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에서 탱고 씬

여인의 향기 영화 줄거리와 OST 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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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파치노가 열연한 <여인의 향기>(1992)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많기로 유명한 영화이다. 이 영화 하면 먼저 알파치노가 도나와 탱고를 춤추는 장면이 떠오르고, 탱고하면 그때 흘렀던 음악이 떠오를 정도니까 말이다.

탱고 씬에서 흘러나왔던 OST는 ‘Por Una Cabeza’으로 아르헨티나의 작곡가 카를로스 가르델이 작곡한 곡을 피아졸라가 편곡한 버전이다. 남녀 사이의 밀당을 노래한 이 곡은 이후 <쉰들러 리스트>(1993), 트루 라이즈(1994)에서도 쓰였다.

알 파치노가 전작들에서 보여준 수많은 메소드 연기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과는 인연이 멀었다. 칠전팔기 끝에 <여인의 향기>로 비로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알 파치노가 맡았던 프랭크 역은 처음에 잭 니콜슨, 해리슨 포드, 더스틴 호프먼 등에게 갈 뻔했다는 걸 생각해 보면, 큰 상은 역시 운이 따라야 하는 것 같다.

<여인의 향기>에서 주인공의 친구 조지 윌리스 역을 능글맞게 한 연기한 필립 시모어 호프먼(1967-2014)은 이 영화로 연기 인생을 시작했고, 그 역시 <카포티>(2005)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대배우로 성장했다.

<대부Ⅱ>에 빠져있었던 시기에는 그가 출연한 영화들이 신들린 듯한 연기 때문인지 다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여인의 향기는 요즘 보니까 지금의 시대 감성과는 거리가 너무 먼 느낌이 든다. 뭐랄까, 너무 꼰대 같고 가부장적이다. 그래도 주연과 조연 모두 연기가 일품이다.

영화 기본 정보(출연진)

원제 Scent of a Woman(1992)
원작 이탈리아 소설가 지오반니 아르피노의 소설 《Il buio e il miele》
감독 마틴 브레스트
주연 알 파치노(프랭크 슬레이드 역)
조연 크리스 오도넬(찰리 심슨 역),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조지 윌리스 역), 제임스 레브혼(교장 역), 가브리엘 앤워(도나 역)
상영시간 157분/ 등급 15세 관람가

공식 포스터

줄거리

추수감사절

찰리 심즈(크리스 오도넬)는 뉴 잉글랜드 명문 사립고 베어드 스쿨에 다니는 가난한 고학생이다. 학급 친구들은 추수감사절을 맞아 스키 여행을 떠날 생각으로 들떠 있지만, 찰리는 학교 게시판에서 연휴기간 동안 일할 알바를 찾으려고 학교 게시판를 훑어본다.

찰리는 알바로 퇴역 육군 중령 프랭크 슬레이드(알 파치노) 노인을 돌보기로 하고 인터뷰를 가지만, 그는 시각 장애에다가 말투가 거칠고 성정도 아주 괴팍한 노인네였다. 조카 캐런 부부가 추수감사절에 프랭크에게 같이 여행을 가자고 했지만, 그가 집에 혼자 남아 있겠다고 고집을 부려 노인을 돌봐 줄 알바를 구하게 된 것이었다.

그날 밤, 찰리는 학교 도서관 일을 마칠 때쯤 학급 친구 조지 윌리스(필립 시모어 호프먼)를 만나 함께 나오던 중에 급우들이 불손하게도 교장 선생의 전용 주차장 옆 큰 나무 위에서 풍선을 매달고는 급히 도망치는 것을 목격한다. 그 순간 나이 든 여교사가 다가와 그 장면을 목격하지만 그들이 누구인지는 알아보지 못한다.

다음 날 등교 시간. 교장이 차를 주차하고 내리는 순간 풍선이 빵 터지면서 교장은 그의 차와 함께 흰 페인트를 뒤집어쓰고 만다. 전교생은 환호하고 교장은 분개한다.

교장은 이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음직한 찰리와 조지를 불러 추수감사절이 끝나고 열릴 징계위원회 전까지 범인이 누군인지 말하지 않으면 퇴학시키겠다고 얼음장을 놓는다. 교장은 또 혼자 남겨진 찰리에게 하버드 장학생 추천서와 퇴학 중에서 선택하라고 은밀하게 회유한다.

뉴욕으로 떠나는 찰리와 프랭크

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추수감사절을 맞이하게 되었고, 그래도 프랭크를 돌보러 가는데, 그 노인네마저 속을 썩인다. 조카 부부가 여행을 가자마자 프랭크는 찰리더러 뉴욕 행 동행을 요구한다. 아니 집에 있는 거 아니었어?

그런데 이 노인네, 프랭크의 하는 짓이 수상하다. 비행기는 일등석을 타고, 호텔은 최고급 스위트 룸에 숙박한다. 다음 날은 오랜만에 형의 집을 불쑥 찾아가 온 가족에게 깽판을 친다. 한때 존슨 대통령의 보좌관이었으나 승진에서 빈번히 탈락한 프랭크는 술에 찌들어 살았고, 만취상태에서 그가 든 수류탄이 폭발하여 실명했다는 흑역사를 형의 아들이 까발리면서 추수감사절 저녁은 난장판이 되고만다.

