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 줄거리, 이성과 감성의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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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감독의 <센스 앤 센서빌리티>(1995)는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맨스 영화입니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제인 오스틴이 스무 살 때 쓴 서간체 소설 ‘엘리너와 마리앤’을 개작하여 1811년 출간한 소설로, 19세기 중산층 여성의 연애와 사랑, 그리고 결혼을 다루게 되는 제인 오스틴 소설의 출발점이 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셰익스피어가 남성으로서 영미문학을 대표한다면, 여성으로서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는 단연 제인 오스틴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은 그 동안 ‘오만과 편견’, ‘엠마’ 등 드라마나 영화로 꾸준히 각색되어 왔습니다.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제인 오스틴 소설 세계의 입문용으로 감상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 포스터
센스 앤 센서빌리티 포스터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7개 부문(여우 조연상은 케이트 윈슬렛) 후보에 오른 <센서 앤 센서빌리티>는 엘리너 역을 맡은 주연배우 엠마 톰슨이 각색을 했는데요. 이 영화로 엠마 톰슨은 그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와 각색상을 수상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엠마 톰슨은 당시 불륜설이 난 케네스 브래너와 이혼 소송중이었는데 이 영화에서 공연한 존 윌로비 역의 그렉 와이즈와 사귀어 결혼도 하게 되고 딸 하나를 두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엠마 톰슨에게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인생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줄거리

자, 그럼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살펴볼께요. 엠마 톰슨이 워낙 각색을 잘했기 때문에 소설 원작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대시우드가 재혼하여 낳은 첫째 딸 엘리너(엠마 톰슨)와 둘째 달 마리앤(케이트 윈슬렛)의 연애사를 중심축으로 로맨틱한 내러티브가 전개됩니다.

아버지 대시우드가 죽자 전재산은 유일한 남자인 전처의 아들 존 대시우드에게 상속됩니다. ‘놀랜드’의 대저택에서 풍요롭게 살았던 어머니(젬마 존슨)와 엘리너, 마리앤, 그리고 막내딸(에밀리 프랑수아)은 바튼의 초라한 오두막으로 이사하게 됩니다. 이복동생을 잘 보살펴 달라는 아버지의 유언에도 불구하여 존은 아내의 등살에 그들을 내쫓고 말았던 거지요.

친족 모임
친족 모임

다행히 어머니의 먼 친척이었던 존 미들턴 경이 딱한 소식을 듣고 값싼 가격에 오두막을 임대해 주어 이사를 갈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엘리너가 바튼으로 이사가기 전, 에드워드 페라스(휴 그랜트)가 놀랜드에 놀러를 와요. 에드워드는 존의 아내의 남동생이니 사돈지간이 되나요.

에드워드는 소심하고 유약해보이는 데다가 사려 깊기까지 해요. 그러니 얼마나 피곤한 인생이겠어요? 그런데 엘리너와 에드워드 둘 사이에 은근 연애 전선이 흘러요. 그러나 에드워드란 이 남자, 아무런 확약도 없이 런던으로 떠나고 말아요.

이제 대시우드 일가는 바튼으로 이사를 하는데, 존 미들턴 경의 친구 브랜든 대령(앨런 릭먼)이 마리엔에게 아주 점찮은 호감을 표시하며 극진하게 대합니다.

그러나 마리엔은 당연히! 브랜든 대령이 눈에 찰리가 없습니다. 나이도 너무 많고(소설에서는 35세, 마리엔은 17세) 점잖은 성격이 피 끓는 십대에게는 노잼일 테니까요.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주인공, 마리엔은 어떤 성격이냐하면요, 셰익스피어의 낭만적인 시를 낭송하기 좋아하고, 활달한 성격에 열정적인 감성에 차 있는데다가 그런 자기감정을 절대로 감추지 않는 캐릭터예요. 게다가 언니인 엘리너보다 눈에 띄는 미인이기도 하고. 작가 제인 오스틴은 집필 당시 자신을 마리엔에게 투영하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 제작 당시 열아홉 살이었던 케이트 윈슬렛이 센서빌리티를 대표하는 마리엔 역을 거의 완벽하게 재연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착 달라붙는 연기를 했단 생각이 들어요.

구출되는 마리엔
구출되는 마리엔

어느 날 산책을 나갔던 마리엔이 폭우 속에 다리를 다쳐 위험에 처하자, 어디선가 말을 탄 존 윌로비(그렉 와이즈)가 바람처럼 나타나 그녀를 구해 대시우드가의 오두막으로 위풍도 당당하게 입성합니다. 존 윌로비는 마리엔처럼 셰익스피어의 낭만적인 시들을 줄줄 외우는 멋지기 이를 데 없는 청년이었지요.

