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생크 탈출 줄거리와 OST, 명대사, 인생 영화

·

By




많은 사람들이 인생 영화로 <쇼생크 탈출>(프랭크 다라본트 감독, 팀 로빈스, 모건 프리먼 주연, 1994)을 꼽곤 합니다. 이 영화는 가치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에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곤)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른 뒤에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로 등극하기 시작했으니까요.

눈 밝은 가치투자자라면 당연히 이런 영화에 투자하여 오래 묵혀두지 않았을까요? 저평가되었던 영화가 지금에 와서야 고평가받는 걸 보면요.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은 악명 높은 교도소 ‘쇼생크’에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냅니다. 그럼에도 앤디 듀프레인은 굴하지 않고 19년 동안 탈옥을 준비하여 마침내 자유를 찾는 데 성공합니다. 보시다시피 이토록 단순한 줄거리를 가진 쇼생크 탈출을 왜 사람들은 인생 영화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까요?

실화를 닮은 줄거리

위에서 간략하게 줄거리를 살펴보았지만 쇼생크 탈출은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뉴스에서도 종종 보지만 진범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사람이 누명을 쓰고 개고생을 했다는 가슴 아픈 사연을 종종 접하게 되니까요.

참고로 영화 쇼생크 탈출은 스티븐 킹의 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1986)이 원작입니다. 이 소설은 스티븐 킹의 소설집 ‘사계’1에 실린 중편인데도 뛰어난 연출력 덕분에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실화가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곤 합니다.

황금가지가 2010년 출간한 소설 표지
황금가지가 2010년 출간한 소설 표지

리타 헤이워드2는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였는데요. 엔디는 탈옥을 위해 뚫어 놓은 구멍을 간수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이 포스터를 벽에 걸어 둡니다. 엔디는 19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하면서 마릴런 먼로, 라퀠 웰치 등 당대 여배우들의 포스터를 교체해서 걸게 됩니다. 여배우들의 포스터는 장구한 시간 흐름을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쇼생크 탈출 OST, 피가로의 결혼 

쇼생크 탈출은 음악을 잘 활용한 영화입니다. OST로 삼은 곡은 모자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 이중창 ‘저녁 산들바람 부드럽게’인데요. 모차르트의 장엄하면서도 부드러운 선율과 쇼생크의 죄수들이 처한 엄혹한 현실이 묘한 대비를 이루며 영화를 보는 내내 뭉클함을 끌고 가는 역할을 합니다. 

앤디 듀프레인은 박스 속에서 이 LP를 발견하고는 이중창을 틀어놓고 죄수들이 모두 천상의 음악을 감상할 때까지 교도관들이 음악을 끄지 못하도롯 아예 방의 문을 잠가버립니다. 교도관들은 밖에서 빡치고 있는데, 앤디는 문을 걸어 잠근 채 안에서 의자에 비스듬히 드러누워 한 순간의 자유를 만끽합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참으로 유치한 설정입니다. 쇼생크 탈출에는 이 외에도 유치한 설정들이 꽤 많이 나오는데요. 대개 앤디가 교도소장과 결탁한 덕분에 동료 죄수들이 한 순간이나마 삶의 쾌락을 맛보았다는 내용입니다. 일테면 앤디가 교도소장에게 잘 보여 땀 흘려 일하는 동료들이 맥주를 얻어 마실 수 있어서 순간적인 쾌락을 느꼈다는 식입니다.

쇼생크 탈출 명대사

이 영화에는 희망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불굴의 용기로 살아가다면 언제가 희망을 이룰 수 있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명대사들이 화자인 레드(모건 프리먼)의 입을 통해 많이 나옵니다. 

레드는 희망없는 교도소 안에서의 삶의 자세에 대해 앤디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저 담벼락이란게 참 웃긴단 말이야. 처음엔 싫어하다가 어느새 익숙해지지. 세월이 흐르고 나면 기대지 않고선 못 살게 돼. 그게 길들여진다는 거야.” 앤디 더러 그만 포기하고 잘 적응하면 교도소도 그럭저럭 살만한다는 뜻으로 한 말일까요?

