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가끔 일어날 때가 있다. 영화 <언터처블 : 1%의 우정>의 이야기도 그렇다.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된 백만장자와 그를 간병하던 빈민가 출신의 흑인 청년이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그런데 이 믿기지 않은 이야기는 영화가 아니라 실화다. 실화에 바탕을 둔 <언터처블 : 1%의 우정>은 넷플릭스와 왓차, 웨이브에서 다시 보기 할 수 있다.
감독 및 출연진
-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 : 프랑스 출신의 영화감독으로 이 영화로 2011년 244회 도쿄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
- 프랑수아 클루제 (필립 역) :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된 백만장자. 귀족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였으나 사고로 생의 의지를 잃음
- 오마르 시(드리스 역) : 가난한 이민자 출신의 자유분방한 청년. 우연히 필립의 간병인이 되면서 인생의 소중한 의미를 느끼게 됨
- 오드리 플뢰로 (마가리타 역) : 필립의 비서. 드리스가 계속 대시해 보지만 거절함
언터처블 : 1%의 우정 줄거리
영화의 시나리오는 간결하다.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된 백만장자와 그를 간병하는 흑인 사이에 특별한 우정이 싹트는 과정을 묘사하는 게 전부다. 그럼에도 이 단순한 이야기에 사람들을 감동을 느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은 어떻게 친구가 되었을까?
<언터처블 : 1%의 우정>의 오프닝 시퀀스만 보면, 한 편의 속도감 있는 스릴러물을 보는 듯하다. 조수석에 백인 남자를 태운 흑인 남자는 시내 도로를 광속 질주한다.
미국의 11인조 흑인 그룹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신나는 음악을 배경으로 경쾌하게 오프닝을 열어젖힌 이 영화는 두 남자의 관계를 플래시백으로 깔끔하게 보여주며 시작한다.
흑인 청년 드리스(오마 사이)는 간병인 면접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전신 마비 백인 남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의 간병인 면접에 참여한다.
그런데 필립은 엉뚱하게도 전문 간병인들을 제쳐두고 부랑아처럼 보이는 드리스를 고용한다. 백만장자 필립은 뭐가 아쉬워 드리스를 선택한 것일까? 더구나 그는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도저히 불가능한 전신 마비 장애인이다.
필립은 예술을 사랑하는 프랑스 귀족 출신의 최상류층이고 드리스는 교도소에도 갔다 온 거리의 부랑아이다. 관객들이 보기에도 드리스가 전신 마비 장애를 앓고 있는 필립을 제대로 간병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결과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사람을 알아보는 필립의 안목은 탁월했다. 드리스는 전문 간병인이 갖추진 못한 착하고 순수한 인간성을 내면에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과 직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드리스는 필립을 평범한 사람처럼 대할 뿐 그를 불상하게 여기거나 동정하지 않는다. 드리스는 그가 전신 마비를 자주 깜박하고는 전화를 받으라고 폰을 주기도 한다. 드리스의 그런 태도에 필립은 묘한 우정 같은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전문 간병인이라면 아마도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신 마비 장애인을 정상인처럼 대하는 것은 그들이 교육 받았던 직업 수칙에도 반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상대가 최상류층 인사라면 더더욱 그러한 행동이 불손하게 비치게 될 것을 두려워할 것이다.
드리스는 어떠한 가식도 없이 필립과 대화하며 상류층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 대신 힙합을 스스럼 없이 틀고 파티에도 그를 데리고 다니며 장난을 치곤 한다.
드리스의 이러한 행동에서 필립은 전신 마비가 된 이후, 처음으로 잃어버렸던 어떤 인간성을 되찾기 시작한다. 자신이 장애인으로 줄곧 동정을 받으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드리스에게서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드리스는 드리스대로 뭔가 특별한 우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필립이 최상류층 꼰대인줄로만 알았는데, 생각이 열려있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 인물임을 알아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패러글라딩을 시도하는 필립과 드리스 스틸컷](https://newbinsight.com/wp-content/uploads/2025/02/언터처블.webp)
필립과 친구가 된 드리스는 급기야 필립에게 패러글라이딩을 시도를 제안한다. 아무리 그래도 패러글라이딩을 타다 전신 마비자가 되었는데, 과연 그가 수락할 까 싶었다. 하지만 필립은 “장애 때문에 제한된 삶을 살 필요가 없다”는 드리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패러글라이딩에 나서고 하늘을 날게 된다.
언터처블 : 1%의 우정 결말
드리스가 가족 문제로 떠나가자, 필립은 새로운 간병인이 왔지만 수염도 깍지 않고 우울한 날들을 보내게 된다. 필립의 친구들은 다시 드리스를 부르고, 무언의 미소와 함께 나타난 드리스는 필립을 차에 태워 바다로 향한다.
바닷가의 한 레스토랑에 도착한 드리스는 아주 세심한 손길로 영문을 모른 채 앉아 있는 필립을 단장해준다. 멋진 신사로 변신한 필립의 눈앞에 그가 짝사랑하며 오랫동안 만나기를 고대해 왔던 ‘엘레온어’가 나타난다.
그녀와 편지를 주고 받았지만 용기를 낼 수 없어 그녀를 만날 수 없었던 필립은 긴장하면서 그녀와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한다.
드리스는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며 조용히 자리를 떠난다. 이후 영화는 영화는 실제 주인공들의 사진과 그들의 현재 삶을 보여주며 엔딩 크레딧을 올린다.
필립의 실제 모델인 필리프 포조 디 보르고는 재혼했으며 드리스의 실제 모델 압델 셀루도 자신의 삶의 의미를 새롭게 찾아 살아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언터처블 : 1%의 우정 명대사와 의미
“팔이 없으면 초콜릿도 없어. No arms, no chocolate. “
필립이 초콜릿을 달라고 했을 때, 드리스가 장난스럽게 한 말이다. 드리스에게 장애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유머의 대상일 뿐이다.
“우린 동정이 필요 없는 관계야. We are not in a pity relationship.”
필립이 드리스와의 관계를 정의내린 대사이다. 환자와 간병인의 관계가 아니라 친구가 되었다는 뜻이다.
“내가 떠나도 괜찮겠어? Will you be okay without me?”
드리스가 떠나야 할 상황이 되었을 때 필립에게 물었던 말.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둘의 배려가 잘 드러나는 대사이다. 드리스는 다시 돌아와 ‘엘레온어’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떠났다.
“사람들이 불구인 걸 걱정할 때, 나는 자유를 생각해. People worry about being disabled, but I think about being free.”
필립이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외쳤던 대사. 드리스와의 만남은 필립의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삶은 때때로 나쁘지만, 때때로 좋다. Sometimes life is hard, sometimes it’s good.”
필립과 드리스가 함께하며 깨닫게 된 삶의 지혜.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언터처블 : 1%의 우정>이 전하는 감동이 압축된 대사이기도 하다.
에필로그
이 영화의 실제 인물 필리프 포조 디 보르고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 <Le Second Souffle, 두 번째 숨>을 출간했고, 영화는 이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필리프는 사고 이후 아내가 떠나 갔으나 압델 셀루(영화에서는 드리스)를 만나 생의 의지를 다시 찾았고 재혼도 했다.
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하며 모로코에서 여생을 보내다 2023년 향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그는 장애와 우정에 관한 아래와 같이 남겼다.
“사람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서로 나누고 함께하는 것.”
“진짜 장애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