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화된 거짓말, 가짜 뉴스 거르는 비판적 사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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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짜 뉴스가 더 진짜 뉴스처럼 보이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가짜 뉴스가 사실을 압도하는 세상이다. AI가 만들어내는 조작된 영상은 놀라울 정도로 진짜 같다. 몇몇 파렴치한 인간은 그런 조작된 영상과 자료들로 인간을 속이려 들고 있다.

신경 과학자이자 인지 심리학자인 대니얼 J. 레비턴의 <무기화된 거짓말>(박유진 옮김, 레디셋고, 2017)은 조작된 자료와 우리를 교묘하게 속이는 여론 조사와 통계 자료들을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의 힘을 길러 주는 책이다.

<무기화된 거짓말>은 2017 세종도서 교양부분 선정도서, 2017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 달의 읽을 만한 책’에 선정된 도서이다.

저자 대니얼 J. 레비틴 프로필

신경 과학자이자 인지 심리학자. 샌프란시스코 켁대학원 미네르바스쿨에서 인문대 초대 학장,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에서 특별 교수, 맥길 대학교에서 명예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뇌의 왈츠 This Is Your Brain on Music』, 『호모 무지쿠스 The World in Six Songs』, 『정리하는 뇌 The Organized Mind』, 『무기화된 거짓말 Weaponized lies』 등이 있다.

책 표지
책 표지

가짜 뉴스에 대처하는 방법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2016년 올해의 단어로 ‘탈진실 Post-truth’를 선정했었다. 탈진실은 실제 일어난 일보다 개인적인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이다.

요즘은 온갖 언론 매체와 유튜브, SNS들이 앞다투어 탈진실을 부추기고 있다. <무기화된 거짓말>의 저자 대니얼 J. 레비턴은 교활한 거짓말쟁이들에게 맞서는 최선의 방어책, 가장 믿을 만한 방어책은 각자 스스로 ‘비판적 사고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데 매우 능한 뇌를 가졌기에 남을 아주 잘 속일 수도 있고, 남에게 잘 속아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층을 불문하고 온갖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간 잘못된 정보는 진짜 정보와 뒤엉켜 둘을 구별하기 힘들다. 이런 잘못된 정보가 어느 날 갑자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진실이 아닌 정보를 믿게 된다. 때로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내린 결정들로 끔찍한 일이 발생한 사례도 많다.

“한 외과 의사는 유방암의 93%가 고위험군에 속하는 여성들에게서 발생한다는 데 주목하여, 여성 90명을 설득해 건강한 유방을 제거하게 만들었다. 그런 고위험군에 속하는 여성이 유방에 걸릴 확률은 의사가 착각한 93%가 아니라, 겨우 약 1%에 불과하다. 그 의사는 유방암 위험도를 실제 위험보다 100배 가까이 높게 추산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처참했다.”(본문 171- 172쪽, 발췌 인용)

그 의사는 불행하게도 조건부 확률을 거꾸로 계산했다. 위에서 말하는 확률 93%는 유방암이 있는 여성이 고위험군에 속할 확률이 93%라는 뜻이지, 고위험군 여성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93%라는 뜻은 아니다. 조건부 확률에서는 교환 법칙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의사도 이렇게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는데, 우리를 속이려고 달려드는 교활한 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러니 뭐든 정신을 바짝 차리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한다.

책 읽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일전에 나는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을 읽고 리뷰를 올렸었다. 만약 이 책을 먼저 읽고 그 책을 읽었더라면 저자의 다음 비판을 반영하여 보다 충실한 리뷰를 작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다윗과 골리앗>에서 난독증 환자들이 실은 살아가는 데 유리한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잘못된 결론을 퍼뜨려, 부모들이 난독증이 있는 자녀가 교육적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믿게 했다. 글래드웰은 대조 조건을 빠뜨리는 오류를 범했다. 우리는 글래드웰이 선택한 난독증 환자들이 증세를 개선했더라면 얼마나 ‘더’ 큰 성공을 거뒀을지 알지 못한다.”(224쪽)

물론 글래드웰이 <다윗과 골리앗>을 그런 취지로 쓰지는 않았겠지만 난독증이 있는 자료가 교육적 치료를 받지 않은 아이가 있다면 그 피해는 유방암 사례처럼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때 유행했던 모차르트 효과도 그렇다. 모차르트 음악을 하루에 20분씩 들으면 IQ가 높아진다는 모차르트 효과는 대조군 실험에서는 그 효과가 사라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조군 누락의 오류는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누구는 술 담배를 그렇게 하고서도 100살 넘게 살았다더라.” 우리는 그 대조군을 잘 알지 못하다.

신약 개발에서도 그 유명한 위약(placebo), 실험이 끝날 때까지는 누가 무엇을 받았는지 아무도 모르도록 신약과 똑같은 모양으로 만든 약을 써 대조군 실험을 병행해야 효과가 입증된다 할 수 있겠다.

2020년 4월 16일 시카고 대학에서 코로나 19 중증 환자 123명을 포함한 125명에게 매일 렘데시비를 투약한 결과, 대부분이 6일 차에 회복세를 보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전 세계 주가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것은 임상 실험도 대조군 없는 투약 결과에 불과했다.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간단한 방법

세상에 차고 넘치는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간단한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 대니얼 J. 레비턴은 먼저 정보의 출처가 믿을 만한 것인지 체크하고 그 주장이 증거가 있는 주장인지, 증거가 없는 주장인지 조그만 시간을 들여 살펴보면 진위를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니얼 J. 레비턴은 부정확한 정보를 아주 많이 아는 것보다는 확실한 정보를 적당히 아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허위 지식과 엉터리 정보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때로 큰 손실을 초래한다.

저자가 인용한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과 함께, 우리는 ‘반은 진실인 거짓말이 언제나 거짓말 중에서 가장 새까맣다’는 앨프리드 테니슨의 말은 항상 가슴에 새겨둘 가치가 충분한 경구다.

<무기화된 거짓말>에 나와 있는 단계를 따라 우리가 접하는 갖가지 주장을 평가하는 습관을 들여 나가면 인터넷 상의 수많은 가짜 뉴스와 거짓말을 고의적으로 일삼는 사람들, 거짓말을 부지불식간에 하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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