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고 망해도 또 연애(위즈덤하우스, 2021)는 민서영 작가의 연애 예찬, 보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섹스 예찬론을 길게 풀어놓은 썰이다. 특히 ‘아무리 그놈이 그놈이라지만 이놈은 진짜 아니다’에 포커스를 맞추어다고 할까.
대체로 프랑스 여류 작가들이 은밀한 사생활을 대담하게 산문으로 출판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에 못지않게 과감하고 직설적으로 사생활을 담은 국내 작가의 책을 보고, 새삼 상전벽해를 느낀다.
제대로 된 남자와 제대로 된 연애를
민서영 작가는 ‘연애가 세상에서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좋아하는 상대가 눈앞에 나타나면 어떻게든 자빠뜨려서라도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 같다.
민서영은 아저씨들을 만났을 때와는 정반대로 나이가 어린 남자를 자신이 만나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 어린 남자에게 여자를 진짜 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남자와 여자 둘 다 만족하는 섹스가 무엇인지 가르쳐주기 위해서란다.
나쁜 남자를 만나면 줄행랑이 상책
그리고 나쁜 남자, 나쁜 놈과의 연애는 재미있기는 하지만, 나쁜 남자는 적어도 당신으로 인해서는 절대 바뀌는 일은 없을 테니까 아예 거들떠보지 말라고 경고한다. 이 말은 백번 맞다. 사람은 쉽게 안 변하고,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으니까.
민서영 작가는 용감함의 최전선에 서 있다. 아무나 쉽게 말할 수 없는 민감한 주제들을 거침 없이 이야기한다. 사이즈의 크기는 남자에게 자존심인데, 이 글을 읽고 이대남들이 욕을 많이 할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을 하는 데 페니스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을 나누는 데는 페니스의 크기는 중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Size does matter.
작은 고추는 구제할 수 없다.(159쪽)
작은 고추를 만나 개고생한 고충들을 코믹하게 토로하면서 믿거나 말거나 작은 것을 피하는 작가 나름의 감별법도 제시해 놓았다.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작은 고추 피하는 요령
첫째, 몸집에 비해 손이 작으면 작은 고추일 확률이 크다. 단풍 손, 아기 손, 피아노 잘 치게 생긴 가늘고 예쁜 손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약지가 검지보다 길면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둘째, 사춘기 당시 비만인 남자. 한참 성장할 나이에 비만이었다는 것은 테스테론 대신 에스트로겐이 더 많이 뿜뿜했으니 그게 성장할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논리다.
셋째, 목소리가 가는 남성. 이것도 마찬가지로 2차 성징 때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므로 작은 고추를 피하고 싶다면 기억해 두라고 한다.
넷째, 삼각 팬티를 입는 이십 대 남성. 딱히 수납할 공간이 없는 삼각팬티를 입는다면, 소추를 의심해볼 만한 증거가 된다고. 이 외에 콘돔이나 허세 등등을 들고 있기도 한데, 별 의미가 없어 생략한다.
민서영 작가의 용감무쌍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반려기구의 애용사도 아낌없이 풀어 두었다. 두려움 마음으로 처음으로 갔던 토이숍 출입부터 지금 현재의 진화된 모습까지.
망하고 망해도 또 연애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나쁜 남자를 피하고 제대로 된 남자와 제대로 된 연애를 하자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잠자리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그것은 남자의 잘못이지 여자의 잘못이 아니니까 여자들은 미안함이나 서운함, 불편함을 느낄 필요도 없다.
그러니까 이 책은 지금 한창 연애 중인 청춘 남녀가 읽어보면 실전 교본이 될 것이고, 연애를 꿈꾸는 청춘 남녀가 읽는다면 연애 지침서가 될 것이다. 다만,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릴 것 같다. 순진하게 이대로 실천했다가는 연애 실패 지침서가 될 지도 모른다.
작가 소개
민서영 작가의 어휘에는 고추와 관련된 어휘가 단골로 등장한다. 여기서 쓰기 어려운 민망한 단어들, 그와 대칭되는 단어들도 수없이 등장한다. 나아가 자신이 ㅇㅇ대장부임을 아주 높은 자부심으로 밝힌다. 생경하고 낯선 언어들의 대행진.
망하고 망해도 또 연애의 책날개는 민서영을 글 쓰는 웹툰 작가라고 소개한다. 그녀는 <쌍년의 미학>이라는 책을 썼고, 곧 ‘시대의 아이콘’이 될 예정이라고 선언해 두었다.
목차의 각 꼭지들을 보면, 20대 여성들의 연애 상담 리스트 같다. 이번 연애는 망했지만, 앞으로 또 망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연애를 하고 싶은 여성들의 고민들이 잘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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