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책 안티프래질, 강함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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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안티프래질>(안세민 옮김, 와이즈베리, 2013)은 대니얼 카너먼1이 말한 바와 같이 ‘세상을 완전히 다르게 바라보는 힘을 길러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아마존 초장기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33개국에 출간되었습니다.

안티프래질 Antifragile 뜻

예전에는 ‘Antifragile’을 영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뜻이 나오지 않았는데요.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찾아보니 신어사전에 “명사, 앤티프래절(스트레스에 더 강해지는 특성)”, 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Antifragile’은 이 책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형용사 ‘fragile(깨지기 쉬운)과 접두사 ‘anti(~에 반대되는)’를 결합해 만든 신조어입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정의하는 안티프래질은 단순히 프래질의 반대되는 뜻을 가진 용어가 아니라, 강함을 뛰어넘어 충격을 받으면 오히려 더 좋아지는 상태를 가지는 시스템을 지칭합니다. 수학적으로는 프래질 앞에 마이너스 기호가 붙은 개념입니다. 

탄성이 강한 물체는 어지간한 충격에는 잘 깨지지 않지만 한 번 깨지면 원상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회복력이 있는 물체라고 하더라도 충격에 대한 저항력으로 원상태로 돌아올 수 있지만 원상태보다 더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탈레브가 말하는 안티프래질은 충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좋아지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즉, 안티프래질은 가변성, 무작위성, 무질서, 스트레스 등에 노출될 때 더 번창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모험과 리스크, 불확성을 더 좋아하는 시스템을 뜻합니다.

도서 안티프래질 구성

이 책(원제 Antifragile : how to live in a world we don’t understand)은 충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좋아지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과, 안티프래질 현상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어떻게 알아볼 수 있고, 우리가 안티프래질 해질 수 방법들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총 7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관례대로 부나 장이나 나누지 않고 권으로 나누게 된 사연을 저자는 이렇게 밝힙니다.

각 장을 독립된 각 권으로 출판하면 좋겠다는 출판업자의 제안도 있었지만 자신의 지적, 철학적인 관심을 오직 한 권의 책에 담고 싶었던 욕망에 따라 따로 출판하지 않고 한 권의 책에 묶었다고 말입니다. 

출판사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것임을 직감으로 최대한 분권화해서 매출을 욕심 냈던 모양입니다.

안티프래질 책표지
책표지

사실 분량(754p)으로 봐서도 이 책은 7권의 책을 읽는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책에 대한 저자의 애정은 각별해서 저자의 전작 <블랙스완>이 먼저 출간되긴 했지만 성격상 이 책의 보조 도서, 즉 부록에 해당한다고 간주한다고 말했습니다.

신랄한 문체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이 따위! 책 하면서 성급하게 덮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에 대한 저자의 자부심도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메트릭 스튜디오>의 저자 문병로 교수는 확률적 통계가 중시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행운에 속지 마라>를 탈레브의 대표작으로 꼽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대표작은 그래도 <블랙스완>을 꼽습니다.

프래질에서 안티프래질의 세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신화와 우화, 에피소드를 곁들여가면서 상당히 공을 들여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의 개념을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네로 황제의 어머니 아그리피나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자신을 독살하려는 욕망을 알아채고 네로의 부하가 건네줄 독약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미리 소량의 독약을 꾸준히 먹는 ‘호르메시스 hormesis’ 요법을 섰다고 합니다. 

호르메시스는 소량의 독성 물질이 우리 몸을 한층 더 강하게 해주는 요법을 일컫는 말입니다. 코로나19 백신도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채소의 장점도 채소가 함유한 비타민에 있다기보다 식물은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하여 독성물질을 함유하는데, 우리가 그 독성 물질을 소량으로 섭취함으로써 생기는 이득이라는 일부 과학자들의 의견을 소개합니다.

저자는 우리 몸에 스트레스를 가하고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통해 안티프래질을 획득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합니다. 나아가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규칙적인 식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오히려 간헐적인 단식이나 불규칙적인 식사가 더 건강에 좋다는 증거2들을 저자는 제시합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정말로 일찍 죽기를 바라는 인간이 있다면 그에게 주치의를 붙여주는 길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신랄하게 말합니다. 주치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강제하며 의원성 질환(Iatrogenesis)을 앓게 될 가능성을 높일 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한마디로 주치의들이 오히려 우리 몸을 허약하고 나약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케어를 받으면 받을 수록 깨어지기 쉬운 상태, 허약한 상태인 ‘프래질’에 빠지는 아이러니한 사례들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어갑니다.

