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요약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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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대니얼 카너먼의 역작 <생각에 관한 생각 Thinking, Fast and Slow>(이창신 옮김, 김영사, 2018)은 2012년 번역 출간되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행동경제학의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 요약

<생각에 관한 생각>은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대니얼 카너먼과 그의 파트너 아모스 트버스키의 연구 성과와 그간 있어왔던 다양한 행동경제학의 연구 결과들을 5부에 걸쳐 상세하게 정리한 책이다.

대니얼 카너먼 프로필

1934년 3월 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출생했다. 예루살렘 헤브루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에서 심리학을 강의했다.

심리학과 경제학을 융합하여 인간의 판단과 선택을 분석한 ‘전망이론(prospective theory)’으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전망 이론은 1979년 처음 발표된 이 이론으로 1979년은 ‘행동경제학의 원년’으로 명명되었고, 그는 행동경제학의 아버지가 되었다.

책 표지
책 표지

이 글에서는 우리가 판단할 때 뇌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 흔히 발생하기 쉬운 판단 오류 중의 하나인 평균 회귀,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중심으로 요약 정리하고 우리 삶을 보다 풍요로운 관점에서 조명해볼 수 있는 이야기하는 자아와 경험하는 자아를 소개하면서 마무리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 주요 내용

시스템 1 VS 시스템 2

대니얼 카너먼은 우리가 판단과 선택을 할 때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명명하여 그 둘을 우리 속에 깃든 두 인물처럼 비유적으로 설명한다.

시스템 1을 간단히 설명하면, 저절로 빠르게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노력이 거의 또는 전혀 필요치 않고, 자발적 통제를 모르는 고삐 풀린 충동에 휘둘리는 본능에 가깝다. 어떤 심리학자들은 이를 파충류의 뇌라는 개념으로도 설명하곤 한다.

시스템 2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정신 활동 – 흔히 주관적 행위, 선택, 집중과 관련해 활동하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시스템 1은 시스템 2에 인상, 직관, 의도, 감정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시스템 2가 이를 승인하면, 인상과 직관은 믿음이 되고 충동은 자발적 행동이 된다고 한다.

시스템 2는 시스템 1이 대답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때 작동하게 되는데, 예컨대 주의력 집중이 필요한 복잡한 계산 문제나 야간 운전, 화가 나거나 깜짝 놀랐을 때 시스템 2가 작동하여 시스템 1의 평온을 되찾아주는 역할을 맡는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는 매우 효율적인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서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올리려는 긴 진화과정의 한 산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시스템2가 너무 게을러서 시스템 1의 제안을 왠만해서는 거의 또는 전혀 수정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데 있다. 평상시에는 우리가 받은 인상을 믿고, 우리 욕구에서 나온 행동을 믿어도 대개는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시스템 1만으로는 처리가 어려운, 복잡한 상황들이 너무 많아졌다. 진화적으로 우리 조상들이 사바나 초원에서 맹수를 피하고 과일을 따먹으며 보낸 대부분의 기간 동안 시스템 2는 거의 가동되는 일이 없었고 시스템 1만 가동되었을 것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는 게으른 시스템 2가 나서지 않고 시스템 1에만 의존해서 생기는 여러 가지 오류와 생각의 편향들이 사례와 함께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157쪽 이미지
157쪽 이미지

위의 그림을 보고 시스템 1은 어림짐작으로 제일 오른쪽 사람이 제일 크다고 재빨리 속단해버린다. 시스템 1은 보이는 대로 쉽게 판단하는 버릇이 있고 게으른 시스템 2가 나서서 자로 재어 세 사람이 사실은 크기가 같다고 수정해주지 않는 이상 편견은 확신으로 굳어진다.

이러한 시각적인 착시 효과는 재미로 넘길 수도 있지만 금융이나 투자 분야에서 어림짐작이나 인과관계 착오, 근거 없는 자신감 등이 착시 효과처럼 오류를 일으킨다면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수많은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이 흔히 겪는 6가지 착각에 대해서는 아래 글 참고. 주의력 착각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실험 동영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고릴라 실험, 6가지 착각이 불러일으키는 근자감

<블룸버그>가 ‘세계 금융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대니얼 카너먼을 선정하고 투자 관련 서적 등에서도 <생각에 관한 생각>을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하면서 과대 평가된 측면도 있지만 이 책에 인사이트가 풍부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평균 회귀

대니얼 카너먼은 통계학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골치 아파하는 ‘평균 회귀 regressio to the mean’를 설명하면서 대다수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진술을 인용한다.

