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대안으로 나쁘지 않다. 무선으로 TV에 연결해 보면 그런대로 볼 만하다.
외계인을 소재로 한 SF 액션 스릴러물 <디스트릭트 9>을 선택했다. 2009년 개봉했으니 아주 오래된 영화다. 영화 배경도 남아공이고 감독과 주연배우도 모두 남아공 출신이다. 그런데도 할리우드 영화처럼 보인다.
닐 블롬캠프 감독은 이 영화로 장편 영화에 데뷔했는데, 1980년대 유행했던 <터미네이터>나 <로보캅>들을 사랑한 감독의 감성이 잘 묻어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의 모습이 첨단을 달리는 세련미를 찾아볼 수 없는 건 아마도 감독의 취향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디스트릭트 9>의 줄거리와 설정은 외계인을 소재로 한 기존의 SF 액션 영화들과 판박이다.
즉,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우주선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나타나고, 조사 결과 우주선 안에는 전염병에 걸려 죽어가는 외계인들이 바글거리고 있다.
지구인들은 외계인들을 구출해 ‘디스트릭트 9’이라는 불리는 수용시설에 외계인들을 격리시키고 28년간 관리한다.
외계인 관리를 맡은 군수업체 MNU는 디스트릭트 9에서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자 ‘디스트릭트 10’이라는 불리는 새로운 강제 수용시설로 강제이주를 시키려는 작전을 실행한다.
강제이주 작전의 책임자가 된 비커스(샬토 코플리 분)는 외계인들에게 강제퇴거에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외계 물질에 오염돼 끔찍한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다.
이후의 이야기들은 스포일러에 해당되지만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고 있는 비커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외계인과 연대의식을 느끼고 우정으로까지 발전해 간다는 설정이다.
<디스트릭트 9>은 해외에서는 평론가들의 호평에 이어 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다. 물론 흥행에도 대박을 터트렸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웬일인지 관객 84만 명에 머물렀다.
영화를 같이 본 지인도 어이없어 했다. 개봉 당시로부터 10년이 훌쩍 넘어서 그럴까?
우주선에 백만명이 타 있었다는 설정, 쓰레기를 뒤지는 곤충을 닮은 볼품없는 외계인들이 사실은 지구문명을 훨씬 뛰어넘는 선진 종족이라는 설정, 탈출 과정에서 아무렇게나 전개되는 액션 씬들이 어이없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그건 그렇고, 1980년대 유행했던 SF 액션 스릴러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도 그리 나쁜 선택지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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