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이다 줄거리와 결말, 색다른 좀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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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영화를 즐겨 본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윌 스미스가 출연한 <나는 전설이다>(2007)는 <레지던트 이블>, <새벽의 저주> 등 기존 좀비 영화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기존의 좀비물은 주인공이 무차별적으로 좀비 떼에게 총격을 난사하면서 우당탕 유혈이 튀는 것이었다면 <나는 전설이다>는 좀비에 맞서는 한 인간의 영웅적인 신념에 초점을 맞췄다.

나는 전설이다 줄거리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1이 연출한 <나는 전설이다>는 리처드 매드슨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 작품으로 좀비에 의한 인류의 멸망 연도를 2012년으로 잡은 영화다. 영화를 볼 때만 해도 5년이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로부터 17년이나 지났으니, 인생무상을 다시 한번 느낀다.

영화는 폐허가 된 뉴욕 시가지를 비추며 시작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2 출연으로 뉴욕에 봉쇄령이 내려졌고, 시민들은 뉴욕을 모두 탈출했다. 육군 소속의 과학자 네빌(윌 스미스) 중령은 아내와 딸을 떠나보내고 질병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뉴욕에 홀로 남는다.

홀로 남은 네빌(윌 스미스 분)은 지하실에서 쥐들은 대상으로 백신 개발 실험을 계속하면서 어딘가 살아 있을 생존자를 찾기 위해 3년 동안 매일 같은 방송을 한다.

인간이 사라진 텅 빈 거리, 방치된 자동차들, 음산한 건물들, 해가 지는 모습, 이런 장면들이 알 수 없는 스산한 공포를 자아낸다.

<나는 전설이다>에서 딸이 떠나면서 그에게 준 강아지 샘을 제외하면,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몇 장면을 빼고 홀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좀비 습격을 대비하면서 질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생존자를 찾는 것이 로버트 네빌의 삶을 지탱한다.

반려견 샘마저 좀비의 공격으로 감염되자 어쩔 수 없이 목 졸라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장면, 샘이 눈물을 글썽이며 레코드 가게의 마네킹과 대화하는 장면들은 홀로 남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외로움의 정점을 압축한다.

“오늘 당신에게 말 걸기로 친구와 약속했어. 안녕이라고 제발··· 대답해줘 제발.”
– 샘이 죽고 난 후, 네빌이 마네킹에게 한 말

샘의 죽음으로 격앙된 네빌은 좀비 무리와의 최후의 일전을 다짐하지만 오히려 위기를 맞는다. 그 순간 미지의 여성이 나타나 그를 구한다. 그 여성은 애나와 꼬마 이든. 애나는 네빌이 생존자를 찾는 방송을 듣고 그를 찾아 왔던 것이다.

안나는 메릴랜드에서 왔으며 버몬트 산속에 있는 생존자들의 정착촌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그에게 말하지만, 거의 죽다 살아난 네빌은 그런 곳은 없다며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결말(스포일러)

이윽고 밤이 되자 좀비 무리가 네빌의 집을 습격해 온다. 저택의 방어막이 뚫리고 네빌과 안나는 지하실까지 몰리며 최후의 저지선인 강화 유리를 사이에 두고 좀비 무리와 대치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

일촉즉발의 순간, 네빌의 실험 대상이었던 여성 감염자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네빌의 실험은 실패가 아니었던 것이다. 네빌이 자신이 백신 개발을 드디어 성공했다는 걸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좀비의 돌격으로 강화 유리는 서서히 금이 가며 나비 문양을 그린다. 그것이 신의 계시라 믿은 네빌은 애나와 이든을 지하실 내 석탄 저장 창고로 대피시키며 여성 감염자에게서 뽑은 혈액을 준다. 마침내 좀비들이 강화 유리를 부수고 밀려들 때, 네빌은 수류탄을 터트려 그들과 함께 자폭한다.

한편, 애나는 이든과 함께 생존자들의 정착촌에 무사히 도착하여 네빌이 준 혈액을 넘겨주고, 치료제를 만든 인류를 구한 네빌은 전설이 되었다는 애나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끝난다.

에필로그

이전 영화들의 좀비3는 대체로 느리고 단순했다. 하지만 <나는 전설이다>에서 좀비들을 진화를 했다. 꽤 지능이 발달된 좀비가 나오는가 하면, 우두머리 좀비도 등장한다.

대장 좀비는 네빌을 함정에 빠트리기 위해 마네킹을 옮겨 놓고 덫으로 그를 낚을 수도 있는 지능도 가졌다.

그리고 대장 좀비는 네빌이 포획해 간 여성 감염자를 구하기 위해 지하실까지 찾아왔다. 심지어 원작 소설에서는 좀비들을 대상으로 인체 실험을 마구잡이로 한 네빌을 전설적인 괴물이라고 대장 좀비가 경악한다고 한다.(감독판 결말도 이와 같다)

이 영화의 설정에는 여러 개의 구멍들이 있다. 몇 가지만 들면 이렇다. 그 많은 뉴욕 시민들이 어떻게 헬기로 다 탈출할 수 있었을까? 미 육군은 왜 네빌 혼자 백신 개발을 하도록 두었을까? 어두운 밤 거리에서 네빌이 좀비의 습격으로 위험에 처했을 때, 애나 혼자 과연 그를 구할 수 있었을까? 등이다.

아무튼, <나는 전설이다>는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생존 위협과 세상에 홀로 남겨진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고독, 그런 일상이 매일매일 반복되는 공포를 견뎌 나가야 하는 인간 존재의 고독에 집중했더라면 보다 깊이 있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볼만한 SF 영화

  1. 프란시스 로렌스는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콘스탄틴〉(2005)으로 감독에 데뷔했고, <헝거게임> 시리즈로 명성을 쌓았다. ↩︎
  2. 이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는 2009년, 앨리스 크리핀 박사가 유전자를 조작해 암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으나, 그 바이러스 변이를 일으키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3. 좀비(zombie)는 서인도 제도의 아이티 섬의 부두교 의식에서 유래된 살아 있는 시체를 말하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저임금 때문에 노동자를 주술에 의해 살아있는 시체 상태로 매장한데서 비롯되었다는 전설이 있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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