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영화를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무려 1960년대의 영화 <링고의 귀환>(1965)이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당시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했던 감독의 전작 <총잡이 링고>(1965)의 후속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당시 <속 황야의 은화 1불>이라는 이름으로 개봉하였다고 하는데요. 당시 한국에서는 <황야의 은화 1불>이 인기가 더 많아 그랬다고 합니다. 두 영화 모두 줄리아노 젬마가 주연으로 활약하긴 했지만요.
이 영화의 성공 이후 주인공 ‘링고’ 이름을 딴 아류작들이 10여편이나 더 만들어졌다고 하니까 그 당시 스파게티 웨스턴의 어마어마한 물결을 짐작해볼 수 있겠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세월의 흐름이 매우 다른 속도로 느껴지곤 합니다. 빠른 세월의 흐름과 대비되는 박하고 거친,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링고의 귀환>을 감상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 영화는 현재 왓차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영화감독 두치오 테사리가 연출했습니다. 두치오 테사리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양대산맥이라고 불리는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의 세르지오 레오네와 ‘장고’의 세르지오 코르부치의 명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당대에는 인기 영화 감독이었습니다.
링고의 귀환 줄거리
이 영화는 오프닝부터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전반적인 배경을 설명하는 OST가 귀를 사로잡는데요. 현대 영화 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레코네가 이 영화의 음악 작업을 맡았는데요. 이 영화의 음악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비장미와 경쾌한 선율의 오프닝 OST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는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네, 떠날 때는 마음이 무거웠네. 옛친구가 그리워 돌아왔는데 누구도 나를 반기지 않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
당신들은 내가 어떤 자였는지 기억했어야 했어. 마을을 다니면서 허름한 옷에 눈치만 보는 자를 만나거든 피해 가지 마시오. (···)
우리는 용기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때는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나고 두 달이 흐른 뒤, 맥시코와 국경지대를 이루고 있는 어느 작은 마을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몽고메리 브라운 대위는 일명 ‘링고'(줄리아노 젬마)로 불립니다. 북부군에 대위로 입대했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귀환하는 길이지요.
오프닝 노래에서 암시되어 있지만 고향으로 귀환한 링고를 반겨주는 이는 없습니다. 마을에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되자 멕시코의 악당 푸엔테스 형제(페르난도 산초)가 전쟁통에 마을을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은 모두 전장에 나갔고 마을에는 노인들과 부녀자들뿐이었습니다.
그래도 링고의 아버지인 브라운 상원의원은 마지막까지 푸엔테스 형제 일당들에게 대항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살해되었고 링고의 아내 할리(로렐라 드 루카)는 딸 앨리자베스와 함께 인질로 잡혀 악당 파코와 결혼을 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우리의 영웅 링고가 복수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런데 마을 사람 모두 악당에 완전히 굴복당한터라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역경속에서도 링고는 호메르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그러했듯 특유의 기지와 인내를 발휘하며 악당을 소탕하는데 성공하고 마침내 아내와 딸을 되찾는 데 성공합니다.
다른 악당 영화들처럼 링고가 악당을 물리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인데요. 악을 물리치고 정의가 승리한다는 이야기는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링고는 물망초가 운영하는 꽃집에 취직하여 기회를 엿보며 카드 점을 봐주는 호색녀 로지타(니브즈 나바로)와 술에 찌든 보안관도 각성을 시켜서 정의의 편에 서게 만드는데 성공하면서 마침내 악당을 물리치는데 성공합니다.
링고의 귀환이 명대사 모음
이 영화의 명대사는 링고가 무기력한 보안관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장면에서 나왔습니다. 링고의 고향 사람들은 악당들로 인하여 일종의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있었는데, 목숨을 건 링고의 용기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정의의 편에 동참하게 되죠.
“죽는 건 누구나 싫어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는 여러번 죽지만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단 한 번만 죽는 겁니다.”
그리고 링고는 미래를 점술에 의지하지 않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요염한 로지타가 검은색 팬티스타킹에 돈을 꽂으며 링고를 유혹해보지만 요지부동입니다. 보통 남자라면 카드점을 당장 봤을 법한데 말입니다.
여인에게 술도 권하지 않아요? 나랑 사랑을 나누는 게 내키지 않는 건가?
너무 쉬워 보여서 그래요?
남자가 사랑을 거부할 땐 남자답지 못한 사람이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단 뜻이죠.
누구를 사랑하는지 한 번 볼까요?
카드는 항상 진실만 말하죠. 그게 인간과 다른 점이요.
– 로지타가 링고에게 카드점을 권하며
링고의 아내 할리도 카리스마를 발휘했습니다. 링고는 처음에 할리가 자신을 배신하여 악당 파코와 결혼하려고 한다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란 걸 알고 할리에게 말을 타고 야반도주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런데 링고의 예상과는 달리 할리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링고에게 따끔하게 질책합니다. 우리만 도망가면 마을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쩌라고, 우리가 떠나고 나면 진짜 그들은 죽게 된다고 말입니다.
혹 이 글을 보시고 <링고의 귀환>을 감상하게 된다면 이 영화가 1965년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걸 감안하시고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어쩌면 그 당시 극장에서 이 영화를 즐감하신 분들도 계시겠네요.
그러면, 아 그 줄리아노 젬마, 하실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줄리아노 젬마는 <황야의 은화 1불>을 비롯해 많은 영화들에서 주연을 꿰찬 당대 최고의 인기 배우였다고 하니까요.
이 영화는 총격전도 볼품없고 내러티브 전개도 느리지만, 요즘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유의 소박함을 느낄 수 있는 스파게티 서부극의 고전입니다. 화살처럼 지나가는 연말에 옛 영화를 보면서 과거를 소환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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