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부의 시나리오, 4가지 경제 전망과 대응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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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의 <부의 시나리오>(2021)를 읽어 보았습니다. 가끔 몇 년 전에 출판된 경제 전망서를 읽어봅니다. 그렇게 하면 그때 저자의 주장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만약 틀렸다면 왜 그렇게 틀린 전망을 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짚어볼 수 있어 좋습니다. 또 경제 전망에 대한 안목도 덤으로 길러지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오건영 프로필

책 날개의 저자 오건영 프로필을 보면, 신한금융그룹 자회사인 신한은행 IPS 본부 부부장으로 투자 솔류션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합니다. 글로벌 매크로 마켓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과 함께 신한금융그룹 내 매크로 투자 전략 수립, 대외 기관, 고객 컨설팅, 강의 등을 수행해 오신 분입니다.

부의 시나리로 책표지
부의 시나리로 책표지

<부의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저성장, 저물가 국면을 분석하고 성장과 물가라는 두 개의 축으로 향후 전개될 국면을 네 가지 시나리오로 예상해봅니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구축하여 투자에 임하라고 권하는 책입니다.

투자 광풍이 거세게 불던 해에 투자 입문서들이 많이 출판되었습니다. 이 책도 주요 타깃층은 투자의 세계에 처음 들어오시는 분들입니다. 경어체에 삽화까지, 저자 나름대로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 책이기도 합니다. 자, 그럼 책의 내용을 살펴볼까요?

1장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 환경

1장에서는 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글로벌 경제 환경을 미국 중앙은행 Fed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재정정책을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그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Fed의 무제한 양적완화 조치를 금리와 연관하여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경제 기사를 매일 챙겨 보시는 분들에게는 지루한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무제한 양적 완화와 정부의 재정 정책으로 시장에는 그 어느 때보다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태입니다. 돈 폭탄 홍수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폭등하지 않으면 더 이상한 시국입니다.

저자 오건영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떨어지면 사라 Buy the dip(BTD), 소외되지 마라 Fear of misssing out(FOMO), 주식이 답이다 There is no alternative(TINA)”로 무장한 개인 투자자를 소개하면서 1장을 마무리합니다.

2장 우리나라의 금리 상황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오랜 저금리 상황은 부채가 급증하는 부작용을 낳았고 주거 비용도 상승하는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환호하는 자산으로 채권과 월세를 꼽았습니다.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되니 고정적으로 받는 월세의 매력이 훨씬 높아진다는 논리입니다. 금리가 내려갈수록 월세를 받는 자산들이 인기가 높아지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기축 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가 양적 완화를 하기 어려운 이유들을 설명한 후, 향후 Fed의 금리 결정에 따라 한국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도 기대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는 것으로 2장을 마루리 했습니다.

이 책은 2021년 6월 7일 초판 1쇄 발행되었는데, 그간 우리나라의 금융상황은 저자의 기대와는 다른 모습을 빠르게 보였습니다. <부의 시나리오>는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베이스로 깔린 책입니다. 이는 출판 당시 장기간 고착된 저금리 기조에 저자가 매몰되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26일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올림으로써 2020년 5월 28일부터 시작된 0.50%라는 저금리의 긴 터널에 마침표를 찍은 바 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빨랐던 속도입니다.

그리고 2021년 11월 25일, 한은은 다시 한번 0.25%p를 올린 기준금리 1.00%의 시대를 열었고, 2023년 현재 3.5%까지 고공 행진을 이어왔습니다. 아무튼 현재까지는 저자의 전망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금리가 움직여왔습니다.

디플레이션의 위험성을 다룬 책으로는 <벌거벗은 경제학>의 저자 찰스 윌런의 <돈의 정석>이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한 리뷰는 ‘돈의 정석, 돈의 탄생에서 종말까지 거의 모든 것’을 참고해 보세요.

3장 모두의 목표는 저물가 탈출

3장은 온통 디플레이션 이야기입니다. 물론 좋은 인플레이션과 나쁜 인플레이션도 맛보기로 소개하고 1970년대 혹독했던 시기에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인플레이션 방어책들도 맛보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만, 저자 오건영은 디플레이션에 방점을 찍어 <부의 시나리오>를 전개합니다.

저자는 시장에 이렇게 많은 돈이 돌아다니는데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 6가지를 제시합니다.

“최저가 경쟁을 부추기는 아마존과 산유국들의 원활한 원유 공급으로 장기 저유가가 유지, 저금리 시대에 살아남은 좀비기업들의 단가 끌어내리기가 지속, 빈부격차로 소비 둔화, 환율전쟁으로 인한 통화가치, 그리고 적재된 과도한 부채”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최저가 경쟁을 부추겨서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분석하고는 있지만, 글쎄요? 어째 본말이 전도된 분석 같기도 합니다.

