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론 디아즈와 톰 크루즈의 연기 앙상블이 빛난 <나잇 & 데이>(개봉 : 2010. 6. 24)는 한 여자가 첫눈에 반한 남자에게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이자 첩보 영화이다.
톰 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중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다시 본 영화가 아닐까 한다. 진부하지만 언제 봐도 킬링 타임하기 좋은 영화이다. <나잇 & 데이>는 넥플릭스에서는 내려졌고 지금은 웨이브와 디즈니에서 다시 보기 할 수 있다.
나잇 & 데이 줄거리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 준 헤이븐스(카메론 디아즈)는 차량 정비사이다. 그녀는 보스턴에 사는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위치타 공항에서 보스턴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거기서 그녀는 로이 밀러라는 남자와 ‘우연히’ 딱 두 번 부딪히게 된다. 그와 부딪칠 때마다 그녀는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 로이 밀러(톰 크루즈)는 정부 기관의 비밀 요원이었으나 지금은 쫓기는 몸이다.
로이는 인류의 미래가 걸린 에너지원을 개발한 어린 과학자 사이먼을 보호하는 과업을 수행 중이었는데, 그 에너지원을 팔아 넘기려고 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조직으로부터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준과 로이가 탑승하게 되는 비행기에는 로이를 생포하기 위한 비밀 요원들만 잔뜩 탑승하여 대기하고 있던 상태였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전혀 모르고 비행기에 탑승한 준은 “여행지의 고급 호텔에서 낯선 사람과 키스”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로이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거기다 로이는 짐칸에서 떨어지는 그녀의 가방을 잽싸게 잡아주는 기막힌 순발력을 보인다. 준은 남자들의 얼토당토않은 말에도 뿅 가고, 대수롭지 않은 순발력에도 얼굴이 빨개지며 감탄하는 그런 여자다.
준은 야릇한 상상을 이기지 못하고 급기야 화장실로 향한다. 그녀는 우연히 부딪힌 그를 운명이라 생각하고, 낯선 사람과 키스하는 것이 꿈이라는 말에 로이가 더 로맨틱하게 다가온다.
그녀는 화장실에서 브래지어를 급하게 정리하며 “한번 들이대 보는 거야!”라고 외치며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만다.
준이 화장실에서 원초적 본능의 뇌에 지배당하고 있을 때, 로이 역시 파충류 뇌의 충동에 따라 현란한 액션으로 비행기에 타고 있던 비밀 요원들을 추풍낙엽같이 정리해 버린다.
이 시퀀스는 준은 못보고 관객들만 볼 수 있는 톰 크루즈의 액션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이 짤막한 순간에 카메론 디아즈는 로맨틱 걸의 화신으로, 톰 크루즈는 액션 터프 가이로서 정수를 관객들에게 유감 없이 보여준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다짜고짜 톰 크루즈에게 키스를 퍼붓는 캐머런 디아즈의 대담성은 로맨스 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이후 <나잇 & 데이>는 로이와 비밀 요원들 간에 쫓고 쫓기는 위험한 순간들이 계속된다. 위험한 순간마다 로이는 준에게 약을 먹이고, 그녀는 다음날 아침 잠옷 또는 비키니 차림으로 몽롱하게 잠에서 깨어난다.
그녀는 위험한 순간마다 백마 탄 왕자처럼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는 이 남자의 정체에 대해서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이미 장자의 ‘나비 꿈’처럼 현실과 낭만이 어지럽게 뒤섞여버린 존은 로이의 정체와 진정성을 의심하면 의심할수록 그에게 빠져들고 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녀는 위험하고도 화려한 액션이 펼쳐지는 내내 “이 남자가 과연 날 사랑하기는 사랑하는 걸까?”라는 의심을 품지만, 그럴 때마다 로이의 품위 있고 진정성 있는 태도에 굴복하는 것이었다.
