세를 타야만 하고, 시장에서 큰돈을 번 사람들은 모두 추세추종 전략가들이라며,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 전설적인 추세추종 트레이더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투자자들도 추세추종전략을 그들처럼 철저하게 실행하면 수백 억, 수십 억 달러를 벌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수백 억 원을 굴리면 슈퍼개미로 통하는 걸 감안하면 추세추종전략으로 성공하기만 하면, 슈퍼개미를 넘어서 울트라 슈퍼개미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추세추종전략 연구 결과들

자, 그럼 냉정하게 시장에서 성공 확률을 한번 따져보기로 하겠습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1927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과거 6개월 동안의 주식 상승률이 강했던 종목이 그 후 1년 동안의 수익률도 좋았다고 제임스 오셔너시는 그의 저서 <What Works on Wall Street>3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백테스트 결과이긴 하지만, 누군가 추세추종전략으로 달리는 말에 용감하게 올라타는 투자를 했다면 성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럼 한국 시장은 어떨까요?

한국 시장에 대한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김병규와 이현열의 <스마트 베타>4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코스피 종목 중에서 과거 12개월 중 최근 1개월을 제외한 주가 상승률 기준으로 상승률 1 분위 주가가 상승률이 좋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스마트 베타>의 연구 결과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격언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문병로 교수의 <메트릭 스튜디오>5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시장에서 과거 6개월간의 상승률이 좋았던 1 분위의 수익률은 좋지 않았고 오히려 적당히 오른 중간 분위가 가장 수익률이 좋았다고 분석했습니다.  

강환국은 <할 수 있다! 퀀트투자>6에서 해외에서 잘 통했던 상대적 모멘텀 전략이 한국에서는 대형주에서만 통하는 경향이 있고, 오히려 중소형주에서는 잘 통하지 않았다는 백테스트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유안타 증권에서 퀀트로 일하고 있는 홍용찬도 그의 저서 <실전 퀀트투자>7에서 한국 시장에서는 과거 1년 동안 상승률이 가장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좋지 않았고, 반대로 상승률이 가장 낮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결론은 상승률 순위의 중간에 위치한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윌리엄 번스타인은 그의 저서 <현명한 자산배분 투자자>↗에서 누구도 시장 타이밍(market timing)을 알 수 없고,  종목 고르기(stock picking)는 장기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성공 투자의 핵심은 다양한 자산군의 일관된 자산배분 전략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들을 취합해 보면, 추세추종전략은 미국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통했던 것 같으나, 한국 시장에서는 먹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로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붉은 불기둥을 뿜으며 달리는 상승 종목을 보면 너도나도 불나방처럼 우르르 달려들어 주가를 순식간에 과대평가하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정해봅니다. 

따라서 한국시장을 분석한 위의 연구 결과들은 추세추종전략의 기치 아래 달리는 말에 용감하게 올라탔다고 해서 떼 돈을 벌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산이 높다면 골이 깊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아주 빠르게 달리는 말에서 떨어지면 더 심하게 다칠 확률만 높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위에서 소개했던 성공한 추세추종 전략가들은 워런 버핏이 좋은 주식을 골라내는 탁월한 안목을 가졌듯 그들도 적토마처럼 끝까지 달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추세를 알아보는 남다른 안목을 가졌을 거라 짐작됩니다. 유감스럽지만 이러한 덕목은 노력은 기본이고 천부적인 재능이 결합되어야 가능하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아주 오래전, 제시 리버모어의 여러 버전의 책들8,9은 필자를 주식시장으로 이끌었고, 무용수 니콜라스 다비스의 <나는 주식투자로 250만 불을 벌었다>10와 같은 추세추종전략을 담은 이야기들은 투자자로서 꿈을 격동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시장은 늘 공포와 탐욕에 눈이 먼 사람들의 전략을 비웃기를 좋아합니다. 이럴 때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역시 통계론적인 사고뿐입니다. 그마저도 그리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늘 지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오늘 인용한 책들은 투자자로서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들이라 각주에 달아보았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한국에서는 추세추종전략이나 모멘텀 전략만으로는 수백억 원을 벌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아주 운이 좋았다거나 자신이 그 예외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투자자도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세-추종-전략을-다룬-책들
추세추종전략을 다룬 책들
  1. 에드윈 르페브르,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 박성환 옮김, 이레미디어, 2005 ↩︎
  2. 마이클 코벨, “추세추종전략”, 이선나, 윤현주 옮김, 더난출판, 2005 ↩︎
  3. 제임스 오쇼너시, “What Works on Wall Street”, McGraw-Hill Education, 2011 ↩︎
  4. 김병규, 이현열, “SMART BETA”, 워터베에어프레스, 2017 ↩︎
  5. 문병로, “메트릭 스튜디오”, 김영사, 2014 ↩︎
  6. 강환국, “할 수 있다! 퀀트투자”, 에프앤미디어, 2017 ↩︎
  7. 홍용찬, “실전 퀀트투자”, 이레미디어, 2019 ↩︎
  8. 리처드 스미튼,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기꾼 이야기”, 김병록 옮김, 새빛인베트스트먼트, 2006 ↩︎
  9. Edwin Lefevre, “Reminiscence of a Stock operator”, John Wiley & Sons, 1993 ↩︎
  10. 니콜라스 다비스, “나는 주식투자로 250만 불을 벌었다”, 권정태 옮김,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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