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 줄거리와 결말 해석, 걸작 호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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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포스터와 안소니 홉킨스의 불꽃 연기

양들의 침묵이 개봉한 지도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볼 때마다 공포로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무엇보다 조디 포스터와 안소니 홉킨스의 불꽃 튀는 연기대결이 서스펜스의 불꽃을 튀깁니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이 가지는 탄탄한 시나리오, 두 주연 배우의 숨을 멎게 하는 열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하워드 쇼어의 멋진 OST, 그리고 무엇보다 조디 포스터가 창조한 주체적인 여성 수사요원 캐릭터가 크게 작용했을 거라고 짐작해 봅니다.

양들의 침묵 원작(책)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토머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1988)이 영화의 원작입니다. 토머스 해리스는 ‘와코 뉴스 트리뷴’지의 경찰 출입 기자로 일했고, AP통신사 사회부에서 엽기적 사건을 주로 취재했습니다.

토머스 해리스는 1975년 <블랙 선데이>로 데뷔했고, <레드 드래건>(1981), <양들의 침묵>(1988) 등 3편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또 영화화가 되었습니다. 토마스 해리스는 FBI의 여러 프로파일러들을 취재하여 양들의 침묵을 완성했습니다.

영화 정보

개봉 1991.06.15.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범죄, 공포, 스릴러/ 미국
러닝타임 118분

감독 및 배우들

감독 조나단 드미 Jonathan Demme
주연 조디 포스터 Jodie Foster 클라리스 스탈링 역, 안소니 홉킨스 Anthony Hopkins 한니발 렉터 박사 역,
출연 스캇 글렌 Scott Glenn 잭 크로포드 역, 앤소니 힐드 Anthony Heald 프레드릭 칠튼 박사 역, 테드 레빈 Ted Levine 제임 ‘버팔로 빌’ 검 역, 프랭키 페이슨 Frankie Faison 바니 매튜스 역, 케이시 레몬스 Kasi Lemmons 아델리아 맵 역, 브룩 스미스 Brooke Smith 캐더린 마틴 역

양들의 침묵 포스터
양들의 침묵 포스터

줄거리를 한 줄로 정리하자면, 연쇄살인범을 쫒는 FBI 수습 요원 클라리스(조디 포스터)가 사이코패스 한니발 렉터 박사의 도움으로 범인을 검거하는 데 성공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카데미는 이 말도 안 되는 줄거리를 가진 양들의 침묵에게 작품상을 수여했습니다. 그리고 <양들의 침묵>은 호러 영화 역사상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유일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수상정보(1991~1992)

6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5개 부분 수상: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각색상12
44회 미국 작가 조합상(각색상)
44회 미국 감독 조합상(감독상(영화부문))
4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여우주연상-드라마)
4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은곰상:감독상)
17회 새턴 어워즈(최우수 호러, 스릴러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최우수 각본상, 최우수 분장상)

한니발 렉터 시리즈 탄생

양들의 침묵이 빅 히트하면서 <한니발>(2001)과 <레드 드래곤>(2002), <한니발 라이징>(2007)이 차례대로 개봉되었습니다. 네 편의 영화 모두 토머스 해리스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시리즈입니다.

양들의 침묵이 한니발 렉터 시지즈의 최고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고, 리들리 스콧 감독의 <한니발>이 흥행에 꽤 성공했고, 영화도 그런대로 볼 만합니다.

양들의 침묵 줄거리

주인공 및 등장인물

클라리스 스탈링(조디 포스터)
괴한의 총격으로 경찰서장이었던 아버지를 열 살때 잃은 아픔을 간직하고 FBI 요원이 되기 위해 FBI 연수원에서 훈련 중에 있는 FBI 수습요원입니다.

양들의 침묵은 클라리스 스탈링이 홀로 훈련에 매진하는 모습을 오프닝 시퀀스로 잡았습니다. 이 장면은 클라리스 스탈링의 자세를 예고해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잭 크로포드(스콧 글렌)
FBI ‘행동과학부’ 국장으로 경찰학교에서부터 눈여겨봐온 클라리스 스탈링을 연쇄살인사건의 수사에 투입합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스탈링에게 아버지가 이 모습을 본다면 자랑스러워했을 거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스탈링에게는 대부적인 존재로 비칩니다.

