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혼비 작가 산문집 아무튼, 술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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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혼비의 <아무튼, 술>(제철소, 2019)을 읽고 배꼽을 잡고 공감하실 분이 많이 계실 것 같다. 작가의 이야기들은 B급 정서가 줄줄 흐르고 있는데 글맛은 A급 맛이 살짝 나며 묘한 기운이 흐른다.

2019년 5월 7일 출간된 <아무튼, 술>은 2019년 9월 20일 인쇄본에서 벌써 6쇄를 찍었다. 술에 관한 책이 이렇게 인기가 많았다니, 역시 우리나라는 옛부터 애주가의 나라가 아니던가. 그녀의 용감하고 솔직한 고백록은 172쪽을 순삭 시킨다.

작가 김혼비 프로필

당시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에 대하여 궁금증이 생겼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책을 다 읽어도 작가가 여자라는 것, 나이는 삼십 대쯤이라는 것. 결혼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출판사 저자 소개란에도 구체적인 정보가 없었다. 작중 “T”라는 남자와는 결혼을 했을까도 궁금증이 났다.

책을 읽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녀에 대한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프로필을 요약하면 이렇다. 그녀는 SNS에 여자축구 체험기를 주기적으로 올렸고, 출판 편집자였던 남편 박태하는 성남 FC 덕후였다. 축구가 그들을 부부의 연으로 맺어 주었다.

김혼비 박태하 부부는 <전국축제자랑>이라는 책도 같이 썼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란 책을 낸 그녀는 <다정 소감>이라는 산문집도 냈다. 아, 그리고 올해 황선우와 공저한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라는 무서운 책을 내기도 했다. 이외 공저로 참여한 도서도 제법 된다.

아무튼, 술 목차

  • 프롤로그
  • 첫 술
  • 소주 오르골
  • 주사의 경계
  • 술 마시고 힘을 낸다는 것
  • 술배는 따로 있다
  • 술이 인생을 바꾼 순간
  • 지구인의 술 규칙
  • 이상한 술 다짐
  • 술과 욕의 상관관계
  • 와인, 어쩌면 가장 무서운 술
  • 혼술의 장면들
  • 술피부와 꿀피부
  • 술로만 열리는 말들
  • 에필로그

목차를 보라! 이 산문집의 느낌이 팍팍 오는 것 같지 않은가? 술피부와 꿀 피부라니! 술의 그 이상 야릇한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작가가 보일 것만 같지 않은가?

아무튼, 술 독후감

노래방을 갔다 조수석에 앉아 택시를 타고 가면서 술에 취해 노래방 리모컨을 운전대로 착각하고 운전을 했다는 그녀의 취중 무용담은 주류계에서도 일급에 속한다, 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라고 할 독자분도 계실 것 같다. 푸풉, 아, 웃겨. 으하하하.

그리고 소주병을 따고 첫 잔을 따를 때 나는 소리, ‘똘똘똘똘’과 ‘꼴꼴꼴꼴’ 사이 어디쯤에 있는 청아한 소리에 대한 예찬을 보면, 그녀의 소주 사랑이 짐작이 간다. 그녀는 그 소리를 소주 오르골이라 불렀다.(본문 33쪽, 마음까지 맑아지는 소리라니 ㅋ)

나도 그 소리를 무척 좋아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한 건 명세코 그녀만큼은 아니었다. 작가는 소주 오르골 소리를 듣자고 소주 2병을 한꺼번에 시켜서 첫 잔을 먹고 나면 한 잔을 더 부어 그 소리를 만들어내니까. 난 그 애매한 소릴 듣자고 소주 2병을 한꺼번에 시켜본 적은 없다. 다음에 한 번 슬쩍 시도해 볼까나?

책을 읽고 있을 땐 작가에 대하여 아는 건 그녀가 축구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급기야 축구를 하게 되었고,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민음사, 2018)라는 긴 이름의 책을 냈다는 사실 뿐이었다. 

아, 하나 더! 김혼비라는 이름은 <비버 피치>의 작가 닉 혼비를 연상시키는 이름이라고. 닉 혼비도 축구라면 사족을 못썼던 모양이다. 글쎄, 그렇다고 외국 작가의 이름까지 필명으로 쓰는 것은 아무래도 좀 그렇긴 한데, 어쨌든 그녀의 스타일이니 존중해 주자.

그녀는 욕을 찰지게 하는 친구처럼 욕을 잘하기 위해 욕 수업까지 받았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김혼비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갔다.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게 살 수가 있고, 또 그걸 이렇게 글로 풀어낼 수가 있지! 

아무튼, 작가는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인생 삼원색은 책, 술, 축구라고 했는데, 축구에 이어 술로도 책을 내었으니, 다음은 책에 대한 수필이 나오려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까 <다정소감>이 나왔다.

책날개를 보니 <아무튼, 술>은 아무튼 시리즈의 스무 번째 책이었다. 모두 44권이 나왔다. 제목들도 각양각색이다. ‘발레’, ‘비건’, ‘양말’, 등등 심지어 ‘떡볶이’까지 있다. ‘아무튼’은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함께 펴내는 시리즈라고 했다. 그 뒤로 아무튼 시리즈를 가끔 찾아 읽어보았는데, 다 좋았던 것 같다.

취미는 세분화되고 사물에 대한 추억도 섬세해지는 시대다. 그간 술을 무던히 마셔댔다. 술에 지쳐갈 즈음 <아무튼, 술>을 만났다. 그런데, 술이 과연 취미가 될 수 있을까?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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