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의 첫 장편 소설 ‘경애의 마음’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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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의 첫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을 읽게 된 것은 누군가가 적극 추천했기 때문인데, 누군가가 그랬던 것은 그 누군가의 지인이 적극 추천했기 때문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세상사는 언제나 이렇게 관계로 맺어져 있음을 새삼 느낀다.

<경애의 마음>이라는 소설을 처음 추천 받았을 때 경애하는 마음에 대한 소설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 소설 여주인공의 이름이 박경애였다. 물론 소설가 김금희는 ‘경애’라는 타이틀을 중의적인 의미로 썼다.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줄거리

이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인천 화재사고로 친구들을 한꺼번에 잃은 박경애는 그 트라우마로 청춘기를 투명인간처럼 견디어내고 반도미싱이라는 공장에서도 스스로 찬밥 신세로 지낸다. 경애는 인간관계에 서툰 모태솔로 공상수와 한 팀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소설 <경애의 마음>은 연애 소설이다.

<경애의 마음>은 1999년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1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경애와 상수는 그 화재 참사로 둘의 친구 은총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 김금희는 그때 막 20대가 되는 시기였고 자신이 어른이 되면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는데, 이 소설은 그 의문에 답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연애 소설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는 연애를 하는 청춘 남녀의 내밀한 마음을 살펴보고, 모두의 마음에서 자잘하게 일었던, 알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감정들을 주인공들과 은밀히 공유하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 <경애의 마음>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소설이다. 경애는 회사에서 단지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1인 시위를 했지만, 파업 중에 일어난 성폭력에 대해 항의를 하자 노사 양측에서 눈밖에 나며 투명 인간 취급을 받게 된다. 상수는 인간관계에 요령이라고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낙오자의 인생을 산다.

그러니 경애와 상수의 관계 진전은 느리기만 하다. 상수는 그 이름과는 다르게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상수가 아닌 변수로서 살아간다. 경애도 마땅히 경애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회사에서 언제 짤리지 모르는 잉여 인간으로 살아간다. 그런 둘의 연애가 쉽게 성사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정작 연애 한번 해 보지 못한 상수는 페이스북에서 언니로 위장해 ‘언니는 죄가 없다’는 페이지를 운영하며 수많은 여성들에게 그들의 아픔을 달래주는 연애 상담을 해 주고, 경애는 화재 사고를 당했던 옛 애인 E를 그리워하며 과거의 사랑에 봉인된 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애는 ‘언니는 죄가 없다’의 언니에게서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라는 위로를 받고 이별의 질곡에서 서서히 빠져나오게 된다.

소설 <경애의 마음>은 사랑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남녀가 서서히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는 느린 즐거움을 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가 김훈의 문장을 떠올랐다.

그것은 아마도 내밀한 연애감정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관념적인 문장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으리라 짐작은 하면서도, 문장이 때로 지나칠 정도로 너무 길어 읽는 리듬이 자주 끊겼다.

그럼에도 마음을 다해 끝까지 다 읽었다. 그것은 사랑하는 자의 아픔과 희망을 끝까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경애와 상수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시간에 이미 함께 나눴던 공감대가 있었다”라고 말했듯이 우리 모두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다.

김금희 소개 이미지
김금희 소개 이미지

작가 김금희 소개

소설가 김금희(金錦姬)는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에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가 있다.
장편 소설은 『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중편 소설은 『나의 사랑, 매기』, 짧은 소설은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을 펴냈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현대문학상, 우현예술상, 김승옥문학상 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1. 1999년 10월 30일 토요일 저녁 7시경 인천광역시 중구 인현동에 위치한 4층짜리 상가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 2층 라이브II 생맥주집과 3층 그린당구장에 있던 10대 청소년 등 52명이 불에 타거나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71명은 연기에 질식하거나 화상을 입었다.
    화재 발생 당일 인천 시내 10여개 고등학교에서 가을 축제가 있었는데, 학생 사망자수가 52명에 달했다. – 출처: 위키백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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