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이 도모유키의 <명탐정의 제물>(구수영 옮김, 내 친구의 서재, 2023)은 일본 본격 추리 소설 마니아가 최근에 가장 재미 있게 읽은 추리 소설로 꼽은 책이다.
<명탐정의 제물>은 1978년 11월 18일, 가이아나 존스타운에서 발생한 사이비 종교 인민 사원(人民寺院, Peoples Temple, 교주 짐 존스)의 신도 900여명이 집단 자살한 사건1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간 이 불가사의한 사건에 대해 수많은 연구가 행해졌는데, <명참정의 제물>은 사건 원인과 결말에 대한 추리 소설가가 제시한 신박한 결론인 셈이다. 이 불가사의한 사건은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이현우 옮김, 21세기 북스)을 통해 국내에도 재조명된 바 있다.
명탐정의 제물 줄거리
작가 시라이 도모유키는 첫 장에서 역사상 실재했던 아프리카의 가이아나 공화국에서 발생한 인민 교회2살인 사건을 끌어옴으로써 자신의 추리 소설에 스케일을 키우는 동시에 예사롭지 않은 리얼리티를 부여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어지는 전일담은 일본 미야기 현 이시노마키 시에 있는 비 내리는 항구로 옮겨 간다. 1978년 10월 30일, 민박집 ‘우미노니와’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렸고 명탐정 요코야부 유스케가 죽었다.
드디어 <명참정의 제물>의 주인공 탐정 오토야 다카시가 등장한다. 그는 조수 아리모리 리리코를 대동하여 라이벌이었던 요코야부 유스케의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이시노마키로 향한다.
리리코는 도쿄 대학 문학부의 종교학 연구실에 소속된 대학생으로 그가 고용한 아르바이트 생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오토야 다카시는 그저 생각나는 대로 추리하는 듯하고, 밀실 살인 사건은 조수 아리모리 리리코의 추리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
요코야부 유스케의 살인 사건의 추리 과정을 보면 세밀하면서도 뭔가 B급 감성이 물씬 지배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이 B급 감성이 <명참정의 제물>을 끌고 가는 키 포인트이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는 주된 분위기이다.
어쨌든 리리코의 추리에 의하면, 요코야부 유스케는 10여 전에 일본을 뒤흔든 희대의 살인마 108호에 의해 살해를 당했으며, 108호는 요코야부를 108호로 오인하게 만들고 자살을 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자신의 총을 객실에 두고 나갔으나, 의식이 남아있었던 요코야부가 창밖 도로에 있던 108호를 쏴 죽이고 총을 뒤뜰 연못에 던짐으로써 밀실 살인 사건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리리코는 자신이 지적하지 않았으면 요코야부 씨가 108호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을지도 모르고, 탐정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는 말을 오토야에게 남기고 미국 종교학회 세미나에 참여하러 간다.
그런데 리리코는 10월 6일에 귀국하여 7일부터 탐정 사무소에 복귀할 수 있을 거라는 말과 달리 10일이 되었는데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명탐정 오토야는 본의 아니게 인민교회 집단 살인 사건의 한복판으로 회오리처럼 빨려 들어가게 된다.
오토야가 리리코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 리리코는 미국과 소련의 정권 양쪽 모두에 깊은 끈을 가진 미국의 사업가 찰스 클라크에 고용되어 인민 교회를 조사하기 위해 가이아나에 파견되었다는 것이다.
클라크가 모집한 조사단 멤버는 후에 알게 되지만, 리리코 외에 명망 높은 정신과 의사 조디 랜디, 전직 FBI 수사관 알프레드 덴트, 한국인 청년 이하준, 이렇게 네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국인이 등장했을 때, 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교주 짐 존스가 한국 어린이 두 명을 입양했었다는 실제 기록이 있었다.
가이아나의 인민 교회에는 크라크 조사단이 모여들 것이고, 연이어 레오 라일랜드 하원의원이 이끄는 라일랜드 조사단도 집결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조수를 찾아 나선 우리의 주인공, 명탐정 오토야도 인민 교회에 잠입하게 될 것이다. <명참정의 재물>은 이야기가 이렇게 복잡하게 뻗어나가다가 집단 자살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초점이 압축되면서 긴장감이 증폭된다.
복선과 반전의 향연
어떻게 하면 신도 900여명이 한꺼번에 자살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 외에 <명탐정의 제물>은 클라크 조사 단원들이 차례로 의문의 살해를 당하면서 독자들을 미궁 속으로 정신 없이 끌고 간다.
살해되어 있는 장면을 보면, 그리고 명탐정에 의해 후에 밝혀지는 살해 방법을 보면 영락없이 B급 영화의 한 장면 같아 보인다. 이 복잡하고 거대한 스케일을 가진 추리 소설의 제목이 왜 <명탐정의 제물>인지는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밝혀진다.
사실, B급 영화에는 추리가 그다지 쓸모가 없지 않던가? 범인은 간단한 방법을 두고 꼭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수단을 동원해 살해를 저지른다. 그런 점에서 시라이 도모유키의 추리 소설은 정점에 다다른 듯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류의 추리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교한 복선과 반전을 반전에 의해 반전 시켜가며 사건을 끌고 가는 이야기 구조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쉽게 초월해 버린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 중에서 반전이 돋보였던 작품은 <악의>였다. 근데, 이 작품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모방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이 블로그에는 가능하면 반전과 스포일러를 포함한 상세한 결말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이 소설 만큼은 결말을 알고 읽으면 재미가 너무 없을 것 같아 생략하기로 한다. 또, 그것이 중요한 소설도 아니다.
아무튼, <명탐정의 제물>은 그간 읽어왔던 추리 소설 류와는 다른 차원의 읽는 즐거움을 안겨 주는 작품이다.
- 인민사원 집단 자살 사건은 신도 확대 사건 신고를 받고 현장 조사차 존스 타운을 방문한 미국 하원의원 리오 라이언과 세 명의 NBC방송국 기자 등 30여명에게 총격에 의해 살해당하면서 촉발되었다. 1978년 11월 18일 밤, 교주 짐 존스는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신도들에게 청산가리를 탄 음료로 자살할 것을 명하여 어린이 276명을 포함하여 신도 914명이 죽었다.
출처: 위키백과 인민사원 항목 참조 ↩︎ - ‘Peoples Temple’은 사이비 집단이었으므로 Temple을 교회보다는 사원으로 번역하는 것이 무난해 보인다 ↩︎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