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E 줄거리, 이브와의 아름다운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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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작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월-E>(2008)이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9번째 가족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중에서도 단연 압권이다.

월-E 줄거리

월-E는 인류가 떠나 버린 지구에 홀로 남아 쓰레기를 압축하여 청소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로봇의 이름이다. 로봇 이름의 뜻은 ‘지구 폐기물 분리수거 로봇’(Waste Allocation Load Lifter-Earth Class)으로 이니셜을 딴 조어인 셈이다.

이 영화의 설정은 이렇다. 지구는 인류의 엄청난 과소비로 인해 쓰레기가 넘쳐 나서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된다. 이에 초거대 기업 BnL사는 5년 동안의 지구 청소 계획을 세우고 승객들을 초호화 우주선 액시엄(Axiom) 호에 태워 우주로 여행을 보낸다.

하지만, 5년이면 될 줄 알았던 지구 정화 계획은 기약 없이 늦어지고 당초 투입되었던 수많은 청소 로봇들은 모두 작동을 멈추었고 단 하나의 청소 로봇만이 지구에 남아 700년 동안 지구를 청소하고 있다.

영화는 2810년 지구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쓰레기 더미가 빌딩처럼 하늘을 찌르는 황폐한 지구의 모습, 월-E라 이름 붙여진 깡통 같은 로봇과 바퀴벌레 한 마리가 스크린을 압도한다.

그 쓰레기 빌딩은 월-E가 지구에 홀로 남아 쓰레기를 수거하여 자기 몸통에 넣어 압축하여 더미를 쌓아 올린 700년의 역사를 상징한다.

영화가 시작하고 30분 가량은 대사 한마디 없다. 사막과도 같은 도시에서 고철 덩어리 같이 생긴 월-E가 쓰레기를 분리하고 쌓아 올리는 고독한 일상이 지속될 뿐이다.

월-E 스틸컷
월-E 스틸컷

월-E는 다이아몬드 반지 케이스를 발견하면, 다이아몬드는 버리고 상자를 챙긴다. 영화나 비디오, 큐브 등 주로 향수가 깃든 물품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한다. 잠들기 전 영화를 보고 영화 속 연인들처럼 혼자 손을 꼭 쥐며 잠에 빠진다.

인간의 폐기물을 700년 동안 분리 수거하다 보니, 월-E에게 인간의 감정이라도 전이된 것일까? 이러한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말 한마디 없는 가운데 로봇의 외로움이 느껴지고 슬픔이 느껴진다.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쓰담쓰담을 해주고 싶어진다.

월-E는 태양열로 스스로 충전하고 스스로를 수리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 홀로 살아남았을 것이다. 인간의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인간의 감정을 나름대로 처리할 줄 아는 능력도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월-E의 700년 고독에 종지부를 찍을 사건이 일어난다. 외계 식물 탐사용 로봇 ‘이브’가 우주선을 타고 월-E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브는 지구에 식물이 자라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엑시홈에서 파견되어 왔다. 이브는 첨단 기능은 물론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똑똑하고 새침데기 소녀의 모습이다. 이브를 본 월-E는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이브를 몰래 지켜보기도 하고, 쑥스럽게 손을 잡으려고 시도하기도 하는 월·E의 모습은 영락없이 짝사랑에 빠진 소년의 모습이다. 마치 어린 왕자와 여우를 떠올리게 하는 순수함이 느껴진다.

월-E 결말

그렇게 연정을 쌓아가던 어느 날, 월-E가 식물을 발견하여 이브에게 선물한다. 이브는 식물을 보자마자 잠에 빠져들며 엑시엄(Axiom)으로 귀환하게 된다. 자동 명령어가 실행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영화는 월·E가 이브를 쫓아가는 로맨틱 어드벤처가 펼쳐진다. 이브가 자동 귀환하게 되는 엑시엄호에는 인간들이 퇴화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승객들은 BnL사가 제공하는 안락한 시스템의 지배를 스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승객들은 공중 부양 의자로 다닐 수 있을 수 있으니 걸을 필요가 없다. 모든 음식이 음료수 형태로 제공되니 씹을 필요도 없다. 이들은 바로 옆 사람과도 영상 통화로 대화를 할 만큼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다.

요즘은 영화 <월-E>가 염려하고 있는 인간의 미래가 결코 먼 미래에나 일어날 것 같지 않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거대 기업 ‘BnL’사는 지구의 모든 비즈니스를 망라하는 듯하다. Buy사와 Large사 합병으로 탄생한 지구를 삼켜버릴 것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와 비슷한 다국적 기업들을 우리는 이미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고도 비만은 이미 나타나고 있고 세포 배양육도 싱가포르에 이어 미국에서도 판매가 가능해졌다. 우리 가족만 하더라도 각자의 방에 있는 아이들과 톡으로 대화를 할 때가 많은 실정이다.

하지만 나는 영화의 이러한 교훈보다는 로봇 월-E와 이브의 연대가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월-E는 시지프스처럼 700년 동안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인내심을 보였고, 이브는 오토 로봇들의 갖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지구에 식물이 자라고 있다는 정보를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무엇보다 그 둘은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용기를 가졌다. 월-E와 이브의 생김새가 인간의 모습을 모방하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러한 행동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쌍안경 형태의 투박한 월-E의 눈에는 그리움과 동경, 사랑과 고독, 용기와 애절함이 묻어 있다. 우리에게 진작 필요한 것은 화려한 말보다 진심을 향한 작은 행동이라는 것을 이 영화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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