여인의 향기와 탱고

이튿날 찰리는 프랭크를 위로하기 위해 근사한 레스토랑에 동행하고, 거기서 도나(가브리엘 앤워)를 만나 그 유명한 탱고 춤을 추게 된다. 프랭크는 순식간에 여인의 향기를 맡았고, 단 몇 마디 말로 처음 보는 여인을 단숨에 탱고의 무대로 이끈 것이었다.

레스토랑에서 탱고 씬
레스토랑에서 탱고 씬

다음 날 아침, 착한 찰리는 기진맥진해 뻗어있는 프랭크를 위해 페라리 시승 이벤트를 마련한다. 페라리 판매점을 찾아가 영업맨을 돈으로 매수해서 페라리 시승을 하게 된 프랭크는 찰리에게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해보겠다고 우긴다.

레스토랑에서 나온 프랭크는 혼자 한 여인을 찾아가 호화로운 저택에서 근사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지만, 기분은 더 우울한 상태로 침대로 향한다.

시각장애인이 운전하는 것이 가능? 영화에서는 물론 가능하다. 그것도 프랭크가 엄청 속도를 높여 브루클린 시내를 달린다. 보는 이가 다 아슬아슬할 정도다. 프랭크는 탱고를 잘 추었을 뿐 아니라 운전도 굉장히 잘했던 사내였던 것이다. 거기다 경찰에 단속되었을 때는 찰리와 부자지간으로 위장하여 딱지도 끊기지 않을 정도로 임기응변에도 능했던 남자였던 것이다.

프랭크의 자살소동

호텔로 돌아오자, 프랭크가 찰리에게 담배 심부를 시킨다. 우리의 예민했던 찰리는 담배를 사러 가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발길을 급히 돌려 스위트룸으로 다시 돌아온다. 아니나 다를까, 프랭크가 육군 군복을 차려입은 채 권총을 들고 자살을 시도하고 있던 참이었다.

프랭크 : “찰리. 넌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난 일평생을 세상 모든 것과 맞서 왔어. 그렇게 해야 내가 중요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거든. 하지만 넌 진심을 다해 싸우지. 네겐 진정성이 있다. 내가 널 쏠지 양자로 삼아야 할지 모르겠구나.”
찰리 : 중령님, 제발 그 총 좀 치워 주세요.
(중략)
프랭크 : 오, 이제 난 어디로 가야 하지, 찰리?
찰리: 스텝이 엉키면 그게 탱고예요.

– 위기일발 순간의 대화들

“스텝이 엉키면 바로 그게 탱고에요. If you make a mistake, if you get all tangled up, you just tango on.”라는 대사는 탱고를 잘 출 자신이 없었던 도나가 머뭇거리자 프랭크가 그녀에게 던진 대사였다.

위의 대화는 자살을 하려던 프랭크와 그를 제지하려는 찰리 간에 나눈 명대사들 중 일부이다. 찰리의 착한 심성이 여기서도 힘을 발휘했다. 생의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나름대로 다 실행했다고 했다고 생각한 프랭크도 진심을 다하는 찰리를 보고 차마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 뉴잉글랜드로 돌아갈 시간. 교장이 소집한 징계위원회가 찰리를 기다리고 있다. 프랭크와 동행하던 내내 고민했던 찰리. 프랭크는 그런 찰리를 리무진에 태워 학교에 바래다주고 작별을 고하고, 찰리는 징계위원회로 향한다.

베어드 스쿨 징계위원회

전교생과 전교직원이 참석한 징계위원회에는 찰리는 혼자이지만, 급우 조지 윌리스가 아빠와 함께 피고석에 참석해 있다. 이때 프랭크가 성큼성큼 입장하여 찰리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찰리 곁에 앉는다.

아빠와 동석한 조지는 변론 전략을 약삭빠르게 택했다. 자신은 그날 밤 컨택트 렌즈를 끼지 않아 범인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확신할 수 없었던 상태였다며 빠져나갔다. 반면 찰리의 전략은 단순하고 우직했다. 자신은 그들을 알아봤지만 말할 수 없다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교장도 약삭빠르게 평결했다. 조지는 칭찬 받을 학생이고, 찰리는 퇴학당할 학생이라는 거였다. 이에 프랭크가 명대사를 치며 사자후를 토해낸다.

프랭크의 사자후

정리하자면 동료를 팔아먹는 자에게 상을, 의리를 지키는 자에게는 벌이 가당키나 하냐? 동료를 위해 용감하게 희생할 수 있는 것이 리더의 자질이다, 베어드 스쿨은 마땅히 그런 정신을 함양해야 한다, 뭐 그런 취지였다.

어쨌든, 프랭크는 전교생의 박수 갈채를 받았고, 찰리는 징계위원들로부터 무죄를 받았다. 프랭크가 징계위원회를 마치고 나올 때 어떤 여교사가 다가와 그에게 호감을 표한다. 그녀는 싱글이었다.

바야흐르 영화가 끝나는 시간. 집으로 돌아온 프랭크는 예전에는 구박만 했던 조카네의 어린 자녀들을 할아버지다운 인자함을 보이며 살갑게 놀아준다. 멀리서 찰리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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