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뇌, 일상에서 기억력을 강화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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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교수 대니얼 샥터의 <도둑맞은 뇌>(홍보람 옮김, 인물과사상사, 2023)는 진화 심리학 관점에서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하는 교양서입니다.

책 제목이 자극적인데, 설마 뇌를 도둑맞는 사람은 없겠지요. 관심을 끌려는 편집자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도둑맞은 기억력으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Seven Sins of Memory Updated Edition입니다.

도둑맞은 뇌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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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

저자 대니얼 샥터는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를 소멸ㆍ정신없음ㆍ막힘ㆍ오귀인ㆍ피암시성ㆍ편향ㆍ지속성으로 분류하여 설명합니다.

‘소멸’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을 말하고, 정신없음은 정신이 산만하여 기억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고, 막힘은 기억은 하고 있지만 저장된 기억을 불러오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오귀인은 뉴스에서 본 사건을 지인이 해준 말로 잘못 기억하는 것을 말하고, 피암시성은 암시로 말미암아 과거의 기억이 왜곡되는 현상을 지칭합니다. 편향은 현재의 지식으로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것을, 지속성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기억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도둑맞은 뇌>은 기억에 관한 그간의 모든 연구 성과를 망라한 책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444쪽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을 요약하기 보다 제가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대목들을 소개하고 일상에서 기억력 향상을 위해 우리가 비교적 쉬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저자가 제시하는 기억에 관한 세 가지 예시입니다.

  1. 한 남자가 골프공을 티에 얹어 페어웨이에 똑바로 떨어지게 쳤다. 파트너가 공을 치는 동안 잠시 기다린 그 남자는 자기가 첫 드라이브를 쳤다는 것을 잊은 채 공을 다시 티에 얹었다.
  2. 한 남자가 안경을 소파 끝에 놓았다. 그리고 몇 분 후, 남자는 자신의 안경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해 30분 동안 집 안을 뒤지며 찾았다.
  3. 한 남자가 은행을 털려고 했으나 쉽게 잡혀 버렸다. 그가 복면 쓰는 일을 까먹었기 때문이다. (본문 93쪽)

어때요? 다들 이런 유사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 잘 알고 있었던 배우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혀 끝에서만 그 이름이 맴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시에서처럼 안경을 찾았던 적도 수도 없이 많았고요. 심지어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면서도 휴대폰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안 나, 찾은 적도 몇 번 있습니다. ㅠ

예시 3번은 극단적인 경우인데요. 은행을 털려고 간 남자가 복면 쓰는 일을 까먹다니! ㅋㅋ 거짓말 같지만, 이 남자의 이야기는 실화랍니다. 2009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하는데요. 심지어는 이 남자는 총을 가져가야 했지만 그것을 까맣게 잊었고, 급기야 총을 가져와서 위협한 다음에 돈을 했다고 하네요.

위 세가지 예시는 표면상으로는 모두 비슷한 종류의 빠른 망각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와 반대로 각각 매우 다른 이유로 일어났을 확률이 크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1번 예시의 남자는 자신이 첫 샷을 친 기억을 까맣게 잊어버린 전형적인 기억 소멸에 해당하고, 2번 예시의 남자는 정신없음으로 인하여 안경을 어디에 두었는지 아예 기억하지 않은 경우이고, 3번 예시의 남자는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은행을 털려면 복면을 써야 한다는 기억을 인출(기억의 막힘)하는데 실패했기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일상 생활에서 기억력을 강화하는 방법

그럼, 이러한 기억의 소멸을 최대한 늦추고 막힘을 해소할 수 있는 기억력 강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요?

모임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난감했던 적은 아마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또 약속을 까맣게 잊거나 약을 제 때에 챙겨 먹어야 하는데 빠트린 적도요. 무더운 여름 날, 아이를 차 안에 두고 내려 믿기 어려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 한 부모의 이야기도 뉴스를 통해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이러한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를 막고 기억력을 강화하는 방법들은 저자는 학술적으로 논의를 이끌어가지만 이 글에서는 일상 생활에서 기억력을 강화는 방법을 뭉뚱그려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처음 정보를 받아들일 때 얼마나 정교하게 부호화하였는가에 따라, 그리고 저장 후에는 인출하는 빈도에 따라 기억의 소멸 곡선의 기울기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기억의 소멸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처음 정보를 받아들일 때 연관된 정보와 연결하여 저장하는 습관을 들이고, 자주 그 기억을 회상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일화 기억 같은 경우에는 일기를 쓰는 것이 방법 중의 하나가 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저자는 ‘미래 기억’이라고 부르는데, 약을 챙겨 먹거나 어떤 사람을 만나기로 한 약속 등은 그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단서’들을 촘촘하게 마련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예컨대, 식후 복용하는 약이라면 칫솔 부근에 약을 둔다면 칫솔질 후 바로 약을 먹을 확률이 올라가겠지요. 사람을 만날 약속도 메모지에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거나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약속을 떠올릴 수 있는 단서들을 구체적으로 배치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이 책은 여러 번 읽어야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한 번 읽고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지만 세월이 흐른 뒤, 아마도 1년이나 2년 뒤에는 내가 <도둑맞은 뇌>를 읽은 사실조차 기억 못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들었습니다. 두어 번 보지 않은 이상은요.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기억력과 관련하여 도움될 만한 내용들도 많았습니다. 일테면 시험을 앞두고 10시간을 몰아치기 하는 것보다 1시간씩 10일을 공부하는 것이 기억에는 더 효과적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기억력 감퇴나 기억력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세상에 왕도는 없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기억력도 자주, 반복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 같습니다.

함께 읽을 만한 책

이 책과 함께 읽어보면 좋은 책으로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요약 서평↗마이클 모부신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 실천전략↗을 추천해 드립니다.

전자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이 쓴 책으로 기존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을 분석한 역작이고, 후자는 투자 전략가가 운과 실력의 상관 관계에 대해 쓴 책입니다. 둘 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탁월한 통찰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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