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렌디피티 뜻과 줄거리, 우연이 쌓이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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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첼솜이 연출하고 존 쿠삭과 케이트 베킨세일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세렌디피티>(2002)는 운명적인 사랑의 궤적을 그린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이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이렇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뉴욕,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첫눈에 이끌린다. 하지만 둘은 이미 애인이 있다. 서로의 연락처도 없이 헤어지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그리움이 깊어지며 서로를 잊지 못해 다시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세렌디피티의 뜻

영어 ‘Serendipity’는 뜻밖의 행운 또는 우연한 발견을 뜻하는 단어이다. 과학계에서는 오랫동안 고민을 했는데도 잘 안 풀리던 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우연하게 풀렸을 때 지칭하는 용어로 많이 쓰인다. 황농문 교수는 저서 <몰입>에서 자나깨나 몰입을 하면 우연한 발견이 일어난다며 이 용어를 썼다. 이전 글 황농문 교수 도서 몰입 요약, 5단계 방법↗ 참고.

이 영화에서는 극중 주인공들이 언급한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우연히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처럼 우연한 행운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당신이 눈 앞에서 우연히 운명적 사랑을 만났건만 이미 애인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가 보며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들어보자.

영화 세렌디피티 정보

세렌디피티
영화 포스터

원제 : Serendipity
감독 : 피터 첼솜(북아일랜드 태생으로 <내 노래를 들어라>(1991)로 데뷔했다. 필모그래피에 <꾸뻬 씨의 행복여행>(2014),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2017), <베를린, 아이 러브 유>(2018) 등이 있다)
출연진 : 존 쿠삭(조나단 역), 케이트 베킨세일(사라 역), 몰리 샤논, 제레미 피번
음악 : 앨런 실버스, 로라 지프런, 에이미 술탄
제작 : 2001년/미국, 상영시간 : 91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영화 세렌디피티 줄거리

운명을 믿는 여주 사라

영화는 몇년 전 달달한 크리스마스이브에서 시작한다. 조나단(존 쿠삭)과 사라(케이트 베킨세일)는 뉴욕의 블루밍스 데일스 백화점에서 각자의 애인에게 줄 선물로 검은색 캐시미어 장갑을 동시에 고른다.

그런데 그 검은색 장갑은 매장에서 마지막 남은 한 개였다. 예의상 서로에게 양보하다 남자가 여자에게 양보하고 선심을 쓴 표정을 짓는다.

사라는 고마움의 표시로 세렌디피티3 레스토랑에서 아이스크림을 산다. 사라는 사실 우연보다는 운명을 믿지만 발음도 예쁘고, ‘우연한 행운’이라는 뜻이 좋아 이 레스토랑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조나단이 의지는 소용없고요?라고 묻자, 사라는 이렇게 간단하게 답한다. 

“결정하는 건 우리지만, 운명이 보내는 계시를 잘 읽어야 행복을 찾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로맨틱하게 흐르는 뉴욕, 같은 선물을 동시에 골랐다는 취향의 동질감, 서로에게 애인이 있다는 때문이었을까? 조나단과 사라는 첫 눈에 홀라당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야릇한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나서는데, 조나단이 세상 일은 모르는 것이니, 전화번호라도 교환하자고 제안한다. 그 말에 사라는 “우리가 만날 운명이라면 만나게 돼 있다”며 거절하고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그 자리를 떠나 버린다.

화가 난 조나단은 투덜거리다 목두리를 놔두고 온 걸 깨닫고 다시 세렌디피티3에 간다. 그런데, 사라 역시 잊고 갔던 장갑을 찾으러 레스토랑에 와 있는 게 아닌가? 

다시 만난 둘은 우연히 다시 만났다는 사실에 상기되어 스케이트를 타러 간다. 빙글빙글 스케이트를 타며 서로에게 황홀하게 빠져든다. 조나단이 자신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는 말에 사라는 이렇게 묻는다. “좋아하는 체위는요?” 

세렌디피티를 증명할 신의 계시

조나단은 스케이트를 타다 넘어진 사라의 팔을 벤치에 앉아 살펴보면서 팔의 주근깨들이 카시오페이아 별자리 같다고 작업을 건다. 카시오페이아 신화를 이야기하면서 사라를 여왕으로 만들어주는 센스를 발휘하다니!

사라는 그 멘트에 반해 전화번호를 종이에 적어 건네는데, 그 순간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바람을 일으키고, 쪽지는 그만 날아가 버리고 만다.

조나단이 다시 적어달라고 통사정해보지만 사라는 이것도 신의 계시라며 거절한다. 조나단이 어린애처럼 계속 보채자, 사라는 5달러 지폐에 조나단의 연락처를 적어 달라고 한 뒤, 그 지폐로 사탕을 사 먹어버린다.

우리들이 인연이라면 그 돈이 돌고 돌아 나중에 자신의 수중에 돌아올 것이라는 황당한 말을 한다. 그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에 조나단은 포기하지 않고 그럼 공평하게 자신이 갖고 있던 소설책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 그녀의 연락처도 적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사라는 이번에도 그 소설책에 연락처를 적은 뒤에 헌책방에 그 책을 팔겠다고 한다. 그것이 돌고 돌아 조나단의 손에 들어가면 그것이야말로 운명적 사랑을 증명하는 신의 계시일 것이라고 하면서. ㅋㅋ

참고로 <콜로라 시대의 사랑>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장편 소설로 근대화를 배경으로 두 남자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사회성 짙은 작품이다.

