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고양이 줄거리와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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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 소설 <고양이>(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2018)는 <문명>(2021), <행성>(2022)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인류 대 멸망기를 앞둔 시기, 고양이가 인류를 대신하여 쥐떼와 싸워 인류 문명을 계승해 간다는 이야기이다.

고양이 줄거리

1권 묘생의 사명을 자각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세 살난 암컷 고양이 바스테트이다. 펫숍에서 바스테트를 입양한 집사 나탈리는 얼굴은 냥이이고 몸은 인간인 고대 이집트 여신 ‘바스테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바스테트는 지가 교태를 부리기만 하면 당연히 세상 수컷들이 자신과 교미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렇게도 생각한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영혼이 있다. 영혼을 가진 것은 모두 소통이 가능하다. 모든 종 간에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내 묘생의 사명이다.”

파리 몽마르트에 사는 나탈리는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며 남자 친구 토마를 데리고 와 그녀의 집에서 사랑을 나누곤 한다. 이웃 집에는 그녀의 친구이자 심리 실험을 하는 과학자 소피가 살고 있다.

그녀는 실험하던 고양이 중에서 인내심이 가장 강한 한 마리를 골라 골라 뇌에 USB 단자를 심어 제 3의 눈으로 인간의 지식 세계에게 접속할 수 있게 한다. 열 살난 수컷 샴 고양이 ‘피타고라스’이다. 인간의 방대한 지식을 흡수한 그는 스스로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를 딴 이름을 지었다.

고양이 1권 표지
고양이 1권 표지

집사 나탈리가 어느 날 수컷 펠릭스를 입양하자 바스테트는 덜컥 임신을 하고 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게 된다. 기겁을 한 나탈리는 애인 토마를 불러서 치즈색 수컷 ‘안젤로’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려버린다.

피타고라스는 새끼를 잃고 좌절한 바스테트를 위로하고 사크레쾨르 대성당 꼭대기에 올라가 고양이와 인간, 지구의 긴 역사를 이야기하며 데이트를 이어간다.

피타고라스에 따르면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집 밖에서는 연일 테러가 일어나고 있고 곳곳에서 발생하는 내전으로 세계 전쟁도 일어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한다.

내전이 격화되자 나탈리는 비축 물량을 준비하여 바스테트와 안제로를 데리고 소피의 집에서 은신한다. 약탈자들이 집을 습격하던 날, 피타고라스와 바스테트는 수류탄으로 그들을 물리치는 공을 세우고 집사들에게 이쁨을 받는다.

거리에는 쓰레기가 넘쳐 나고 비축한 식량도 바닥이 나자 바스테트가 쥐 사냥을 나갔다가 쥐떼를 당하지 못하고 까마귀 한 마리를 잡아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피타고라스의 집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스테트가 질주하여 지붕을 통해 3층 창문을 넘어 1층으로 뛰어 내려가자 피가 흥건한 마룻바닥에 소피가 엎어져 죽어 있었고, 사내 셋이 펠릭스를 꼬쟁이에 꽂아 빙글빙글 장작불에 굽고 있었다. 나탈리의 애인 토마가 데리고 온 약탈자들이었다.

지하실로 토마를 유인한 바스테트는 전력을 다해 그의 눈을 할퀴고 발톱을 깊이 박아 넣고 어께를 세게 물었다. 그 순간, 그가 들고 있던 양초가 헌 옷 상자에 떨어지면서 삽시간에 불길이 번진다. 필사적으로 출구를 찾고 있을 때 피타고라스가 밖에서 환기창을 깨고 구출한다. 토마는 화염에 휩싸인 집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여기까지 1권의 줄거리이다.

2권 쥐의 세상에 맞서서

2권은 쥐의 세상이다. 페스트가 창궐하여 쥐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항생제가 듣지 않는 변종 페스트가 생겨나 전쟁마저 중단됐다. 지하 세계는 쥐들이 완전히 장악해 버린 것이다. 거리에는 시신들이 쓰레기 더미처럼 높이 쌓아 놓은 곳도 있는 상황이다.

