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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밥상, 잘 먹어야 정치도 잘한다

조선 시대 왕들의 밥상을 보면 그 왕이 추구했던 정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 있다. 2010년 조선일보 논피션대상 수장작인 함규진의 <왕의 밥상>(북이십일, 2010)이란 책이다.

저자는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등 수 많은 참고 문헌에서 태조에서부터 순종까지 조선왕 27명의 밥상을 재구성하여 왕들의 식사가 지닌 정치적, 윤리적 함의를 조명했다.

저자 함규진 소개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정약용의 정치사상을 주제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국가경영전략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왕의 투쟁》, 《108가지 결정》, 《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왕의 밥상》 등 다수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마키아벨리》, 《위험한 민주주의》,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등이 있다.

왕의 밥상 책표지
이 책은 현재 절판 상태이므로 관심 있으시분들은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있다.

《왕의 밥상》은 윤리적인 식사를 다룬 피터 싱어의『죽음의 밥상』을 저자가 번역하면서 조선 왕들의 식사가 지닌 정치적, 윤리적 함의를 조명하기 위해 쓴 책이다.

왕의 밥상 내용

저자는 <왕의 밥상>에서 왕의 밥상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들을 수 없이 소개한다. 심지어 아이 마냥 신화에게 삐져 밥숟가락을 들지 않았던 왕들도 있었다니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광해군이 날것을 즐겼다거나, 연산군은 사슴꼬리에 대한 식탐이 대단했다는 일화를 통해 저자는 왕의 식습관과 정치 스타일을 비교 분석하면서 ‘고르게 먹으려고 노력한 왕이 아무래도 선정을 베풀 수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임금이 근신한다는 뜻으로 반찬의 가짓수나 식사 횟수를 줄이는 감선, 백성들이 오랜 가뭄과 홍수로 시달리는데, 고기반찬을 먹을 수 없다는 철선, 신하들의 당파 싸움을 다스리기 위해 아예 수라를 들지 않는, 이른바 왕의 단식투쟁이인 각선의 의미도 재조명했다.

조선 왕 중에서 감선이나 철선을 정치적으로 가장 잘 이용한 왕은 영조 대왕으로 재위 기간 중 무려 89차례나 감선하여 역대 왕 중 최고기록을 세웠다. 영조는 시도 때도 없이 밥투정을 한 셈이다.

노회했던 영조는 왕이 반찬 가짓수를 줄이며 반성하고 있다고 선포하면, 신하들이 감히 음주 가무를 즐기지 못하고 신하들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정치 역학을 누구보다도 잘 활용했다는 것이다.

정조는 담배를 극찬하며 자신의 병세를 진정시키는 데 효험이 있는 것은 오직 담배 뿐이라고 말했다는 데, 그 당시 만해도 의학적 지식이 얼마나 일천했던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화기로 차가운 담을 공격하니 가슴에 막혔던 것이 자연히 없어졌고, 연기의 진액이 폐를 윤택하게 하여 밤잠을 편안히 찰 수 있었다.
정치의 득과 실을 깊이 생각할 때 뒤엉켜서 산란한 마음을 맑은 거울을 비추듯 바로잡게 하는 것도 그 힘이며, 갑이냐 을이냐늘 교정하여 붓방아를 찧을 때에 생각을 짜내느라 고심하는 고뇌를 편안하게 누그러뜨리는 것도 그 힘이다.

-『홍재전서』, 함규진, <왕의 밥상>(북이십일, 2010) p.149에서 재인용

조선 왕 27명 중에서 가장 천재적이었던 왕, 위풍당당한 정복군주로서의 위엄을 가졌던 왕, 박학다식한 학식으로 신하들을 압도한 정조, 의학에도 정통했다는 정조가 담배의 유해성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의외로 다가오기도 한다.

조선 왕들은 음양오행으로 풀이되는 자연의 질서에 따르는 식사를 하며, 거대한 자연의 일부이기도 한 인간 사회의 정서와 역학 관계를 또한 따지면서 식사를 했다. 사회적, 정치적으로 조화를 달성한 왕들의 밥상이기에 또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룬 수라상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물론 조선 왕들이 다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비록 소수지만 자연과 백성과의 관계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자 노력했던 왕들은 정치도 잘했고 비교적 오래 살았다.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왕들은 단명하거나 병든 삶을 살았다고 한다. 세종마저도 지나친 육식과 공부로 비만했고, 말년에는 몸이 종합 병동이었다고 한다.

먹고 사는 문제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먹거리나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높은 현대다. 조선 왕들의 밥상에 깃든 철학이나 사상은 바쁜 현대에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각 왕들의 밥상에 대한 저자 나름의 정치적인 평가와 식재료에 대한 한의학적인 해석은 패스트푸드가 넘쳐나는 요즘 참고할 만하다.

아울러 왕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싫어 했는지를 알고 나면, 조선왕 27명의 캐릭터가 보다 생동감있게 다가온다.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먹는 행동보다 더 선명한 것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진짜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가 엄청 높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밥을 먹으며 국무회의를 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됐다. 대선 기간에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 “먹사니즘” 공약을 내걸었다.

이와 관련하여 아인슈타인이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도 명언을 남긴 게 여기 소개해 둔다.(혹시 출처를 아시는 분, 댓글 부탁합니다^^)

“밥주머니가 텅 비어서는 우수한 정치가가 될 수 없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명언

참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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