버팔로 빌(테드 레빈)
버팔로 빌은 연쇄살인 사건의 살인범에게 붙여진 별명으로 본명은 ‘제임 검’입니다. 체구가 큰 여성들을 골라 피부를 도려내는 엽기적인 연쇄살인 사건을 벌입니다.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킨스)
한때 유명한 정신과 의사로 명성을 날렸지만 자신의 환자 9명을 살해하여 인육을 요리해서 먹는 ‘식인종 한니발’로 불립니다. 볼티모어 정신이상 범죄자 특별 수감소에 8년째 수감되어 있습니다.

프레더릭 칠튼(안소니 힐드)
볼티모어 정신이상 범죄자 수감소 소장. 한니발 렉터를 이용해 출세를 하려는 타락한 공무원 캐릭터입니다.

루스 마틴(다이앤 베이커)
테네시 주의 상원의원으로 외동딸 캐서린(브룩 스미스)이 버팔로 빌에게 납치되자 한니발을 시설이 좋은 멤피스의 교도소로 이감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한니발 렉터와 클라리스 스탈링의 첫 대면

FBI 국장 잭 크로포드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자 클라리스에게 한니발 닥터를 면담하여 범인의 단서를 찾아오도록 지시합니다.

클라리스 스탈링이 볼티모어 특별 수감소에 진입하여 한니발 렉터를 첫 대면하는 장면은 그 자체 만으로도 기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한니발 렉터는 수감된 몸으로도 간호사의 얼굴을 뜯어먹는 기행 등으로 특수 제작된 방탄유리로 철저하게 격리시켜 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이코패스였기 때문입니다.

한니발 렉터와 클라리스 스탈링의 만남
한니발 렉터와 클라리스 스탈링의 첫 만남

그러나 한니발 렉터와 클라리스의 대화는 묘한 긴장감 속에서도 알 수 없는 기류가 감지됩니다. 클라리스를 바로 보는 한니발 렉터의 눈빛이 그렇고 그를 보는 클라리스의 눈빛 또한 그렇습니다.

조사에 쉽게 응하지 않는 한니발에게 낙담하여 수감소 복도를 걸어가는 클라리스. 그때 옆방의 죄수 I.J. 믹스가 스탈링에게 흥분하며, 스탈링의 얼굴에 자신의 정액을 뿌리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그것을 본 한니발이 격분하여 클라리스를 다시 불러 그녀에게 대신 사과하며, 범인을 잡을 단서를 그녀에게 제공합니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옆방 죄수가 정액을 그녀 얼굴에 뿌리자 한니발이 격분했다는 것, 그리고 그녀의 모욕을 씻어주기 위해서라면 그가 뭐든 할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테네시 주 연방 상원의원 외동딸의 실종

FBI 국장 잭 크로포드와 클라리스가 연쇄 살인범을 추격하고 있을 때, 테네시 주 연방 상원의원 외동딸이 납치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수감소 소장 프레드릭 칠튼은 범인의 이름을 말해 주겠다는 한니발 렉터의 말에 속아 그를 상원의원과 대면시키기 위해 멤피스로 이송하게 됩니다.

한니발이 상원의원에게 말한 범인의 이름이 애너그램에 불과한 말장난임을 안 클라리스는 그를 다시 찾아와 범인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하지만 한니발은 거절하고 경찰들의 제지하는 속에 사건기록을 돌려주며 클라리스의 검지 손가락을 찰나의 순간에 터치합니다.

이 장면 또한 <양들의 침묵>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 중의 하나입니다. 클라리스를 향한 한니발의 마음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자, 한니발을 향한 클라리스의 애절함이 스쳐 지나가는 아찔한 장면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양들의 침묵 결말(스포일러)

우유 곡절 끝에 FBI 국장 잭 크로포드와 클라리스는 연세 살인범의 주소를 특정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특정한 연쇄살인범의 집이 서로 다릅니다.

아주 빛나는 교차편집 덕분에 관객들은 잭 크로포드의 특수요원들이 초인종을 누르고 살인범이 문을 열고, 문 밖에는 특수요원이 아니라 클라리스의 얼굴이 나타날 때에야 아, 교차 편집 화면임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이후 수많은 영화들에서 패러디하면서 익숙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이제 단신으로 범인의 집으로 들어간 클라리스를 잭 크로포드가 걱정하듯 관객들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체구가 작아도 너무 작은, 연약한 조디 포스터가 연기한 클라리스가 위기에 처하는 순간입니다.

