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허리, 팔다리 등 통증이 심한데도 병원에만 가면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환자들을 다룬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장기간 몸 속의 염증 수치가 높아져서 그렇다는 내용이었다.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찾는 법을 다룬 닥터 윌 콜의 <염증 없는 식사>(정연주 옮김, 문학동네, 2021)는 만성 염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개인별 맞춤 식단을 제안하는 책이다.
염증과 만성염증
염증은 후발적인 감염을 막기 위한 신체의 자연스러운 방어 반응이다. 찰과상이나 발목 염좌 등의 부상을 당했을 때 해당 부위가 붉게 변하거나 붓고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바로 염증 반응이다. 이러한 염증 반응은 건강하고 균형 잡힌 염증 반응으로 우리 몸을 치유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염증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지거나 부상이 치유되고 침입자를 정복한 후에도 사라지지 않거나, 실제로는 침입자가 아닌 것에 반응해서 몸이 잘못 활성화될 때 시작된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염증 자체가 문제가 되면서 몸의 여러 부위에 다양한 종류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염증이 적절하게 가라앉지 않고 낮은 수준으로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 만성염증이라고 부른다.
만성염증 원인과 증상
일반적으로 알려진 만성염증의 원인에는 스트레스와 음주와 흡연은 말할 것도 없고 운동 부족과 잘못된 자세, 고칼로리·고지방·고탄수화물 등 고열량 음식 위주의 식습관과 비만, 미세 먼지 등 환경적 요인 등이 꼽힌다.
이중 특히, 눈여겨봐야 할 항목은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이다. 운동 부족이 만성 염증의 원인이 되는 이유는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져 염증 물질이 체외로 잘 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성 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매일 30분 이상 즐거운 마음으로 달리기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만성염증의 증상으로는 의학적인 검사 결과, 이상은 없지만 무기력하거나 우울하고, 도대체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만성염증의 증상은 소화 불량이나, 부종, 두통 등 사람에 따라서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염증 없는 식사 요약
이 책의 저자 닥터 윌 콜은 내 몸에 맞는 음식은 생물학적 개체성이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적 개체성은 사람은 모두 비슷하게 생겼지만 내 몸을 이루고 있는 수천억 가지의 미세한 부문에서 어느 누구와도 다른 존재라는 개념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건강하게 또는 약하게 만드는 일이 반드시 나를 건강하게 또는 약하게 만드리라는 보장이 없고, 누군가에게 맞는 식이 처방이 누군가에게는 해가 되는 식이요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생물학적 개체성에 기반하여 염증 스페트럼 설문지를 통해 각 개인의 염증 프로필을 찾아내어서 증상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4주간, 증상이 심한 사람들에게는 8주간 맞춤 식단을 제안한다.
- 4주간 식단표: 모든 곡물류, 유당과 카제인을 함유한 유제품류, 모든 종류의 감미료, 염증성 유지류 등 4개 식품군을 식단에서 완전 제거하고 식사를 한다.
- 8주간 식단표: 4주간 제거 식품군 + 콩류, 견과류와 씨앗류, 달걀, 가지과 식품군을 완전 제거한다.
모든 종류의 곡물에 염증성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모두 제거하는 것이 자신이 염증 스펙트럼 상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식단표를 보시면 알겠지만 4주 혹은 8주 동안은 거의 굶고 지낼 각오를 해야 한다.
염증에 좋은 음식
물론 저자는 대체 식품군도 친절하게 안내한다. 예를 들면, 아침에는 토스트 대신 아보카도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서 먹고, 빵 대신에 양상추 잎이나 케일, 버섯 등을 먹으면 된다고 한다. 이러한 식품군이 염증에 좋은 음식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 중에서 의외인 것은 유기농 가금류와 육류가 먹어야 할 식품군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닭이나 오리, 돼지, 소는 목초 방목이나 야생 조류와 육류를 말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먹어야 할 음식으로 해산물, 하루에 최소 4컵 이상의 채소, 구기자(가지과)를 제외한 과일, 허브와 향신료, 물을 비롯한 음료(유기농 차, 무가당 탄산수 등)를 꼽는다.
이렇게 철저하게 4주 혹은 8주의 식단을 실천하고 몸에서 염증이 사라지고 나면, 제거했던 음식을 다시 하나씩 먹어보고 내 몸의 반응이 좋지 않다면 바로 그 음식이 내 몸에 좋지 않은 염증을 유발했던 음식이라는 것이다.
내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찾기 위해 4주 혹은 8주 동안 본인 스스로 임상 실험을 하게 되는 셈이다. 왜 이렇게 어렵고 지난한 과정을 설계했을까? 그것은 저자가 말하는 생물학적 개체성 때문이다. 내 몸에 좋은 음식은 나만이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저자는 <염증 없는 식사>에서 요일별, 주간별 식단표를 매우 세밀하게 제시하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항목별로 상세한 설명을 한다. 하지만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아니라면 실천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방법이라 생각된다.
이 책의 6장에는 “항염증 레시피”도 실려 있다. 86페이지에 걸쳐서 4주 혹은 8주 동안 하게 될 아침과 점심, 간식, 저녁 식사를 만드는 레시피이다. 조리 시간과 분량, 재료와 만드는 법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다. 사실, 나는 레시피를 보고 만들 엄두를 잃어버렸다. 하나같이 먹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ㅠ
저자는 정신적인 면도 강조하는데, 부정적인 생각을 경계하고 “내 몸은 강력하며 지속적으로 자연 회복한다.”, “내 심성은 완벽한 건강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매일 더 명확하고 행복해 진다.”와 같은 만트라를 하루 종일 소리 내어 말하거나 머릿속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SNS 등 스크린 중독에서 벗어나 충분한 수면을 취할 것을 권고한다. 염증 스펙트럼에서 자신의 염증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염증에 좋은 음식에는 무엇인지, 특히 자신의 몸에 맞는 음식은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이 책은 도움이 될 만하다.
참고로 저자 닥터 윌 콜은 펜실비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병원 및 ‘닥터윌콜닷컴’에서 웹캠을 통해 염증 환자를 치료하는 기능의학 전문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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