어머니도 멋진 청년이라며 단번에 반기는데, 마리엔이 한 눈에 뿅가지 않을 수 없는 운명적인 만남이었다고 할 수밖에! 촬영장에서는 엠마 톰슨이 저 남자, 그렉 와이즈에게 반해 훗날 결혼하게 되지요.

반면, 성품이 침작하고 사려 깊고 분별력이 있는, 센스의 세계를 대표하는 엘리너는 열정적이고 감성적인 마리엔을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존 윌로비와 불같은 사랑에 빠진 마리엔이 혹시라도 훗날 입게 될 마음의 상처가 걱정된 것이지요.

아마 그 당시는 마리엔처럼 다 드러내 놓고 연애를 하는 사회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남녀 간에 편지도 주고받기 힘든 시대였다고 하니까요.

훗날 밝혀진 바에 따르면 엘리너의 걱정대로 존 윌로비는 바람둥이었고 어느 날 갑자기 쫓기듯 런던으로 도망을 치는 사태가 벌어져요.

그리고 우리의 마리엔은 존 윌로비가 천박한 난봉꾼에다가 돈 많은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열병에 걸려 생사를 오가는 지경에 이릅니다. 깊이 사랑한 만큼 열병의 예후도 심각합니다.

엘리너와 브랜든 대령의 극진한 간호로 마리엔은 겨우 구사일생하고, 마리엔의 눈에 마침내 브랜드 대령의 진심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한편 엘리너 또한 에드워드가 루시 스틸과 오랜 전 비밀 약혼을 한 사이이고 그녀와 곧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습니다. 그럼에도 엘리너는 자신의 아픔은 뒤로한 채 동생 마리엔을 알뜰살뜰 보살피고 어머니마저 위로하며 가정의 중심을 잡아나가는 보기 힘든 품격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가 에드워드 페라스입니다. 이 남자 에드워는 성직자가 되려고 했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무산되고, 철없는 시절에 루시 스틸과 한 비밀 약혼을 결혼까지 이어가려고 생각을 하는가 하면, 비밀 약혼을 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상속 받을 재산이 동생에게 돌아가자 브랜든 대령의 도움으로 성직자가 됩니다.

또 가난한 성직자와 살기 싫어진 루시 스틸이 재산을 상속받은 동생과 결혼을 해버리자, 그때에서야 뻔뻔하게 엘리너에게 돌아가 주저리주저리 용서를 구해요. 그런 에드워드를 이성의 상징 인물인 엘리너1가 또 받아주며 결혼을 하네요. 동생 마리엔도 물론 브랜든 대령과 결혼을 하고요.

이성과 감성의 충돌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지금의 시각으로 보자면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너무 많습니다. 엘리너처럼 무엇이든 참고 가족을 배려하고 떠나간 사랑이 돌아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이 이성적인 것인지, 마리엔처럼 자신에게 진정성을 갖고 사랑하기만 한다면 자신과 성격이 맞지 않더라도 결혼을 하는 것이 과연 이성적인 것인지 말입니다.

아무튼 평생 가난하게 독신으로 살았던 제인 오스틴은 작품 속에서 재산 상속을 받지도 못한 채 오직 결혼을 하여 남편을 통해서만 겨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당시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 고단한 삶이 처한 조건들을 아주 세밀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은 초기에는 사회의식이 전혀 없는 통속적인 연애소설이라는 비판을 받았다가 20세기에 들어서야 그녀의 소설들에서 보이는 탁월한 리얼리즘이 부각되며 시대를 앞서간 소설가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제인 오스틴은 그녀가 쓴 소설 속 주인공들과는 달리 한 남자를 사랑하여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포기하고 궁핍한 여성 작가의 길을 선택했고 너무 젊은 41세의 나이에 요절했습니다.

  1. 어느 독자가 남긴 댓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참 좋아하는데~ 신선한 작품이네요. 저도 제가 가진 가치관으로는 과거 여자분들의 선택에 대해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엘리너라는 인물은 모든 걸 달관한 것 같네요. ^^ 어쩔 수 없구나 내가 참고 희생하면서 살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꺼 라는 생각을하면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택한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였따면 뒤집어 엎고 나 혼자 잘 살아보겠다고 살았을텐데 말이예요 ㅋㅋㅋㅋㅋㅋ 그 당시의 상황과 여성들의 삶을 잘 보여주는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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