연쇄살인범 버팔로 빌의 계략에 넘어가 클라리스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한 자루의 총에 의지한 채 간신히 범인과 대적하고 있습니다. 살인범은 고글을 쓰고 클라리스를 지켜보며 그 순간에도 클라리스의 머리칼을 만지려 듭니다.

암흑 속에서 연쇄 살인범를 쫒는 조디 포스터
암흑 속에서 연쇄 살인범를 쫒는 조디 포스터

그 순간 총성이 울리고 버팔로 빌을 제압하는 데 성공한 클라리스. 상원의원 외동딸 캐서린도 구출한 클라리스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식 FBI 요원이 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클라리스가 어디선가 걸려온 한니발 렉터의 전화를 받으며 끝납니다. 클라리스가 애타게 “닥터 렉터”하며 몇 번이나 부르지만 한니발 렉터는 이 영화의 명대사라고 할 다음의 말을 남기고 길거리 대중 속으로 섞여 드는 그의 뒷모습을 비추며 클로징 크레딧이 올라갑니다.

“저녁 식사를 해야 할 옛 친구가 있어서”

이 말 또한 중의적인데, 옛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옛 친구를 저녁 식사로 먹어 치우겠다는 것인지 소름 돋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양들의 침묵 해석(의미)

영화를 보면서 왜 양들의 침묵이지? 그 의미가 뭐지? 하고 궁금해집니다. 이를 유추해볼 수 있는 대화는 이 영화에서 딱 한번 나옵니다. 클라리스가 한니발을 두 번째 면담할 때 그에게 한 고백입니다.

클라리스는 열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이모 부부가 운영하는 소와 양 떼를 키우는 목장에 맡겨졌으나 불과 두 달만에 도망쳐 나왔다고 한니발에게 울먹이면서 힘든 고백을 이어갑니다.

클라리스의 트라우마를 들추어내려는 한니발과 한니발로부터 사건의 단서를 얻으려는 클라리스의 불꽃 튀는 심리전이 압권입니다.

“새벽이었어요. 아이 울음 같은 비명 소리가 들려 목장에 갔는데, 어린양들이 도살되고 있었고, 어린양들을 구하려고 울타리를 열었지만 양들이 나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 마리라도 살리기 위해 어린양을 안고 도망쳤으나 얼마 안가 경찰에 붙잡혔고, 그 뒤로 고아원에 맡겨졌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양들의 침묵이란 폭력에 저항하는 것을 뜻하고, 한니발은 연쇄살인범 버팔로 빌을 잡게 되면 양들의 비명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될 거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카메라는 버팔로 빌이 애지중지했던 것으로 보이는 성조기를 두 번이나 클로즈업합니다. 연쇄살인범을 은유하는 장치로서 성조기가 활용된 셈입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조나단 드미는 부시와 극우를 혐오했던 대표적인 감독입니다. 우리나라 관객들은 성조기를 보고 태극기 세력을 떠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양들의 침묵은 직접적으로는 성폭력에의 저항을, 넓게는 국가기관이 자행하는 폭력에 대한 항거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양들의 침묵 에필로그(스포일러)

클라리스 역을 열연한 배우 조디 포스터는 원작 소설을 읽고 너무 마음에 들은 나머지 판권을 사고 싶어했고, 미셀 파이퍼가 클라리스 역을 거절하자 조디 포스터는 <피고인>(1988)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이미 수상한 배우였음에도 감독에게 거의 애걸하다시피 하여 배역을 맡게 되었다고 합니다.

클라리스 역의 조디 포스터
클라리스 역의 조디 포스터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지성파 배우인 조디 포스터는 남자들 만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여자 혼자 힘으로 운명을 개척해가는 클라리스라는 캐릭터에 매료되었던 것 같습니다. 체구는 작지만 당당하게 사건을 파헤쳐간 조디 포스터의 섬세한 연기는 이후 여성 수사 요원의 클리셰가 되었습니다.

영화 곳곳에 마초들이 우굴거리는 정글 같은 곳에 연약한 조디 마스터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사건을 풀어가는 장면들은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불러일으켰을 것입니다. 아카데미 작품상도 아마 이점을 높게 샀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1. 아카데미 시상식의 “BIG 5″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각본(각색)상’을 말합니다. ↩︎
  2. 아카데미 역사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영화는 <어느 날 밤에 생긴 일>(1934)과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그리고 <양들이 침묵>(1991), 이렇게 단 세 편입니다. 그 이후로 그랜드슬램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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