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아스퍼거 증후군, 개념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노나미 츠나의 <내 남편은 아스퍼거>(알에이치코리아, 2018)는 제목 그대로 아스퍼거 증후군 남편을 둔 아내가 쓴 아내가 쓴 만화입니다. 1권은 연애, 2권은 결혼생활, 3권은 가족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쓴 노나미 츠나는 타마미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만화가로 활동 중입니다. 저자는 남편이 아스퍼거인 줄 모르는 상태에서 연애를 했고 결혼을 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이 책은 아스퍼거 증후군의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책입니다. 저자는 남편이 아스퍼거 증후군이다 보니까 그 누구보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의학적으로 정의하자면, 지적 장애 및 언어 장애를 동반하지 않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여러 임상 양상 중 하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스펙트럼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아스퍼거 증후군의 증상은 매우 다양합니다. 대개 아스퍼거는 관심 분야가 넓지 않고 특정한 분야에 과도한 관심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감각이 예민하고 사회성이 부족해 대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내 남편은 아스퍼거 증후군 1권 책표지
내 남편은 아스퍼거 증후군 1권 책표지

내 남편은 아스퍼거 1권

이 시리즈의 1권은 노나미 츠나가 남편이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걸 깨달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노나미 츠나는 결혼 전에는 이 남자, 좀 특이하네 생각했을 뿐이었다고 합니다. 남편의 인상이 너무나 착해 보였고 온순하고 겉과 속이 똑 같아서 좋은 사람이라 결혼까지 하게 되었겠지요.

저자는 결혼해서 같이 살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뭔가 좀 이상하네, 라고 여겨지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고 하는데요.

남편은 분위기 파악을 잘하지 못했고, 사람과의 심리적 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종종 했다는 겁니다. 남편은 작은 구멍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스퍼거증후군들은 일상을 ‘작은 구멍으로 밖을 바라보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데, ‘작은 구멍으로는 바깥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앞뒤가 보여도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매뉴얼이나 암묵적인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대응이나 처리 방법에 곤란을 느끼며, 어느 순간 사회에서 고립되고 맙니다. (91쪽)

“작은 구멍으로 밖을 바라보는 것 같다.”라는 표현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작은 구멍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니 관심 분야가 좁아지고 깊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책에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남편과 같이 사는 고통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노나미 츠나는 남편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남편도 잘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본인도 아닌 자신이 캐내는 것이 너무나 힘든 일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남편은 연락이 오면 응대를 하긴 하지만 스스로는 먼저 연락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인연이 다 끊기고 마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픔도 저자는 토로합니다.

저자는 남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을 수없이 겪은 다음에야 항상 곁에 있다고 생각했던 남편이 훨씬 이전부터 항상 저 멀리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가장 마음이 아팠습니다. 항상 곁에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저 멀리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을 테니까요.

사실, 이러한 경험은 비단 아스퍼거가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도 한번쯤 겪게 되는 아픔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고 산다는 것이 원래부터 불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노나미 츠나의 남편이 화를 잘 내지 않고 사람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아스퍼거 증후군의 증상 중의 하나이기도 하지만요.

그럼에도 노나미 츠나는 남편에 대한 희망을 내려놓지 않습니다. 마음이 통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이해하면 아주 조금은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희망 말입니다.

저자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편이 잘 살아가기 위해서 용기를 내기를 희망하며 1권의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아스퍼거 이야기 소개

이 분야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쥘리 다셰(Julie Dachez)가 쓴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이숲, 2017)을 추천합니다.

쥘리 다셰는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은 사회심리학 박사로 아스퍼거로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어릴 때 발견하면 예후가 좋으나 판정이 힘든 탓에 성인이 되어서야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노나미 츠나의 남편과 쥘리 다셰도 그런 경우인데 성인이 되어서는 완치가 불가능 하므로 주위의 변함없는 지지와 스스로 노력을 하며 안고 살아가야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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