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심리학자가 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임 중인 쉬나 아이엔가 교수가 쓴 <쉬나의 선택 실험실>(2010)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절판이 되었다가 2012년 <선택의 심리학>이라는 제명으로 재 출판되었다. 착각의 심리학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 글 참조.
쉬나 아이엔가 프로필
1969년 11월 29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인도 이민자의 딸로 태어나 시크교도의 삶의 방식을 따르는 유년기를 보냈다. 9세 때 망막색소변성증을 앓아 책을 읽을 수 없게 되었고, 16세 때 빛 이외에는 아무것도 구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 책에는 그녀의 유년기 삶이 잘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학업을 지속하여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경영학, 심리학 학사를 마쳤고,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MIT를 거쳐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임 중이다.
쉬나의 선택 실험실 주요 내용
선택과 관련한 흥미로운 심리 실험의 연구 결과를 담은 이 책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1892∼1982)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자유는 선택할 수 있는 수 있는 권리다. 자기 자신한테 선택의 대안을 만들어줄 수 있는 권리다. 선택의 가능성이 없다면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그저 무엇인가의 일원이나 도구,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앞을 볼 수 없었던 쉬나에게 이 시인의 말이 얼마나 큰 용기를 북돋아 주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선택의 가능성이 없다면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선언, 그것은 저자에게 절실한 삶의 지침이 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삶이란 이미 정해져 있는 통제 불가능한 사건의 연속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연구를 지속했고 선택 심리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히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삶에 끊임 없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택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다양한 실험 사례를 인용하며 선택 과정에서 벌어지는 심리를 탐구했다.
먼저 바다에서 76일간 표류하다 구조된 스티븐 갤러헌의 실화를 통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망망대해에서 갤러헌이 포기하지 않고 ‘가능한 오래 발버둥치기’를 선택한 것이 그의 생사를 가르는 강력한 힘의 원천이 되었다는 것이다.
개와 쥐를 실험한 사례에서는 ‘선택’은 자신과 환경에 대해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임을 보여준다. 사람 또한 통제력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무력감을 느끼고 좌절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 행사할 수 있는 통제력의 수준이 아니라 자신이 가졌다고 느끼는 통제력이라고 쉬나 아이엔가는 강조한다.
이 책에는 이 외에도 재미 있는 분석들이 있다. 미국과 일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한 결과, 선택에 있어 집단적인 동양인보다는 ‘나’에 집중하는 서양인이 더 적극적이라는 얘기를 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수상 소감을 들으면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모두 ‘나’ 보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걸 볼 수 있다.
저자는 동양인은 스스로 선택하는 상황을 달갑지 않게 여긴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구글의 검색창과 네이버의 검색창을 비교해 보면 이런 차이도 설명이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스스로 찾아보는 것을 귀찮아 하기 때문에 아예 진열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현대는 정보가 넘쳐 나면서 그만큼 선택지도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다. 저자는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마다 포기한 것에 대한 심리적인 대가가 따르게 되므로 잃어버린 선택지들에 대한 후회의 총합이 선택한 대안이 주는 기쁨을 초과할 수도 있다는 선택의 역설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택도 기술
선택도 기술이라는 쉬나 아이엔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사소한 선택의 규칙들을 제공한다.
“옷을 덜 입는 것보다는 제대로 갖춰 입는 편이 낫다. 흥정하거나 협상할 때는 얻고자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불러야 한다. 밤늦게 간식을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언제나 논쟁의 반대 입장을 보려고 노력하라. 수입의 35퍼센트 이상을 집에 투자하지 마라. 그리고 제발 술을 몇 잔 마신 뒤에는 헤어진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전화하지 마라.”(204쪽)
저자에 따르면 이런 경험 법칙(휴리스틱 heuristics)들은 대개 쓸모가 있으며, 여러 선택지 속에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결과를 고민하는 데 쏟아부을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 준다고 한다.
선택의 기술은 간단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것도 아니다. 선택은 우리가 삶을 만들어나가도록 도와주며, 우리는 선택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쉬나 아이엔가가 제안하는 추천과 범주화 등의 선택 기술을 활용하면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실제보다 자신이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고, 더 현명한 투자자이며, 더 좋은 연인이고, 더 재치 있는 이야기꾼에다가 더 친절한 친구, 더 유능한 부모라고 판단하려는 경향(better-than-average effect’, ‘Lake Wobegon’)이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둔다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의 90퍼센트의 사람들은 자신이 전반적인 지능과 능력 면에서 상위 10퍼센트에 속한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자신을 돌아보고 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풍부한 실험 사례들을 소개하며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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