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붓다의 찐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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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하면 떠오는 단어는 금욕, 무소유, 수행 등등일 것이다. 그런데 붓다가 일반인들에게 행한 가르침은 세속적인 삶에서 중요한 부의 축적을 장려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책이 있다.

바스나고다 라훌라가 쓴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이나경 옮김, 아이비북스, 2010)이다. 이 책은 그간 잘못 알려진 붓다의 가르침을 바로잡고 일반인들에게 부와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다.

바스나고다 라훌라 프로필

저자 바스나고다 라훌라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스리랑카에서 태어난 그는 앗타나갈라(Attanagalla) 사원으로 출가하여 수행을 했고, 구족계(具足戒-출가승이 지켜야 하는 계율)와 불교 철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은 후 1990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휴스턴 클리어 레이크 대학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고 텍사스 공과대학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휴스턴 대학에서 영어학을 가르치는 한편, 윌리스 위파사나 명상센터원장으로서 명상법을 지도하고 있다.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바스나고다 라훌라는 붓다의 가르침은 출가 제자들을 위한 것과 재가자(일반 신도)를 위한 것이 8대 2정도로 섞여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2,60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르면서 일반인들을 위한 붓다의 가르침은 자취를 감추었고 출가 제자들을 위한 가르침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붓다의 제자들이 중생을 위한 가르침은 뒷전이고 자신들을 위한 가르침만 기록하고 전승하는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무소유 책표지
무소유 책표지

이 책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붓다는 세속적인 부의 중요성을 존중했으며 일반 신도들이 재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저축을 장려하고 투자하는 방법 등 재산 관리 방법 등을 가르쳤다는 것이다.

“중생들은 부귀해질 자유가 있다. 우선, 붓다는 성공을 향한 신도들의 노력을 제한하기보다는 성공을 위해 노력하도록 격려했다. (…) 붓다는 모을 수 있는 한 많은 재물을 모으라고 가르쳤다. 부유한 신도들에게 재화를 그만 모으라든가, 너무 많이 모았다고 비난한 게 아니라 보다 물질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제대로 계획하고 관리하며 더욱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39쪽)

위 문장은 상당히 도발적으로 읽힌다. 아니 살기 위한 재물을 모으라고 한 것은 이해가 가는데, 모을 수 있는 한 많은 재물을 모으라고 가르쳤다고?

인간은 소유에 대한 욕망을 떨칠 수는 없는 존재이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옷, 좋은 배우자, 이 모든 것이 소유욕과 직결되어 있다. 만약 붓다가 그렇게 가르쳤다면 그것은 인간이 욕망을 도저히 끊어내지 못하는 존재라면, 차라리 그것을 올바르게 얻을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붓다의 재산 관리 방법을 보면 현대 금융 공학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포트폴리오와 분산 투자가 연상이 된다. 또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과 방법을 논한 부분도 그렇다.

저자는 이 외에도 붓다가 민감한 주제는 대화 주제로 삼지 말고, 상대방과 싸우기보다 평화로운 결별이 현명하다는 가르침도 남겼다고 전한다.

이러한 가르침은 자기계발서를 보는 듯하다. 요즘도 정치와 종교는 대화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 것이 기본 예의라고 하지 않던가. 또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는 아무리 해도 안 되니까 증오나 복수에 열을 쏟지 말고 차라리 이별을 택하는 것이 마음의 평화를 찾는 길이라고 하지 않던가.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붓다의 가르침 중에서 ‘알맞은 때를 기다려 말하라’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시의적절성’은 붓다의 가르침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붓다는 자기 자신을 가리켜 “알맞은 때에 말하는 자”라 칭하며, 남과 이야기를 할 때는 그 말을 언제 하느냐에 따라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실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그렇다면 이 ‘말하기에 알맞은 때’란 언제일까? 우선 상대방이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때를 들 수 있다. (136쪽)

인간관계에서 타이밍은 중요하다. 심지어 같은 내용의 보고서이지만 보고하는 타이밍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상대방이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상태까지 파악하려 든다면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긴 하다.

아무튼, 무조건적인 금욕이 아니라 바른 생활을 하면서 균형 감각을 강조한 붓다의 가르침은 현대에서도 여전히 새겨들을 만하다. 이 책의 진의를 떠나 세속적인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구절들도 많다.

세속적인 삶에서는 저자가 주장하는 중용과 균형, 그리고 긴장된 욕망이 생활의 활력소로 작용할 때가 많다. 종교적이지는 않지만, 생활의 균형을 찾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유감스럽게도 이 책은 현재 절판 되어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일반 신도들을 위한 붓다의 가르침은 포교를 위한 미끼 상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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