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리나, 오드리 헵번 패션 스타일을 낳은 흑백 고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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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와일더 감독이 연출한 <사브리나>(1954)는 로멘틱 코미디의 전형이자 주연 배우 오드리 헵번을 패션 아이콘으로 만들어 준 고전 흑백 영화입니다.

패션 업계가 처음으로 배우에게 의상을 협찬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지방시는 오드리 헵번의 체형을 살린 의상을 협찬했고 그녀가 입었던 드레스는 사브리나 스타일이라는 유행을 만들었습니다.

영화 줄거리

이 영화의 로그라인을 정리하면 부유하고 나이가 서른 살이나 많은 아저씨가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 반대의 이야기, 즉 신데렐라의 스토리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사브리나(오드리 헵번 분)은 운전기사 페어차일드(존 윌리엄스 분)의 딸입니다. 페어차일드는 아일랜드의 재벌가 레러비 가문에 고용된 전속 운전기사입니다. 레러비 가문의 집사에 가까운 페어차일드는 호화로운 래러비 대저택의 딸린 집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합니다. 

사브리나 영화 포스터
사브리나 영화 포스터

사브리나는 어렸을 때부터 레러비가의 둘째 아들 데이비드(윌리엄 홀든 분)를 지켜보며 짝사랑을 키워갑니다. 하지만 철딱서니 없던 바람둥이 제벌 2세 데이비드의 눈에 기사의 딸이 눈에 들어올 리가 만무합니다.

보다 못한 아빠 페어차일드는 딸에게 데이비드를 잊으라며 파리 요리학교에 강제로 보내려고 합니다. 사랑을 잊는 데는 물리적인 거리보다 잘 듣는 특효약이 없다는 걸 아빠는 잘 알았던 셈입니다. 아, 그런데 그녀는 파리에는 죽기보다 더 가기 싫다며 자살을 결심합니다.

사브리나는 아빠가 관리하는 차고에 들어가 자동차 8대를 모두 시동을 걸어 놓고 창문을 닫고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죽음을 기다립니다. 다행히 차고를 지나가던 데이비드 형 라이너스(험프리 보가트 분)가 시끄러운 자동차 엔진 소리를 듣고 그녀를 구하게 됩니다. 데이비드가 그녀를 업고 집으로 데려다 주는 모습은 훈훈합니다.

그녀는 에펠탑이 전망으로 보이는 요리학원에서 2년 동안 요리를 배우게 되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짝사랑하게 된 남자를 결코 잊지 못합니다. 짝사랑과 첫사랑의 조합은 더 강력한 모양입니다.

요리를 배우는 사브리나
요리를 배우는 사브리나

2년 동안 파리 유학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시골 마을에서 아버지를 기다립니다. 하얀 모자를 쓰고 아버지를 기다리는 오드리 헵번의 모습은 눈부시기 그지 없습니다. 파리에서 요리를 배운 것이 아니라 패션을 배운 걸까요.

스타를 알아보는 지방시의 선구안은 옳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이 선보인 플랫 슈즈에 블랙 드레스와 하얀 모자는 사브리나 스타일로 불리며 세기의 명 디자인으로 남았습니다.

그때 우연히 자동차를 몰고 지나가던 데이비드의 눈에 사브리가 들어옵니다. 이 경거망동한 바람둥이는 그러나, 그 눈부신 아가씨가 기사의 딸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세련되게 성숙한 사브리나를 몰라보는 데이비드
세련되게 성숙한 사브리나를 몰라보는 데이비드

둘이 차를 다고 레러비가의 대저택에 도착할 때까지도 알아보지도 못한 데이비드. 자동차를 타고 가며 스무 고개를 하는 장면은 그녀가 안고 있던 강아지의 이름이 데이비드라는 사실과 함께 코믹의 정점을 찍습니다.

약혼녀의 결혼식을 목전에 두고 있는 데이비드는 이번에는 닥치고 ‘사브리나’에게 직진합니다. 파티에 그녀를 초청하여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달빛처럼 몽환적입니다.

그 꼴을 지켜본 아버지 래러비와 첫째 아들 라이너스는 기겁합니다. 심장에서 주식 시세표가 매순간 쏟아진다고 할 정도로 사업 수완이 남달랐던 라이너스는 데이비드를 사브리나에게서 떼어 놓을 묘책을 짜고 실행에 들어갑니다.

그 계책이 진행되는 과정들은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됩니다. 코믹하고 경쾌한 삼각관계의 리듬은 한 겨울밤을 녹이기에 충분합니다.

라이너스는 동생 데이비드를 의도적으로 다치게 하여 병상에 눕게 하고 대신 자신이 그녀와 데이트를 즐깁니다. 라이너스는 그녀를 파리로 날려버릴 작전에 그 자신이 몰입해 있습니다.

한편 사브리나는 평생 데이비드를 짝사랑했지만, 나이 많은 라이너스와 데이트를 하며 진짜 사랑에 눈뜨게 됩니다. 그러나 데이비드를 평생 짝사랑한 자신이 그를 버릴 수 없다고 고민하면서도 자꾸만 라이너스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어린 그녀의 입장에서 진퇴양난입니다. 영화 속 그녀의 나이는 스물두 살에 불과했으니까요.

결말(스포일러)

라이너스는 함께 파리 여행을 갈 거라고 사브리나를 속였지만 그녀의 진심을 알아보고 죄책감을 느끼지만 이내 사업가 마인드로 돌아서 그녀 혼자 파리에 보내기로 결심합니다.

라이너스의 속셈을 알고서도 그녀는 홀로 배에 오릅니다. 라이너스는 이사회를 하면서 창문 너머로 출항하는 그 배를 무심하게 쳐다봅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납니다. 바랑둥이 데이비드가 개과천선하여 자신은 가족의 사업을 위하여 결혼을 할 것이고, 형이 사브리나와 함께 파리에 갈 것이라고 이사회에서 선언해 버립니다.

이 급박한 전개에 웃음이 나지만 훈훈한 마무리는 로코에서 빠질 수 없는 결말입니다. 그리고 거의 순간적으로, 마치 번개에 맞은 것처럼 사랑의 깨달음을 얻은 라이너스는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사브리라가 타고 있을 배로 뛰어갑니다. 

사브리나와 오드리 헵번

이 영화는 제27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여우주연상, 미술상, 촬영상, 각색상 후보에 올라 의상상을 수상했습니다.

1929년생인 오드리 헵번은 데뷔작 <로마의 휴일>(1953)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 인생의 정점을 찍었고 <사브리나>, <티파티에서 아침을>↗ 등에 출연하며 패션과 영화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사브리나 스타일
사브리나 스타일의 오드리 헵번

오드리 헵번은 영화계 은퇴 이후 유니세프 홍보 대사로 위촉되어 오지에서 활발한 자선활동을 하였고 인권운동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뉴욕 유니세프 본사에는 그녀를 기린 “The Spirit of Audrey”라는 이름의 동상이 있습니다.

베스트 드레서 부문 명예의 전당 여성 배우로 헌액된 오드리 헵번은 1993년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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