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정석, 돈의 탄생에서 종말까지 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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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단군 이래 돈 벌기 가장 시대가 지금이라고 말입니다. 아마도 그 말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고 하는 말이겠지요.

오늘은 <벌거벗은 경제학>의 저자 찰스 윌런의 <돈의 정석>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돈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탐구한 교양서입니다.

저자 찰스 윌런 소개

다트머스대학교 록펠러센터에서 공공정책 교수이자 선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을 지냈고,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습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는 시카고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에서 강의를 했는데, ‘교양과목 올해의 교수’에 선정된 것으로 보아 강의를 잘했던 교수였던 것 같습니다. <돈의 정석>도 재미있게 잘 읽히는 책입니다.

저서로는 일명 ‘Naked’ 시리즈라 불리는 <벌거벗은 경제학>과 <벌거벗은 통계학>, 그리고 <지독하게 리얼하게 10.5> 등이 있습니다. <돈의 정석>도 원제는 ‘Naked Money’입니다. ‘벌거벗은 돈’하면 조금 이상한가요?

돈의 정석 책표지
돈의 정석 책표지

책의 구성

이 책은 돈을 둘러싼 경제 행위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룹니다. 1부 돈이 만드는 세상에서는 돈의 탄생과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을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물가와 금융 위기들을 살펴보고 환율과 중앙은행의 업무와 역할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2부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에서는 미국 화폐의 역사와 일본과 유로의 위기를 다루고 미국과 중국의 통화 전쟁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짚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화폐와 통화 정책의 미래를 논하며 결론을 맺습니다.

돈의 정석 주요내용

돈의 탄생 신화

먼저 돈이라는 이상한 물건은, ‘통화 currency’가 유통되는 지폐와 동전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돈 Money’은 더 넓은 개념으로 통화를 비롯해 구매를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이나 신속하게 통화로 전환할 수 있는 자산이 포함된 개념입니다.

우리나라 오만 원권 지폐의 생산원가는 한국은행에서 밝히고 있지 않지만 아마도 5백 원도 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모두는 신사임당이 그려진 종잇조각을 5만 원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대우하며 소중하게 다룹니다.

저자 찰스 윌런은 재미나는 비유를 들어가며 돈의 탄생 신화에 대해 설명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제대로 돈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 돈은 단지 ‘종잇조각’에 불과했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현대의 화폐가 신뢰를 기초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북한의 화폐 개혁과 인도의 루피화 등 세계 도처의 돈과 관련된 수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재미나게 설명합니다. 그럼 돈이 신뢰성을 상실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플레이션은 나쁜 놈

돈이 신뢰를 잃어버리면 화장실 휴지보다 더 못한 취급을 받게 됩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한 화장실에는 실제로 아래 이미지와 같은 경고문이 붙었다고 합니다. “변기에는 화장지만 버리고, 짐바브웨 달러는 버리지 말 것”

짐바브웨 달러 인플레 경고문
짐바브웨 달러 인플레 경고문

2008년 7월 4일, 하이퍼인플레이션이 극에 달했을 때,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한 바에서 파는 맥주 한 잔 값이 1000억 짐바브웨 달러였는데, 한 시간 후에는 같은 바에서 파는 같은 맥주가 1500억 짐바브웨 달러가 됐다고 합니다.

짐바브웨 달러가 온 나라에 넘치도록 유통되는 바람에 가치가 너무 떨어져서 상인들은 지폐를 세는 대신 무게를 재서 받다가 급기야는 화장실 변기도 받아주지 않는 신세로 전락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의 반대인 디플레이션의 경우는 어떨까요?

디플레이션은 더 나쁜 놈

인플레이션이 이렇듯 나쁜 것인데 , 경제학자들은 디플레이션이 더 나쁜 놈으로 규정하는 듯합니다. 저자 찰스 윌런은 어려운 개념들을 직관적으로 알기 쉽게 비유적으로 설명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듯합니다.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상황을 직관적으로 이렇게 설명합니다.

“첫 잔 마시고 두 번째 잔을 주문하는 사이에 맥주 값이 500억 달러 인상되면 짜증 난다는 사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맥주 값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면 어떨까?”

맥주 값이 떨어지고 있다면 술 약속을 오늘 밤이 아니라 다음 주로 미루고 싶어질 것이고, 바 주인은 장사가 잘 안 되니 맥주 값을 더 많이 내림으로써 전체적인 디플레이션에 일조하게 될 것입니다. 

물가가 떨어지면 임금도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집은 물론 기타 자산 가치도 떨어지고 있는데 은행에는 매달 같은 액수의 돈을 갚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빚의 실제 가치는 점점 올라가고 자산은 하루라도 빨리 파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모두가 자산을 팔기 시작하면서 결국은 금융 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1989년 초 일본은 디플레이션으로 촉발된 경기 하강 국면으로 들어가 잃어버린 30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약간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경기 활성화에는 더 좋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비트코인의 미래

요즘 비트코인이 또다시 무서운 폭등세를 연출하고 있는데요. 저자는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계산 단위가 되지 못한다는 한계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가지는 단점 때문에 화폐로서 가능성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립니다. 

어떤 화폐가 계산 단위로서 기능하려면 예측 가능한 구매력이 장기간 보장되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급등락이 너무 심하다는 것입니다. 또 중앙은행이 언제든 새로 찍어 낼 수 있는 명목화폐와 달리 채굴될 수 있는 비트코인의 양은 표면적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화폐로서 기능하기에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경제학자들은 현대 경제에서는 본질적인 가치가 없는 화폐가 고정된 양의 특정 실물에 본위를 두고 발행되는 화폐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데요. 이는 반직관적이기는 하지만 금융위기 극복 사례들을 보면 어느 정도는 실증되었다고 보입니다.

마치며

간략하게 <돈의 정석>을 소개해 보았습니다. 이 외에도 환율과 금, 미중 통화 전쟁 등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에 대하여 저자 특유의 경쾌한 문체로 풀어낸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 책 표지에는 “인생의 격을 높이는 최소한 교양”이라는 부제가 큼지막하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돈을 공부해야만 되는 시기에 살고 있다는 것이 씁쓸하긴 하지만 속물적인 어감이 묻어나는 ‘돈’을 최대한 ‘교양 있게’ 풀어낸 <돈의 정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돈의 정석>은 ‘돈’이라는 타이틀을 단 수많은 국내 서적과는 결이 많이 다른 책입니다. 이 책은 돈을 벌기 위한 책이기 보다 돈을 경계하라는 교양 입문서 성격의 양서입니다.

투자에 도움될 만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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