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역사 소설 흑산 독후감과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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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역사 소설 <흑산>(학고재, 2011)은 작가의 여덟 번째 장편 소설이다. 하지만, 그의 전작 <칼의 노래>나 <남한산성>과 같은 흡인력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지루할 수도 있다. 이 소설에서는 신유박해를 배경으로 정약전의 삶이 건조한 문체로 그려지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훈 프로필

1948년 서울 출생. 고려대 영문과를 중퇴하고 한국일보, 시사저널, 국민일보, 한겨레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1980년 신군부 당시, 한국일보 기자로 있을 때 전두환 찬양 기사를 썼고, 시사저널 편집장으로 있을 때에는 남녀가 평등하지 않으며 남자가 절대적으로 우월하고 압도적으로 유능하다고 본다는 인터뷰를 했다. 2014년에는 문인들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1986년 신문사에 연재한 여행 에세이를 묶어 첫 책 <문학기행>(공저)을 냈다. 1994년 첫 장편 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으로 소설가로 데뷔한 후, <칼의 노래>(2001)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단편 소설 <화장>(2004)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단편 <언니의 폐경>(2005)으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밥벌이의 지겨움>(2003)을 쓰고, 2004년부터 전업 작가가 되어 장편 소설 <현의 노래>(2004), <개,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2005), <남한산성>(2007), <공무도하>(2009), <내 젊은 날의 숲>(2010), <흑산>(2011), <공터에서>(2014), <달 너머로 달리는 말>(2020), <하얼빈>(2022)을 발표했다.

소설집 <공무도하>와 산문집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 1, 2., <내가 읽은 책과 세상>, <바다의 기별>, <라면을 끓이며>, <연필로 쓰기> 등이 있으며, 그 외 단편소설집 <강산무진>(2006)과 에세이 <자전거 여행>(2000), <밥벌이의 지겨움>(2003), <연필로 쓰기 >(2019)등이 있다.

흑산 책표지
책표지

역사 소설 흑산 독후감

김훈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소설을 자주 썼다. 이 소설에서는 조선 후기 정조 시대의 실학자 정약전1이 주인공이 되어 그의 <자산어보>2가 탄생되는 과정을 그렸다.

소설의 큰 줄거리는 정조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정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를 떠나는 뱃길에서 시작하여 섬에서 물고기를 관찰하고 서당을 지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풍경이 그려지고 새로 부임하는 수군 별장을 맞는 이야기로 끝난다.

정조의 총애를 받았던 정약전은 왜 유배를 가게 되었을? 정약전에게는 맏형 정약현이 있었고 아래로는 정약종과 막내 정약용이 있었다. 정약현의 딸 정명련과 결혼한 황사영은 정약전의 조카 사위가 되었다. 정조는 어린 황사영도 총애하였다.

1800년, 정조가 49세의 나이로 죽자 순조 즉위와 동시에 정순왕후 김씨가 수렴청정을 하였다. 당시 권력을 잡은 노론은 정조 때 총애를 받았던 남인을 축출하기 위해 1801년 천주교에 대한 무차별적인 박해를 단행3했다. 이때 희생되었던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가 정약용 형제들이었다.

정약종은 끝까지 순교의 길을 택했고 정약전과 정약용은 배교하여 살아남았다. 특히 의금부 장대에 꼼짝 없이 묶이게 된 정약용은 조카사위 황사영을 밀고했고 천주교도 색출을 위한 방도까지 알려주었다.

한편, 황사영은 정약용의 고변으로 제천 봉양면 배론(舟論) 토기 마을의 토굴에 숨어 지내면서 청나라 조정의 도움을 청하는 이른바 <황상영 백서>를 명주천에 써서 북경 주교 주문모 신부에게 전달하려다 체포되어 대역죄로 능지처참을 당했다.

소설가 김훈은 종교와도 같은 거대한 이념이나 진리와 세속적인 삶을 곧잘 대비 시키는 플롯을 즐겨 썼다. 이 소설에서는 순교와 배교의 삶이 극명하게 대비되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소설에서는 순교와 배교를 둘러싸고 조정과 조선 후기 지식인 사회의 갈등이 그려지고 중인과 하급 관원, 마부와 어부, 노비 등 혼란한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민초들의 고통과 슬픔과 소망이 김훈 특유의 문체로 묘사된다.

서너 달에 한 번씩 바뀌는 수령의 송덕비를 세우느라 농사를 망치는가 하면, 그럼에도 “주여, 우리를 매 맞아 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우리를 굶어 죽지 않게 하소서” 라는 기도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모진 민초들의 삶이 날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20명이 넘는 등장 인물이 등장해 제각각의 삶을 살아갔던 이야기가 담긴 <흑산>. 독자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작가는 정사 장면도 이곳저곳 넣어 두었지만 전체 이야기와는 왠지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김훈은 작가 후기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말이나 글로써 정의를 다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다만 인간의 고통과 슬픔과 소망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나는, 겨우 조금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이나 글로써 설명할 수 없는 그 멀고도 확실한 세계를 향해 피 흘리며 나아간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또 괴로워한다. 나는 여기에서 산다.

김훈 소설은 읽고 나면, 어쩔 수 없이 허무감이 밀려온다. 이는 어떻게 사는 것이 과연 옳은 삶인지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에 직면했을 때, 그의 소설들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근현대사를 배경로 한 소설 소개

김연수 소설 밤은 노래한다 줄거리와 민생단 사건
황정은 디디의 우산 줄거리와 감상문

  1. 흑산도로 유배를 간 정약전은 물고기를 관찰하여 <자산어보>를 완성하였고, 섬에서 서당을 만들어 아이들 가르치는 일로 소일하다 유배 생활 16년 째인 1816년 사망했다. ↩︎
  2. 정약전이 <흑산어보>라고 하지 않고 <자산어보>로 까닭은 흑산도의 ‘흑(黑)’은 너무 검은 느낌이니 자(玆)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소설 속에서 말한다. ↩︎
  3. 예나 지금이나 권력이 바뀌면 어떤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숙청을 하고야 마는 것이 정치의 숙명이다. 명분과 명칭 만 바뀔 뿐, 그러한 역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반복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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