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우리 집 조리 기구를 가스레인지에서 인덕션으로 교체했다. 인덕션을 교체한 결정적 계기는 가스레인지를 10년 넘게 쓰다 보니 화구가 녹색으로 부식이 되어 청소를 해도 지저분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 글은 4개월 넘게 인덕션을 사용한 후기를 정리한 내용이다.
인덕션의 뜻과 종류
인덕션(induction)은 유도(誘導), 감응, 귀납의 뜻을 가진 영어 단어이다. 인덕션이 전자기 유도를 이용하여 물체를 가열하는 방법을 쓰므로 이런 명칭이 붙었다.
하지만 인덕션의 정확한 명칭은 전기레인지이고, 전기레인지의 종류에는 다음과 같은 방식이 있다.
- 코일(coil)/ 핫플레이트(hot plate); 코일은 열선 히터가 용기와 직접 접촉하여 가열하는 방식이고, 코일 위에 금속판을 씌운 것이 핫플레이트이다. 비용이 저렴한 대신 열효율이 낮고 화상의 위험이 있어 실험실에서 주로 쓰인다.
- 하이라이트(highlight); 핫플레이트의 단점을 보완하여 세라믹 히터를 사용하여 열효율을 올리는 방식. 핫플레이트가 금속의 열전도 원리를 이용한다면 하이라이트는 적외선 복사 원리를 이용한다.
- 인덕션(induction heating, IH); 25kHz 고주파 전류를 내부 코일에 흘려 전자기장으로 용기를 가열하는 방식으로 전기레인지 조리 기구 중 열 효율이 가장 높다.
인덕션과 하이라이트 차이와 장단점
하이라이트는 설치된 외관만 보면 인덕션과 차이점이 없다. 두 제품 모두 세라믹 상판이 덮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에 아들 원룸을 구해줬는데, 원룸에 설치된 것이 인덕션이 아니라 하이라이트라는 걸 한참 지나서 알게 되었다.
하이라이트와 인덕션의 차이점은 용기 가열 방식 차이에서 기인한다. 하이라이트는 상판의 열선이 발열을 하여 용기를 가열하는 방식이고, 인덕션은 상판을 가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자기장으로 바로 용기를 가열하는 방식에서 장단점이 발생한다.
하이라이트 장점; 가격이 저렴하며, 가스레인지에서 쓰던 용기를 그대로 하이라이트에서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제일 크다. 또한, 가스레인지에서 하던 요리도 거의 다 할 수 있다.
하이라이트 단점; 상판을 가열하는 방식이라 인덕션에 비해 열효율이 낮아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상판을 만졌을 때 화상 위험도 있다. 가스레인지 보다는 청소가 용이한 편에 속하나 인덕션 보다는 흘러넘친 음식이 잘 눌러 붙으므로 그렇게 용이한 편은 아니다.
가스레인지와 인덕션 장단점 비교
인덕션의 가장 큰 장점은 미관상 깨끗함과 청소의 용이성, 그리고 높은 열 효율에 있다. 가스레인지의 열 효율이 약 55%인데 반해, 하이라이트가 약 65%, 인덕션은 90% 정도의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혼자 라면을 끓여 먹을 때는 바쁠 정도다. 물 550 리터를 인덕션에 올려 놓으면 1분 만에 물이 팔팔 끓어 오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물을 올려놓자마자 김치와 스프를 먼저 넣게 된다. 물이 끓으면 라면을 넣고 계란을 풀어놓고 타이머 4분을 맞추어 놓으면 나중에 딩동 벨이 울리면 라면을 먹으면 된다. 터보 모드는 쓸 필요가 없었다.
요리 초심자들에게는 타이머 기능도 장점 중에 하나. 라면은 4분, 시금치 데치기는 3분, 국을 끓일 때는 10분 이런 식으로 타이머를 맞추어 놓으면 따로 시계를 봐 둘 필요가 없다.
그리고 가스 누출로 인한 안전 사고 위험이 없고, 산소를 소모하지 않으므로 산소 결핍이나 일산화탄소 위험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올 여름 요리를 할 때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때 보다 훨씬 적게 열기를 느꼈다. 은근히 요리 시간이 즐겁기까지 했다. 그런데 겨울이 다가오니 가스레인지의 파란 불꽃이 발산하는 온기가 살짝 그립긴 하다. ㅋ
반면, 인덕션의 가장 큰 단점은 인덕션 전용 조리 기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집 가스레인지에서 쓰던 팬과 냄비 중에서 일부는 자성이 통해 인덕션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불가능한 조리 기구는 할 수 없이 버려야 했다.
