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길이 있다느니,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꾼다느니 하는 명제에 나는 회의적이다. 그런데 김병완의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문학동네, 2013)를 읽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1라는 명언이 있다. 이 말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 바로 김병완이다. 이 책은 도서관이 바꾼 그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11년 차 평범한 직장인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 교보생명의 창립자 신용호 회장이 교보문고를 설립하며 했던 말이다. ↩︎
김병완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삼성 전자에 입사해 휴대폰 연구원으로 11년을 일하다, 2008년 12월 31일 돌연 사표를 던졌다고 했다. 용기가 대단하지 않은가?
그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으로 내려가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면서 매일같이 10~15시간씩 책만 읽기 시작했고 그렇게 천일 동안 읽은 책이 거의 만 권에 달했다고 한다.
짧다고 하면 짧겠지만 한 가지 목표로 하루같이 천일 동안을 생활한다는 것,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고 작은 세월도 아니다.
그 뒤, 그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터진 봇물처럼 글쓰기의 욕망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미친 사람’처럼 그는 1년 반 동안 글을 쓰기 시작해 33건의 책을 출간했다.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도 그렇게 탄생한 책 중의 하나이다.

이 불가능할 것 같은 김병완의 이야기는 하나의 성공 스토리를 구축한다. 저자 김병완은 11년차 직장인 신분에서 5년 만에 독특한 영역을 구축한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비결 중 으뜸은 작가가 되고자 하는 욕심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여대취’의 산 표본인 셈이다. 크게 버릴 줄 아는 사람이 결국에는 크게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게 버리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법인데, 크게 버리는 것은 얼마 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것일까?
대여대취한 그는 1년에 10권 이상의 책을 출간하는 작가로 변신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책 쓰기 수업을 통해 현재까지 800명 이상을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고 한다.
김병완에게 도서관은 신대륙과 같은 새로운 인생으로 향하는 배에 자신을 올라탈 수 있게 해준, 그가 살면서 받은 선물 중 최고의 선물이었던 셈이다. 한마디로 도서관은 그에게 마법의 장소이자 기적이 일어난 곳이었다.
저자 이외에도 실용적인 책 읽기를 통해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사람들이 제법 있다.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역행자>의 저자 자청도 그랬다. 도서관에서 읽었던 대화법 관련 자기계발서가 자청의 오늘을 있게 한 셈이었다. 그의 성공 스토리는 아래 링크 글에 잘 정리되어 있다.
책은 참 묘한 물건이다.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 성공하고 싶고, 연애 소설을 읽으면 연애 소설을 쓰고 싶고, 추리 소설을 읽으면 추리 소설을 쓰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 같기도 하고, GIGO(garbage-in garbage-out,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무슨 책을 읽느냐가 독서에서도 중요하다.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는 책 속에서 뭔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 중복되는 내용이 많았지만 책 속에서, 도서관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참고할 만하다.
물론 주의 깊게 읽으면 이 책에도 비판할 부분이 차고 넘친다. 하지만 뭔가 시작할 때는 비판은 일단 접어두고, 책과 친해지는 동기부여를 먼저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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