피타고라스가 제 3의 눈으로 접속하여 나탈리는 뱅센 숲, 안젤로는 불로뉴 숲에 있다는 걸 알아냈다. 쥐떼를 뚫고 찾아간 불로뉴 숲에서 안젤로를 재회하고, 쥐떼의 공격을 피해 은신하고 있던 ‘에스메랄다’ 등 여러 고양이들도 만난다.

고양이 2권 표지
고양이 2권 표지

피타고라스는 제 3의 눈을 통해 대통령의 관저인 엘리제궁1의 지하에 있는 <핵 방공호>에 비축식량이 많다는 것을 알아내고, 원정대를 결성해 엘리제궁에 집결한 우두머리 쥐 캄비세스와 쥐떼와 전투를 벌이나 열세 몰린다. 그때 사자 한니발이 나타나 비축물량을 탈취하는데 성공한다.

마침내 벵센 슢에서 집사 나탈리를 찾은 피타고라스와 바스테트는 말을 못하는 샤먼 파트리샤 를 통해 뱅센 숲의 인간들을 설득해 시뉴 섬2으로 향한다. 핵 방공호에서 탈취한 비축 물량을 트럭에 싣고 1백여명의 인간과 3백 마리 가까운 고양이들이 대열을 이루어 무사히 시뉴 섬에 도착한다.

고양이 결말

나탈리는 섬과 강변을 잇는 세 다리를 폭약으로 폭파하여 쥐떼의 공격에 대비한다. 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 마리의 쥐들이 강으로 뛰어들면서 전쟁이 시작된다. 나탈리가 어린 인간들을 지휘하여 굵은 파이프들을 센강으로 굴려 보내고 불화살을 쏘기 시작한다.

나탈리가 화염 방사기를 난사하자 검은 강물 위로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고 석유 냄새와 털이 타는 역한 냄새가 대기를 태운다. 하지만 불 공격을 이겨낸 캄비세스와 수천 마리가 넘는 쥐들이 강기슭에 도착하여 뭍으로 올라온다. 바스테트와 에스메랄다가 캄비세스와 혈투를 벌이고, 인간들과 사자, 고양이들도 나머지 쥐떼와 싸운다.

적들이 물러가자 피타고라스는 바스테트에게 시뉴 섬에 <학교>를 만들어 고양이들을 교육시키고 기억에 영원히 남기기 위해서 책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바스테트는 샤먼 파트리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받아 적게 하면 자신의 생각이 책을 통해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2권이 끝난다.

독후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고 나면 언제나 현타가 온다. 인류를 대신하여 고양이가 리더하여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쥐떼와 싸워 이긴다는 황당한 설정은 그렇다 쳐도 작가가 시도 때도 없이 묘사한 교미 장면이나 대화 장면들은 낯간지러워 읽기가 거북스럽다.

피타고라스의 뇌에 USB 단자를 심어 3의 눈을 갖게 되었다는 설정은 넘어가더라도 바스테트가 우두머리 쥐와 일대 일로 맞짱을 뜨다가 힘에서 밀려 도망가는 등등의 일은 생물학적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무개념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베르베르의 소설을 가끔 읽게 된다. 그의 소설들은 국내에 출판하기만 하면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유독 한국에서 이러한 B급 판타지가 통하는 이유는 뭘까? 해석해보자면 보통의 상식이나 논리가 워낙 통하지 않는 나라이다 보니까 개연성 따위는 집어치우고 그냥 아예 무개념으로 달리는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상에 이런 아이러니가 있다니, 그것이 소설의 세계다.

  1. 엘리제궁은 파리 8구에 위치한 프랑스 대통령의 공식 관저로서 프랑스 건축가 아르망클로드 몰레가 설계했다.
    ↩︎
  2. 시뉴섬은 프랑스 파리 센강에 있는 섬으로 인공 섬이다. 센강의 시테섬과 생루이섬은 자연 섬이다. 섬 이름은 프랑스어로 “백조들의 섬”을 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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