인덕션 전용 용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작동이 되더라도 코일이나 PCB 기판이 과전압으로 부하가 걸리게 되고 누적되면 고장이 나게 마련이므로 점진적으로 교체할 지, 전부 인덕션 용기로 교체해야 할 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ㅠ
인덕션의 두 번째 단점은 전기 요금 누진제 구간이 상향될 경우 가스 요금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 요금을 감수 해야 하고, 고주파에 의한 유도 가열 방식의 특성 상 많은 양의 전자파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
구 간 | 기타계절 | 하계(7~8월) |
---|---|---|
1단계 | 200kWh 이하 | 300kWh 이하 |
2단계 | 201kWh~400kWh 이하 | 301~450kWh이하 |
3단계 | 400kWh 초과 | 450kWh 초과 |
https://home.kepco.co.kr/kepco/EB/A/htmlView/EBAAHP002_05.do?menuCd=FN430101
※ 우리 집의 10월 분 전기 사용량은 276kWh, 44,530원으로 작년 10월 분 42,370원보다 2,160원 많게 나왔다. 인덕션 사용으로 인하여 전기 요금 누진 구간이 상향되지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올 여름 학교 급식소에 일하시는 종사자 등 가스레인지 사용이 폐암의 원인이 가능성이 높다는 뉴스도 가스레인지에서 인덕션으로 바꾼 계기 중의 하나로 작용했다. 하지만 발암 물질이나 미세 먼지는 가스레인지가 유해 물질을 발생 시키는 것이 아니라 열을 이용한 요리에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이므로 그 뉴스는 가짜 뉴스에 가까운 뉴스였다.
인덕션 구입 및 설치 비용
전에 쓰던 가스레인지의 화구를 새 제품으로 교체하고자 서비스 센터에 알아 보니 이 제품의 3구용 화구는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여러 장단점을 비교해 본 후 7월 19일, 인터넷에서 인덕션을 구매했다.
우리가 구입한 제품은 “[전국 설치 배송]LG 디오스 인덕션 BEI3GQUO 빌트인 초고화력 3구 전기레인지”였다. 가스레인지도 3구를 썼으므로 인덕션도 3구 전기레인지를 선택했다.
구입 비용은 제품 구입비 658,900원, 배송비 35,00원에 총 693,900원이었다. 현재(2024년 11월 24일 기준) 인터넷 가를 보니 678,900원으로 가격이 조금 더 내렸다.
처음에는 기존 쓰던 조리 기구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2구는 인덕션, 1구는 하이라이트로 구성된 제품을 사려고 했으나, 그러면 인덕션으로 바꾸는 장점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그냥 3구 모두 인덕션 화구로 된 제품을 샀다.
우리 집 가스레인지는 오븐과 일체형이었는데, 설치하러 오신 기사 님이 보고는 이 제품은 인덕션을 설치하면 오븐을 쓸 수 없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아래 부분의 오븐은 수납장으로 쓰고 있다. 사실, 오븐을 수납장으로 쓴지는 오래 됐다. ㅠ
설치하는 과정을 보니 기존 가스레인지의 선을 모두 싹둑 잘라 끊어내고 인덕션 전선만 연결하면 되는 매우 간단한 작업이었다.
거치형 인덕션을 말할 것도 없고, 매립형도 사이즈만 맞는 제품을 고른다면, 최근 LED등과 형광등 안정기를 교체한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셀프 설치가 가능해 보였다. 물론 이 제품은 설치비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굳이 셀프 설치를 할 이유는 없다.
지금 제대로 알게 된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1구는 하이라이트로 된 제품을 살 걸 그랬나 후회가 좀 되기도 한다. 가스 자체 만으로는 유해 물질이 발생하지 않으며, 세라믹 판이 뜨거워도 조심해서 사용하기만 하면 가스레인지보다는 그래도 청소가 용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스레인지를 인덕션으로 바꿀 의향이 있으신 분들은 하이라이트와 가스레인지의 장단점을 잘 비교하여 후회 없는 선택을 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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