운명의 짓궂은 장난

그리고 사라는 마지막으로 도발적인 제안을 한다.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로 뛰어가서는 둘은 로비 양편의 엘리베이터 앞에 각각 선다.

“같은 층을 누르게 되면 우린 함께할 운명이에요. 심호흡하고 문 닫히면 층을 골라요!” 

조나단은 미친짓이라고 말해보지만, 사라는 아랑곳없이 장갑 한쪽을 던져주며 자신이 사라라고 말하고 문이 닫힌다. 사라는 23을 눌렀고 반대편 엘리베이터에 탄 조나단도 운 좋게 23을 누른다.

그런데 중간 층에서 탄 장난꾸러기 아이가 엘리베이터 숫자판을 죄다 누르는 통에 엉망이 되고 만다. 

사라는 23층에서 내려서 조나단을 기다려보지만 나타나지 않자 허망함을 느낀다. 그녀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호텔을 빠져 나간다. 그 뒤를 간발의 차로 조나단이 쫓는다. 그들 사이에는 이제 엇갈리는 운명이 있을 뿐.  

그렇게 둘은 서로의 연락처를 모른채 몇 년을 보낸다. 조나단과 사라는 애인이 있었지만, 세월이 흘러갈수록 둘은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는 자신들을 발견한다.

조나단은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지만 중고 책방에 갈 때마다 사라의 주소가 적힌 <콜레라 시대의 책>이 있는지 뒤적거린다. 사라 역시 마찬가지다. 5달러 지폐를 볼 때마다. ㅠ

결혼식이 가까워오자 조나단은 참지 못하고 친구와 함께 사라 찾기에 나선다. 단서는 한쪽 장갑에 들어 있었던 사라의 신용카드 영수증. 조나단과 친구는 영수증을 들고 블루밍스데일 백화점으로, 세무서에까지 찾아가는 난리를 피우지만 끝내 사라의 주소는 찾지 못한다.  

운명도 인간이 만드는 것일까?

조나단과 사라, 둘 다 결혼식이 코앞이다. 그런데도 수년 전, 짤막하게 만났던 사람을 서로 잊지 못해 간절하게 그리워하는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아주 짧은 만남이었지만 로맨틱한 감정이 전류처럼 흘렀기 때문에? 아니면 운명적인 사랑이어서? 그건 아닌 것 같다. 정말 그랬다면 전류에 감전되어 그날 아마 원나잇이라도 했을 것이다.

조나단은 예비신부에게서 그 어떤 로맨틱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사라 역시 동양 음악에만 심취해 있는 예비 신랑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한다. 조나단과 사라는 결혼을 확신하지 못한 채 탈출구를 애써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탈추구의 맞은 편에 사라와 조나단이 각각 서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결혼을 끊임없이 회의하고 있었던 그들에게 서로는 좋은 핑계 거리가 되지 않았을까?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된 파토스로써 말이다.

결말(스포일러)

결혼식을 하루 앞둔 리허설 날. 신부가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결혼 선물을 조나단에게 준다. 바로 <콜레라 시대의 사랑> 그렇게 조나단이 찾아 헤매었던 사라의 주소가 적힌 바로 그 소설책이었다. 오마이갓, 그것은 그에게 완벽한 신의 계시로 보였다.

웃기는 건 이쯤부터 조나단의 친구가 더 사라 찾기에 열심이라는 점이다. 여자 친구와 헤어졌던 그는 조나단 만큼은 운명적인 사랑을 하기를 바랬다. 결혼식이 내일이지만 마지막으로 사라의 집으로 가 보자며 둘은 영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사라는 사라대로 친구와 함께 다시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다. 조나단을 찾기 위해. 보시다시피 조나단과 사라의 동선은 꼬이기만 하고 간발의 차로 서로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형적인 로코 영화다. 기상 악화로 뉴욕으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연착되어 조나단은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그 덕분으로 사라와 스케이트 장에서 운명처럼 재회 한다.

뉴욕의 야경이 원근으로 빛나고 하늘에서는 하얀색 눈이 달콤하게 내린다. 둘은 기적과도 같은 재회의 기쁨에 포옹을 나눈다. 매년 블루밍스 데일스 백화점을 찾는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 엔딩으로 올란간다.

세렌디피티 에필로그

운명은 자기 실현력이 있어서 조나단과 사라가 수년 동안 서로를 잊지 못하게 만들고 서로를 어떻게 해서든지 찾게 만들고 그것을 결국 성사시키는 것일까? 

아니면 조나단과 사라가 어떻게 해서든지 서로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섬으로 해서 그들의 우연한 만남이 운명적 사랑이 되었던 것일까?

만약 통계학적인 훈련이 되어 있었다면 그들이 반복해서 만나게 되는 우연도 동전 던지기처럼 단지 독립 변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무시했을 것이다. 

오히려 예정된 결혼이 잘못된 거라는 걸 직감한 조나단과 사라가 도덕적인 지탄을 모면하면서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하여 서로를 운명적 사랑이라고 포장했던 것은 아닐까?

글쎄, 잘 모르겠다. 우연이 쌓이면 운명이 되는 것인지, 운명이 우연을 만들어 내는 것인지. 아무튼, 그것은 영화를 보는 각자가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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