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줄거리와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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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세 다케시의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김지연, 모모, 2022)은 2022년 출간 후 외국 소설 분야 1위에 오르고, 2022년 전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이다.

“읽는 내내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는 독자 평을 보고 읽어봤더니 과연 그랬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슬펐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림이 오래 갔다.

작가 무라세 다케시 프로필

1978년 본 효고현 출생. 간사이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하고 〈폭소 레드카펫〉, 〈킹 오브 콩트〉, 〈좋은 아침입니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방송 작가로도 활동했다.

이후 《만담가 이야기~ 아사쿠사는 오늘도 시끌벅적합니다~》로 제 24회 전격소설대상 심사위원 장려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한국에 번역된 그의 첫 소설이다.

기차역 책 표지
책 표지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줄거리

기본 설정

총 4화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소설이다. 만일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시간을 되돌려 그들을 만날 수 있다면? 라는 판타지 설정에서 비롯되는 이야기들이다.

첫 문장, “가마쿠라시에 봄 내음을 머금은 바람이 불어오던 그날, 급행열차 한 대가 선로를 벗어났다.”로 시작한 소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이후 일어난 일들을 신문 기사처럼 간결한 문체로 묘사했다.

맹렬한 속도로 궤도를 이탈한 열차가 가마쿠라 이키타마 신사의 기동 문을 스친 다음, 산간 절벽 아래로 떨어져 승객 127명 중 68명이 사망한 대형 사고였다.

이어서 소설은 탈선 사고가 일어나고 두 달쯤 후, 심야에 유령 열차 한 대가 가마쿠라선 선로 위를 달린다는 소문과 심야 시간에 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니시유이가하마 역의 승강장에 나타나는 유령 ‘유키호’에게 부탁하면 과거로 돌아가 사고가 났던 가마쿠라선 상행 열차를 탈 수 있다는 소문을 전한다.

사고가 난 기차에 탈 수 있다는 말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족들이 사고로 죽은 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뜻이다. 단, 그 열차에 승차하려면 유키호가 알려주는 네 가지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말이다.

하나,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다.
둘, 피해자에게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셋, 열차가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기 전에 어딘가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사고를 당해 죽는다.
넷,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만일 열차가 탈선하기 전에 피해자를 하차시키려고 한다면 원래 현실로 돌아올 것이다.
– 본문 8쪽

이 일이 과연 가능하기는 가능한 일일까? 가능하다고 하더라고 현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만약 주인공들이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사람들을 만나면 그 짤막한 시간에 무슨 이야기들을 할까?

작가 무라세 다케시는 프롤로그에서 밝힌 아주 짧은 이 설정으로 단박에 독자들의 호기심을 증폭시키며 소설의 끝까지 달리게 한다.

1화 연인에게 줄거리

16년 전, 히구치 도모코는 아빠가 심장병을 앓아 근처 요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등학교를 다녔다. 반 애들은 구질구질하다며 도모코를 왕따 시켰지만 네모토 신이치로는 그런 그녀를 감싸주었다.

도모코와 신이치로가 유기견의 숲에서 사나운 유기견 시로와 친구가 되는 과정은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에서 가장 부자연스럽게 묘사되었지만 둘은 방과 후 유기견의 숲에서 시로를 보살피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아빠가 돌아가시자 외할머니가 사는 오카야마현으로 이사를 가게 된 도모코는 신이치로에게 좋아한다는 고백도 못하고 떠나게 된다.

오카야마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도모코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복지시설에 근무하지만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엄마도 급성 심부전으로 돌연 세상을 떠나고 만다. 외할머니는 이미 엄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뒤였다.

혼자가 된 도모코는 실의에 빠져 지내다가 고향인 오다와라도 다시 돌아와 데이케어센터에서 일자리를 잡았다.

어느 날 우연히 식당에서 도모코는 신이치로를 만났고, 그와 다시 만남을 이어가고 청혼 프러포즈를 받게 된다. 사귄 지 1년이 되어가는 날이었다.