아무리 아마존이 물가를 후려치더라도 제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원가 이하로는 제품을 계속 공급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장기간 지속된다면 기업은 적자로 도산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한 아마존의 시스템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인데, 뭔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나머지 다섯 가지 요인들도 어쩌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쟁과 마찬가지로 표면적인 현상에 집착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무한 공급의 결말은 거대한 인플레이션이다?”라는 꼭지에서 저자 오건영은 물가 상승보다, Fed의 “지금은 크게 행동할 때”라는 말을 인용하며 오히려 거대한 디플레이션의 늪을 경계하며 3장을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흐름을 반추해 보면, 역시 문제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었습니다. 각국 중앙 은행들은 이제 겨우 물가를 잡아가고 있는 형국이니까요. 목표는 저물가 탈출이 아니라 고물가 잡기였습니다.

4장 시나리오를 그려 다음 스텝을 선점하라

4장은 성장과 물가를 두 축으로 저자 나름의 4가지 부의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하니까 저자의 자부심이 담긴 핵심이라고 할까요?

고성장저성장
고물가시나리오 1
2005~2007년 중국 고성장
주식 :  좋음
채권 : 나쁨
원자재. 금 : 좋음
시나리오 2
1970년대 석유파동
주식 :나쁨
채권 : 나쁨
원자재.금 : 좋음
저물가시나리오 3
2017년 글로벌 경기회복
주식 : 좋음
채권 : 좋음
원자재. 금 : 나쁨
시나리오 4
2020년~? 현재
주식 : 나쁨, 단, 성장주 좋음
채권 : 좋음
원자재 : 나쁨, 금 : 좋음
자료 : 오건영, <부의 시나리오> 페이지2북스, 2021. 345쪽 

저자가 말하는 부의 시나리오에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지난 역사를 뒤 돌아봤을 때 4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시나리오 1은 고성장, 고물가 시대에는 주식이 투자 자산으로 좋았고 원자재도 좋았던 2005년 ~2007년 중국 고성장 기간을 말합니다. 시나리오 3은 고성장 저물가 시대였던 2017년 글로벌 경기회복 기간을 가리킵니다.

저자는 시나리오별로 투자자산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하라는 교과서적인 조언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예측을 조심스럽게 덧붙입니다. 

“아직은 저성장, 저물가의 국면에 머물러 있기에, 그리고 고성장, 고물가 국면으로 넘어가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에 저성장, 저물가 국면에서 유리한 자산- 성장주와 채권, 금들을 높은 비중으로 담되,

고성장, 고물가 국면으로 전환을 고려하여 시간을 두고 중후장대 관련 섹터에 대한 비중, 혹은 금융주에 대한 비중을 조금씩 확대하면서 고성장, 고물가 국면에서 취약한 채권 자산의 비중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적정할 것이라고 봅니다.”
– 오건영, <부의 시나리오> 페이지2북스, 2021. 369쪽

사실, 투자 세계에서는 전망이 맞을 때가 거의 없었습니다. 투자 분야 전문가의 말은 그냥 이런 전망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투자의 세계는 예측 불가능한 복잡계이기 때문에 특히 그렇습니다. 이는 이 책의 저자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부의 시나리오 총평

이 세상에 경제 전망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대응할 수 있을 뿐입니다. 저자의 금리 전망 역시 크게 어긋났다는 사실을 이 책을 재독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경제 전망은 그렇다 쳐도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저와는 어긋나는 점이 많았습니다.

이 책은 구어체로 쓰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구어체로 쓰인 책은 신뢰가 별로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친절한 말투가 과도하게 범벅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지루하지만) 이제 거의 다 끝나갑니다”, “~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야기를)~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등등. 러시아 소설처럼 분량을 채우려고 이러시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여담으로 러시아 소설이 긴 이유는 당시 글자수만큼 원고료를 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지루한 장편 소설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경어체는 독서 속도를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는데, 전혀 불필요한 말투까지 범벅이 되니 흐름이 자주 끊겼습니다. 

금리와 환율, 채권은 각각 하나의 주제만으로도 한 권의 책에 소화하기 어려운데요. 아무리 입문용이라고 하지만 단 한 권의 책에 이렇게 거시 경제 전체를 다루다 보니 자칫 개념을 왜곡하고 도식적이고 피상적인 이해에 그칠 우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거시 경제를 처음 접하는 완전 입문자들에게는 이러한 접근법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 구어체를 더 편하게 받아들이시는 분도 있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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