“대단히 똑똑한 여성은 자기보다 덜 똑똑한 남성과 결혼하는 성향이 있다”
– 본문 275쪽

파티에서 사람들에게 이 말을 꺼내면 대부분 흥미로운 대화를 유도할 수 있었던 경험을 저자가 말한다. 그가 이런 말을 하면, 통계를 조금 안다는 사람도 인과관계 해석을 내놓지 못하더라는 거다. 아주 똑똑한 여자는 똑똑한 남자와의 경쟁을 피하려 하거나, 똑똑한 남자는 똑똑한 여자와 경쟁하길 원치 않으니 여자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 타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해석하는 게 고작이다.

그에 따르면 위의 진술은 사실 “두 배우자의 지능 지수 사이의 상관 관계는 완벽하지 않다”라는 전혀 흥미롭지 않은 진술과 수학적으로는 동일한 진술이다. 아주 똑똑한 여자가 평균적으로 자기보다 덜 똑똑한 남자와 결혼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불가피한 일이라는 것이다. 평균 회귀와 관련된 더 깊은 통계학적 통찰을 제공하는 사례들에 관심이 있으시면 이 책의 세부 내용을 참고해 보시라.

알고리즘

간단한 알고리즘의 유용성과 관련하여 저자가 인용한 로빈 도스의 재미있는 공식 하나를 소개한다. 로빈 도스는 결혼 생활의 안정성에 대한 예측은 복잡한 공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 단순한 공식으로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결혼생활의 안정성 = 부부관계 횟수 – 부부 싸움 횟수”

여기서 마이너스 결과가 나오시는 분들은 당장 부부 관계 횟수를 늘리든지, 부부 싸움 횟수를 줄이든지 해야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전문가들이 여러 변수들을 조합해 만든 복잡하고 난해한 공식이나 직관보다 이 단순한 알고리즘이 훨씬 예측력이 높다. 정치나 사회, 금융 분야에서 복잡하고 온갖 난해한 알고리즘들을 동원한 전문가들의 예측력은 거의 언제나 빵점이지 않던가.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긴 여정으로 안내한 저자는 5부에서 우리 속의 두 자아를 소개하며 이 책을 마무리한다. 우리는 ‘기억 자아’는 소중히 대하면서 정작 ‘경험 자아’에는 무관심하고, 인간은 기억 자아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음을 고찰한다.

기억하는 자아 VS 경험하는 자아

여행을 떠날 때에는 즐거운 경험을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거의 늘 사진만 잔뜩 찍고 돌아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곤 한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저자가 말하는 기억 자아가 관여하기 때문이다.  

시스템 1이 좌우하는 기억은 고통이나 쾌락이 가장 강렬했던 순간(정점)과 그것이 끝날 때의 느낌을 대표적으로 기억하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끝이 나쁘다고 해서 전체가 나쁜 것은 아닌데도 이혼으로 결혼 생활이 실패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고, 실연의 아픔이 크게 다가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그 이야기가 잘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다. 기억하는 자아는 우리 삶을 가장 강렬했던 순간을 중심으로 우리 삶을 평가해 버리고 말지만, 우리는 제대로 기억되지 못하는, 더 긴 시간을 ‘경험하는 자아’와 보내고 있다. 

그러니 훗날 잘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경험하는 순간들을 의식적으로나마 소중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우리들이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전체의 삶을 돌아보고자 할 때 이 책은 인생을 보다 풍부하게 바라다 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 부록

이 책의 부록에는 노벨상 위원회가 심리학자에게 최초로 노벨상을 부여하게 된 두 개의 논문이 실려 있다. 노벨상 수상에 기여한 논문이 이토록 짧고 단순하다는 것에 저자의 말대로 놀라고 말았다.

우리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생각이 꼬이기 마련이다. 때론 단순하고 그냥 해 보는 것이 좋다. 대신 결정적인 순간에만 시스템 2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생각의 유연성을 평소에 길러두면 된다. 그 외에는 그냥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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