도모코와 신이치로는 가마쿠라의 한 호텔에서 6월 2일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곧 웨딩드레스를 맞추기로 되어 있었던 도모코는 데이케어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중에 열차 사고 소식을 텔레비전 뉴스로 접하게 된다. 그 사고 열차에 신이치로가 타고 있었던 것이다.

제 1 화 연인에게 결말을 여기에서 상세하게 이야기하려면 스포일러를 제공하게 되어 반칙이 된다.

다만, 장례식 후 몸을 겨우 추스린 도모코가 유령 유키호에 부탁하여 그 열차에 타는데 성공했으며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유령과의 약속을 어기고 열차가 탈선하기 전에 신이치로를 데리고 탈출을 시도했다는 것까지는 말해 두고자 한다.

또 유령 유키호는 도모코가 일하던 데이케어센터의 치매 환자 우지키의 손녀로 열차가 탈선하기 한 달 전, 같은 장소에서 자살한 사실이 후에 밝혀진다.

나머지 이야기들

제 2 화 ‘아버지에게’는 퇴사한 아들의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던 아버지가 열차 사고를 당한 이야기이다. 제 3 화 ‘당신에게’는 사고 열차에 타고 가던 두 사람이 사랑 고백을 하기 직전,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큰 부상을 입고 살아 남은 연인의 이야기이다. 이때 연애 상담을 해 준 이가 제 1 화의 등장 인물 네모토 신이치로였다.

제 4 화의 주인공은 사고 열차의 기관사와 그 아내 마사코이다. 기관사의 아내는 열차 사고 이후 살인자라는 오명을 쓰고 기자들의 취재와 장난 전화로 고통의 나날을 보낸다. 마사코는 남편과 함께 죽을 작정으로 사고 열차에 오른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독후감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소설의 기본 설정만 놓고 보면 판타지 장르 소설이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살짝 청소년 소설 느낌도 든다.

서로를 지극히 사랑한 순간에 죽어간 연인의 이야기도 있고 아버지에게 효도를 해 보지도 못한 채 아버지를 떠난 보내 짠한 아들의 이야기도 있다.

잘 했든 못 했든 일단 헤어지고 나면 마음 속에 회한이 남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이다. 그러니 함께 있는 순간은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잘 되지 않는 것이 인간사의 일이기도 하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여운으로 남겨본다.

인상 깊은 구절

“도모코, 마음이 병든 건 착실히 살아왔다는 증거란다. 설렁설렁 살아가는 놈은 절대로 마음을 다치지 않거든. 넌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마음에 병이 든 거야. 마음의 병을 앓는다는 건,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증표나 다름없으니까 난 네가 병을 자랑스레 여겼으면 싶다.”

– 제 1 화 ‘당신에게’ 중에서. 도모코가 신이치로가 죽고 나서 신경정신과에 다니고 있을 때 시아버지가 해 준 말(본문 80쪽)

도모코는 어려서 부모를 모두 잃었다. 신이치로의 부모님은 그런 도모코를 딸처럼 아껴주고 사랑했다. 당신들도 아들을 잃었지만 실의에 빠진 도모코에게 마음 씀을 멈추지 않는다.

정말 품이 넓은 부모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편으로는 아들을 사랑해 준 도모코를 보면서 위로를 받고 힘이 되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만큼 도모코는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더욱이 넌 나약하지 않다. 진짜 약해 빠진 사람은 남 앞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지 못하는 법이거든. 넌 강한 사람이다.”

– 제 2 화, ‘아버지에게’ 중에서. 자신이 쓸모 없다고 울먹이는 아들 유이치에게 아버지가 해 준말(본문 159쪽)

부모 마음이 잘 드러나는 인상 깊은 구절이다. 직장을 잃고 좌절하는 아들을 보는 아빠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럼에도 유이치의 아버지는 아들의 장점을 찾아내 격려해 줄 수 있는 멋진 아빠였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도 부족함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법이다. 세상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부족함을 부정하기보다 그 부족함마저 당당하게 인정하는 자신감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아빠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말이라 여운이 오래 남았다.

같이 읽으면 좋은 소설

부모를 잃은 어린 삼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 프랑스 작가 마리 오드 뮈라이의 <오, 보이!>도 재미 있고 마음이 풋풋해지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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