치맛바람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었던 모양입니다. 저자는 사커맘들이 아이를 망친다고 합니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디테일하게 케어함으로써 아이의 키를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에 맞추는 어이없는 우를 범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에서도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모든 것을 알아서 케어하겠다는 하향식, 중앙집권식 국가는 위기에 취약하고 상향식 통치가 행해지는 스위스 같은 국가들이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더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프래질을 온실 속의 화초로, 안티프래질은 야생화로 비유하면 어느 정도 나심 탈레브가 말하는 개념과 일치할 것 같습니다. 온실 속의 화초를 갑자기 온실 밖으로 내어다 놓으면 비바람이 불기라도 한다면 여지없이 꽃대가 부러지겠지요. 반면, 야생화는 웬만한 비바람을 이겨냈으니 아마 끄덕 없을 것입니다.

투자에서 바벨 전략이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말하는 안티프래질을 투자에 응용하면 자산의 90%는 극도로 안전한 자산, 구매력이 보존되는 예금이나 달러에, 나머지 10%는 극도로 위험한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바벨 전략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바벨 전략은 잃게 되더라도 전 자산의 10%만 잃게 되고 이익을 보게 되면 (글로벌 금융위기나 극한의 위기 상황에서) 엄청난 수익을 노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탈레브는 바벨 전략을 비유적으로 부부 사이에도 짖궂게 적용합니다. 결혼은 의사나 회계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남자와 하고 바람은 록스타와 가끔 피우면 쾌락도 즐기면서 우월한 유전자를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비법이라는 건데요.

그렇다고 설마 이렇게 진짜로 하실 생각을 하시면 바벨 전략을 오해하시는 겁니다. 하룻밤 정사를 하는 욕망에 대해서는 이전 글 <욕망의 진화 요약 독후감, 남녀의 짝짓기 전략>을 참고해 보세요.

바벨전략의 요점은 운동을 할 때 바벨로 균형을 잡듯이 리스크가 크고 위험한 일은 10% 정도만 허용하고 나머지 90% 정도는 극도로 안전한 일을 함으로써 인생에서 크게 망하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찾아오는 기회를 위해 안티프래질을 준비하자,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안티프래질해질 수 있을까?

푸줏간 주인은 추수감사절이 되기 전, 1000일 동안 칠면조에게 먹을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칠면조는 매일 통계적 신뢰도를 조금씩 높여가면서 주인이 절대로 자신을 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칠면조는 블랙스완이 벌어지는 추수감사절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믿음을 수정하게 된다고 합니다. 

여기서 칠면조는 극도로 프래질한 생명체 혹은 시스템을 은유합니다.

가끔 자신은 남편으로부터 러블리한 케어를 받고 자식으로부터도 지극한 존경을 받고 있다는 걸 은근히 자랑하는 공주과는 어쩌면 칠면조와 같은 신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세상을 프래질과 안티프래질로 이분하여 바라보게 되는 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만나는 사람이, 우리가 일하고 있는 조직이,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가 프래질인지, 안티프래질 한지를 가늠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더 클 것입니다.

불확실성과 무작위성이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의사 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안티프래질>은 많은 인사이트를 던집니다.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프로필

책 날개의 저자 사진은 아주 강인한 인상의 거친 사나이지만 예리한 퀀트 트레이더이자 뛰어난 저술가입니다. 금융계와 학계의 위선을 사정없이 까발려 월가에서 경호원을 채용하라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는 그 답게 스스로 경호원처럼 보이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택했다고 합니다. 

그의 걸작 <블랙스완>(2007)3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격랑에서 전세계적인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뜨거운 책으로 떠올랐습니다. 그 외 저서로는 <행운에 속지 마라>(2016), <안티프래질>, <블랙 스완과 함께 가라>, <스키 인 더 게임> 등이 있습니다.

  1. 심리학과 경제학을 융합하여 인간의 판단과 선택을 분석한 ‘전망이론(prospective theory)’으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입니다. 그의 책 <생각에 대한 생각>을 참고해 보세요. ↩︎
  2. 이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바벨 전략과 마찬가지로 일 년의 대부분을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일 년 중 열흘 정도만 간헐적인 단식이나 불규칙적인 식사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역시 주치의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건가요? ↩︎
  3. 나탈리 포트만과 뱅상 카셀이 열연한 영화 <블랙스완>(2010)은 저자의 책과 무관한 주제의 영화입니다. 영화 블랙 스완은 여성의 파괴적인 욕망을 다룬 보기 드문 영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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