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 다윗과 골리앗, 싸움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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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 글래드웰은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슈를 선별하여 번뜩이는 문장으로 이야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의 저작 <다윗과 골리앗>은 도저히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았던 약자들이 강자들을 상대로 싸워 이긴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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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싸움의 기술

<다윗과 골리앗>은 21세기북스에서 선대인 번역으로 2014년 출간되었고, 2020년 김영사에서 김규태 번역으로 ‘거인을 이기는 기술’이라는 부제를 달고 새롭게 출간되었다.

2020년판 책표지
2020년판 책표지
2014년판 책표지
2014년판 책표지

말콤 글래드웰은 양치기소년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상대로 자신의 약점이 강점이 되고 골리앗의 강점이 약점이 될 수밖에 없게 하는 전략을 선택해 눈부신 승리를 거두는 장면에서 기나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에서 다윗은 약자들의 상징으로, 골리앗은 강자들의 상징으로 비유된다. <다윗과 골리앗>에는 강자들을 상대로 싸워 이긴 많은 사례들이 등장한다. 아주 감동적인 이야기들이다.

난독증과 실패를 다루는 능력

난독증이 있는 게리 콘의 성공 스토리는 인간 승리, 완전 감동 스토리 그 자체이다. 미래에 금융계의 거물이 될 게리 콘은 난독증으로 초등학교 시절 1년을 낙제했다.

게리가 이 학교 저 학교를 전전하다 천신만고 끝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었을 때 그의 어머니는 봇물 터지듯 눈물을 쏟아냈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게리 콘은 컨디션이 좋은 날에도 22페이지를 읽는데 여섯 시간이 걸렸다. 첫 직장도 로렌스 G. 맥밀란의 <전략적 투자로서의 옵션>이란 책을 겨우 읽어내고,그것도 허풍을 쳐서 따냈다. 그리고 그는 골드만삭스의 회장이 되었다.

게리 콘은 난독증 환자가 가진 한 가지 특성을 이렇게 말한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에는 실패를 다루는 능력이 매우 극도로 발달되어 있다”고 말한다. 난독증이 아니었더라면 잠자고 있었겠지만 난독증으로 인해 그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성공한 기업가들 가운데는 난독증 환자가 꽤 많다. 줄리 로건의 연구에 따르면 그 숫자는 대략 3분의 1에 이른다.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찰스 슈워브, 미국 최대 온라인 증권사 창립자인 찰스 슈와브도 난독증 환자다. 그들에게 난독증은  운좋게도 바람직한 역경으로 작용했다.

결점을 가진 약자들이 승리하는 방법

뒤집힌 U자형 곡선

그렇다면 결점을 가진 약자들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말콤 글래드웰은 심리학자 베리 슈워츠와 애덤 그랜트의 논문에서 뒤집힌 U자형 곡선을 가져와 이를 설득력 있게 쉽게 설명한다.

뒤집힌-U자-곡선
뒤집힌 U자형 곡선(72쪽), X축에 소득을 Y축에 양육이나 행복을 대입해도 된다. 뒤집힌 U자형 곡선은 기업의 성장과정에 적용해도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뒤집힌 U자형 곡선을 따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심리학의 여러 영역에 걸쳐서 어느 지점까지는 X가 Y를 증가시키지만, 그 뒤로는 Y를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줄지 않는 장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긍정적인 특성, 상태 그리고 경험은 일정하게 높은 수준에서는 혜택을 능가하기 시작하는 비용을 치르게 된다”

우리나라 재벌 3세들의 일탈을 보면 이런 현상들을 잘 이해할 수 있다. 행복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연 소득이 약 7만 5천달러 선에 이르면 돈이 사람들을 더 이상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가난이 자녀 교육을 힘들게 하는 것만큼 너무 많은 돈도 자녀 교육을 망치게 한다. 

뒤집힌 U자형 곡선은 학급 크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학급 인원 수가 적을수록 양질의 수업 환경이 조성된다고 직관적으로 생각하지만 어느 선(대략 18명 ~ 24명)을 넘어 더 작아지면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다. 뒤집힌 U자형 곡선은 장점이 단점으로 바뀌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

심리학자 허버트 마시가 개척한 ‘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도 이러한 현상을 잘 설명한다. 용꼬리보다는 닭 대가리가 낫다는 우리나라 속담의 미국 버전이다. 우리나라 속담이 이렇게 글로벌하다.

큰 물고기-작은 연못 이론은 대학 선택을 앞둔 이들에게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 준다. 많은 학부모들은 근거 없이 무조건 일류 대학에 자녀를 가라고 한다. 최상위 대학교들이 여러모로 자녀들에게 성공의 많은 기회를 더 많이 줄 것이란 믿음에서다.

그러나 말콤 글래드웰은 대학을 졸업한 이들의 논문 실적 비교를 통해 이 믿음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30위 이하 대학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전세계 최상위라할 만한 아이비리그 7개 대학의 최상위권의 학생들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보다 상당히 더 좋은 실적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30위 이하의 대학은 아이비리그 출신이라면 발을 들여놓는 것조차 끔찍하게 생각할 정도로 바닥권 순위의 대학들인데, 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는 걸까? 큰 연못이 최상위권을 제외하고는 모두의 기를 꺾어 놓았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수재들이라도 천재가 모인 곳에 가면 바보가 되어 버린다. 바로 큰 연못의 위험성이다. 대신 작은 연못에 간 큰 물고기들은 자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회를 극대화시키며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는 뜻이다.

글을 마치며

투자의 세계에서 개미투자자들은 다윗이다. 어떤 전략과 철학으로 투자에 임하느냐에 따라, 어떤 싸움의 기술을 가지고 나가느냐에 따라 승패는 갈라질 것이다. 승패가 갈린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실패를 다루는 능력을 기르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뒤집히 U자형 곡선과 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는 우리 삶에서 철학적 성찰을 던져준다. 너무 많은 욕심, 너무 큰 물은 득보다 해가 될 때가 많다. 어떤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 앞으로 매일매일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이 책에 대한 비판은 <무기화된 거짓말, 가짜 뉴스 거르는 비판적 사고법>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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