쇼생크 탈출 영화 포스터
쇼생크 탈출 영화 포스터

반면, 앤디는 가석방한 레드에게 보낸 편지에서 “기억해요, 레드. 희망은 좋은 거예요. 아마 가장 좋은 것일지도 모르죠. 그리고 좋은 것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라고 희망을 절대 잃지 말라는 레토릭을 시전합니다. 

그리고 감성팔이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레드의 나레이션이 이어집니다. “태평양이 내 꿈에서처럼 푸르름으로 가득하기를 희망한다. 나는 희망한다.” 결국 쇼생크 탈출은 기승전-희망으로 결론 내립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지요.

인생 영화에 대하여

영화 쇼생크 탈출은 1995년 아카데미 7개 부분에 후보로 올랐으나 결국 무관의 제왕에 머물렀습니다. 그해 ‘포레스트 검프’와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펄프 픽션’, ‘퀴즈 쇼’, ‘가을의 전설’ 등과 겨루었는데, 인생 영화로 꼽은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가 1995년도에 개봉작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쇼생크 탈출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을 거라고 말합니다. 1995년 아카데미가 유독 경쟁이 심했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아카데미 시상식 역대 최우수 작품상이나 감독상 목록을 쭉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전이나 그 후로도 오랫동안 쇼생크 탈출이 목록에 들어갈 자리는 없어보입니다. 이는 아카데미가 워낙 쟁쟁한 영화들이 경쟁하는 영화제라는 건 둘째 쳐도 영화 쇼생크 탈출이 가진 자체적인 결함 때문입니다.

보수의 가치를 존중하시는 분들이 만약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필경 위선이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혼동하고 있을 결과일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보수의 궁극적인 가치는 법치의 테두리 내에서 완전한 경쟁을 통한 개인의 자유를 지향하는데, 쇼생크 탈출은 철저하게 법치를 짓밟고 우롱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쇼생크의 줄거리를 보면 앤디는 잘못된 법의 판단으로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습니다. 그리고 앤디는 자유를 되찾기 위하여 시종일관 법을 일탈하며 교도소장(밥 건튼)과 결탁하는 방법을 택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유일하게 증언해 줄 토미(길 벨루우소)가 교도소장에게 살해당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결말을 보면 더욱 황당합니다. 앤디는 애시당초 법의 잘못된 판단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앤디가 정당하게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방법을 택했다면 토미가 죽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앤디는 탈옥 후 자신이 자금 세탁을 해 주었던 교도소장의 거액의 불법자금을 불법 인출해 멕시코에서 호사를 누립니다.

그리고는 기껏 한다는 행동이 교도소장의 범죄행위를 폭로하여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자신을 기소한 검사나 재판을 잘못한 법정에 대해 응징을 하여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 보입니다.

반면, 한국의 영화들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폭 안상구(이병헌)마저 정의의 편(조승우)에 가담하여 악의 근원을 끝까지 파헤치는데 여념이 없고, ‘검사외전’에서는 양아치(강동원)마저 기꺼이 곤궁에 빠진 검사(황정민)를 도와 잘못을 바로잡는데 앞정섭니다. 이래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들이 잘 나갔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조그만 뜯어봐도 이토록 유치하고 황당한 설정인 쇼생크 탈출이 어쩌다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로 꼽히게 되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아마도 CNN의 창립자인 테드 터너의 공이 큰 것 같습니다. 그가 영화의 판권을 사서 케이블 TV에 무차별적으로 재생하고 DVD로 막대하게 공급한 덕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케이블에서도 아마도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영화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고만고만한 영화라도 생각 없이 자꾸 보게 되면 좋아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니 감동 스토리라고 하기에는 그 이야기가 너무나 유치하고 황당한 결말을 가진 영화입니다. 덕망 높았던 유명 배우 모건 프리먼의 이면에 성추행 의혹이 있었듯, 쇼생크 탈출 또한 공허하기는 마찬가지인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1. 사계는 봄, 여름 편과 가을, 겨울 편으로 분권 출간되었고, 공포 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은 이 소설집에서 ‘겨울’편만 공포소설을 실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겨울 편을 제외한 나머지 세 편이 영화화되었습니다. ↩︎
  2. 리타 웨이워드(1918 – 1987)의 대표작에는 대단히 유혹적인 장면으로 문화적인 아이콘이 되었던 영화 ‘길다'(1946)가 있습니다. ↩︎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