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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에세이집 자전거 여행, 몸을 통과하여 달린 산천

김훈의 자전거 여행 에세이집 <자전거 여행>(생각의 나무, 2000)은 여행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작가는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전국의 산천을 자전거로 떠돌며 이 책을 겨우 썼다고 했다.

줄거리

수많은 고산준령을 넘고, 강가를 달리고 해안 포구에서 잠을 잤던 자전거를 작가는 ‘풍륜'(風輪)이라 불렀다. 서문에서 작가는 늙고 병든 말처럼 다 망가진 풍륜을 퇴역시키고 새 자전거를 장만했다고 했다.

작가는 새로 장만한 자전거로 함께 한 여행을 아마도 후에 시리즈로 냈을 것이다.

김훈은 숯불에 갈비 구워먹는 ‘가든’과 낮이고 밤이고 러브하는 ‘파크’, 그리고 이동통신회사의 ‘기지국’들이 산자수명한 이 국토의 가장 압도적인 풍경이라고 했다. 그는 속세의 길을 저어가는 풍륜이 이 누린내 나는 인간의 풍경을 미워하지 않고, 다만 피해가게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김훈의 <자전거 여행>은 속세의 길에서 만나 산자수명한 국토의 풍경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숲의 이야기가 있고, 강의 이야기가 있고, 바다의 이야기가 있다. 그 산하를 살다 간 선현들과 그 산하를 터전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풍경을 이룬다.

작가가 여행한 여수 돌산도, 선암사와 구례, 도산서원과 안동 하회 마을을 나도 언젠가 갔었다. 나는 자동차로 갔고, 김훈은 자전거로 갔다.

자동차의 길과 자전거의 길은 서로 다른 길이다. 내가 풍경을 ‘바라보면서’ 달린 그 길들을 작가는 몸을 통과하여 달렸을 것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아야만 돌아가는 풍륜의 고단한 여정이 작가의 문장 곳곳에 베어있었다. 연필을 꾹꾹 눌러 작품을 썼듯 작가는 여행도 그렇게 했다.

김훈은 진도 대교에서 이순신의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노래한 곳에서는 그의 <칼의 노래>(2001)에서 발아된 생각의 씨앗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그는 이순신의 통제된 슬픔을 추억하면서 이순신에게는 전후의 권력 재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적 여백이 없었다는 정황증거들로 이순신의 죽음이 ‘의도된 전사’였다고 추론한다.

아무튼, 탈정치화된 인간이 정치적 변수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작가는 2000년, 52살의 여름에 이 책을 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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