이 영화의 압권은 무기 밀매상의 호화로운 대저택에서 총알이 빗발치는 절대 절명의 순간에 존이 내뱉는 한 마디다. 이 영화의 주제를 압축하는 명대사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로~이~! 섹스가 급 땡겨요~”
남자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들을 덮친 에게 닥친 난국을 돌파해 나가려고 하는데 여자는 섹스가 급 땡긴다는 타령을 한가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준은 일에 열중하는 남성을 보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흥분이 급상승하는 여자였던 것이다. 그 흥분은 총알이 비 오듯 쏟아지면 쏟아질수록 더 강해졌고 제어할 수 없는 욕망이 되었다.
로이는 “이 남자 넘 멋지다!”라는 준의 한마디에 총알이 날아오든 말든 총을 내려놓고 그녀에게 진한 키스를 퍼붓는 걸 보면, 그 또한 그녀 못지 않다.
그녀가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할 때마다 로이가 입버럼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이 영화의 명대사이자, 사랑에 빠진 모든 여자가 남자에게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나랑 있으면 이만큼 살고, 나랑 떨어지면 요만큼 살아요.”
사랑도 어쩌면 별개 아니다. 사랑의 기하학은 마음의 기하학이기도 하다. 같이 있으면 그저 즐겁고 떨어지면 보고 싶은 것이 사랑이다.
나잇 앤 데이와 진화심리학
이쯤에서 로이와 준의 로맨틱 어드벤처를 한번 검토해 보자. 로이는 과연 얄팍한 술수로 준을 꼬드긴 것일까? 그녀는 수컷의 속임수에 넘어가 야수의 뇌에 지배당한 것일까.
인간은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파충류 뇌와 포유류 뇌를 버리지 못하고 그 위에 새로운 층을 덧댔다고 진화론자들은 말한다.
그들에 의하면 이 파충류의 뇌가 작동할 때, 인간은 대뇌피질이 아닌, 원초적 본능에 자극되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탐욕과 공포, 충동에 지배당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나잇 앤 데이>에서 로이는 그녀가 곤히 잠든 사이에 아침으로 오믈렛과 주스를 정성들여 차려 놓고 쪽지까지 남긴다. 그는 가장된 백기사(white knight)였던 것일까?
당신이 깨어날 때 마다, 풍광 좋은 알프스를 달리는 기차 안이거나 절경이 펼쳐진 무인도, 혹은 잘츠부르크의 호텔 스위트룸이라면 당신의 기분은 어떨까?
로이는 저 모든 일들을 군소리 하나 없이 헌신적으로 해냈다. 오직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준을 위한 그의 배려를 여자를 꼬드기기 위한 속임수일 뿐이라고 몰아붙이기에는 지나친 감이 있다.
더욱이 로이는 총알이 비 오듯 퍼붓는 순간에도 그녀를 위해 기꺼이 키스하지 않았던가?
한편, 준은 첫 눈에 어떻게 그를 알아 봤을까? 그녀는 그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른 채 오직 그의 외모만 보고 호감을 느꼈고 마침내 사랑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그저 감으로 그를 찍었던 것으로 보인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든 안 믿든, 인간은 원초적인 영역에서는 대뇌피질이 내리는 이성적 판단보다 파충류의 뇌가 내리는 야성적 충동이 놀랍도록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로이가 “나랑 있으면 이만큼 살고, 나랑 떨어지면 요만큼 살아요.”라고 준에게 애타게 말했던 것도 그의 원초적 본능의 외침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은 준을 향한 로이의 헌신이 일관되게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준은 안심하고 그의 품에 안길 수 있었을 것이다. 로이는 말로만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아무튼, 이 영화는 ‘첫눈에 반한 사랑’이 오히려 이성적인 판단으로 상대를 고른 사랑보다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속설을 증명하는 영화가 되었다.
아, 물론 <나잇 앤 데이>는 로이와 준이 그 뒤로도 오랫동안 사랑하면서 백년해로 했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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