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버이날, 딸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부모가 되어서 처음으로 자녀에게 식사 대접을 받은 셈이다. 동네 가까운 곳에 있는 순대곱창전골집이었다.
딸은 외식하러 나가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데,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좀 놀랐다. “오늘 어버이날이잖아요.” 했다. 순간, 뭐랄까 기특함이라고 해야 할까, 적잖이 감동을 했다.
용돈도 넉넉하지 않을 텐데 그래도 어버이날이라고 용돈을 아껴두었던 모양이다. 마음 씀씀이는 딸아이가 아무래도 아들보다 섬세한가 보다.
올해 어버이날은 공교롭게도 일요일이자, 부처님 오신 날이라 아들도 집으로 오는가 했는데 오지는 않았다. 시험공부하랴, 진로 걱정하랴, 정신이 없을 것이다.
어버이날 유래
고대 로마인들은 어머니 신을 섬겼고, 봄에 축제를 열었다. 그러니 오늘날의 어버이날은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로부터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1908년, Anna Jarvisrk 자신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추도식을 열고 카네이션을 나눠 준데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6년부터 5월 8일을 부모님의 날로 정했다. 당시에는 어머니 날이었다가 1973년부터 ‘어버이날’이라는 괴상한 현재의 이름으로 바꼈다.
어버이라는 고어가 있다고 하나, 어머니+아버지를 아무렇게나 합성한 것일 게다.
어버이날 노래, <어머니의 마음>은 1941년 ‘조선 가곡 현상모집’ 당선곡이다. 경신중학교 주임교사였던 양주동과 이흥렬이 작사, 작곡한 곡으로 지나치게 비장한 감이 있다.
세계의 어버이날
미국에서는 어머니의 날(Mother’s Day)이라고 해서 5월 둘째 주 일요일이 기념일이다.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은 따로 6월 셋째 주 일요일에 기념한다. 이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다만, 날짜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북한은 11월 19일이 어머니의 날이고, 멕시코는 5월 10일, 호주는 5월 첫 번째 일요일이 어머니의 날이고, 9월 첫번째 일요일이 아버지의 날이다.
어차피 공휴일도 아닌데, 기념일마저 뭉뚱그려 지정할 이유가 뭐 있나 싶다. 많은 나라가 어머니 날과 아버지 날을 따로 지정하고 있기도 하고, 쓸데없는 기념일이 많기도 하니까 말이다.
어버이날 선물
어버이날 하면 카네이션이다. 모든 기념일이 그렇듯 상업화가 극성이다. 생화가 없으면 조화라도 달아야 한다고 난리를 친다. 이 얼마나 부산한 풍습인가.
내년 어버이날에는 1인 2만 원 하는 식당으로 가요
맛있게 전골을 먹고 식당을 나오면서 딸이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아내와 함께 하하 웃었다. “그래 기대하고 있으마”라고. 아마도 부모들은 자녀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 가장 행복할 것이다.
덕분에 딸아이가 곱창을 그리 좋아한다는 것도 알았다.
부모와 자식의 마음
“세 곳에 개발자를 지원했는데, 만약 합격하면 취업을 바로해야 할지, 졸업을 해야할지 고민이에요”라고 딸이 말했다.” 딸아이는 대학 3학년이다.
그냥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는 줄만 알았는데, 벌써 취업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데 콧등이 시큰했다. “그래도 학위는 따고 가야 되지 않겠니?” 했더니, 개발자는 학위는 별로 소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흘렀는데, 딸이 우울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떨어진 모양이다. 딸은 자존심이 세다.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아마도 모든 부모들은 자식들이 상처받지 않고 어른이 되기를 바라고, 자식은 부모가 걱정 없이 살기를 원할 것이다.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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