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의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생각비행, 2015)은 원화와 외화의 움직임 그리고 환율과 금리의 흐름과 당국의 조절 매커니즘을 삼불 일치론의 관점에서 강의식으로 설명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2015년 초판 출판된 이래 2021년까지 매년 개정판을 냈는데요. 본 리뷰는 초판본을 중심으로 한 리뷰입니다. 2021년 개정판에서는 코로나 이후의 금융 정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절판되었네요.
저자 임경 소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입사하여 금융시장 분석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고, 수원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 《금융인을 위한 보고서 쓰기》, 《환율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등이 있고, 논문은 〈통화정책수단의 거시경제변수에 대한 선행성에 관한 실증연구〉, 〈투자자의 자금흐름과 투자자심리에 대한 연구〉 등이 있습니다.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주요 내용
이 책은 612페이지로 두께가 상당합니다. 상당한 두께이지만 일주일간 강의 형식으로 책을 구성해 독자들이 최대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 책이라는 느낌입니다. 문체도 경어체입니다.
저자가 한국은행에 근무했기 때문에 금융 정책 당국자가 시장을 바라보고 관점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삼불일치론이란
저자는 어느 국가든지 통화 정책과 외환 정책은 삼불일치론을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요.
삼불일치론(impossible trinity, 또는 trilemma)은 어는 국가든지 자본 자유화, 환율의 안정성, 독자적인 통화정책 중에서 2개만 취할 수 있다는 가설입니다. 셋 다를 취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저자 임경은 “공부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잘 모른다는 사실을 얼마나 길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의 차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래서인지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금융 정책을 아주 길게 최대한 늘어뜨려 쓴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읽다가 살짝 졸기도 하는 그런 책입니다.^^
우리나라 IMF 외환위기 원인
저자는 우리나라 IMF 외환위기와 아시아 외환위기 원인도 삼불일치론에서 찾았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수출 기업들을 위해 고환율을 유지하고 있었고, 수출 기업들과 금융기관은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여 선물환을 과도하게 매도하는 바람에 외환위기를 불러왔다는 주장입니다.
외환 위기를 삼불일치론으로 설명하면 단순하기 하지만 뭔가 깨운한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외환위기를 비롯한 금융위기 원인에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한 만큼 어느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보다는 우리나라의 외환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의 과도한 채무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이 보다 설득력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도 <금융위기 템플릿>에서 한국의 버블 형성 과정을 이런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독후감
하지만, 원화와 외화의 관계를 기초적으로 살펴보는데 이 책이 쓰임새가 있는 만큼 환율과 금리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강의를 하는 듯한 경어체로 쓰인 책을 읽고 있으면 지루함도 몰려옵니다. 책은 경어체보다는 간결하고 어투가 더 집중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강의를 듣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은 사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아주 다른 형식의 행위인데, 무조건 경어체로 쓰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제 수지가 어떻고, 외환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국외 부분 통화가 어떻게 증감 되고, 거기에 따라 환율이 어떻게 결정되고 금리는 또 어떻게 정해지는지, 이 복잡한 과정을 책 한 권으로 이해하기는 대단한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한 권 한 권 읽어가다 보면 개념이 잡히고, 원리가 이해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 책은 나와 궁합이 잘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남은 것이 있었으리라 생각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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