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래에 살고 있다>(2020)는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가늠해보고 큰 줄기를 잡아가는 데 도움이 될 공학의 기초적인 세계를 안내하는 교양서입니다.
챗GPT가 선점한 생성형 AI의 세계에 엊그제 구글 바드가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최근 AI의 기술을 보면 혁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들은 어느 때보다 공학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에 살고 있다 주요 내용
창비교육이 펴낸 이 책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21명이 필진으로 참여하여 공과 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와 관련 분야들을 소개하는 입문서 성격의 도서입니다.
공학은 이네이블러(Enabler) 학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것을 실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하여 보다 편리하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우리 말로는 쓸모의 학문 정도 되겠지요.
공학을 많은 사람들에게 더 쉽게 소개하자는 취지로 쓰여진 <우리는 미래에 살고 있다>는 미래 공학자로서의 꿈을 키워가는 청소년들이 일차적인 독자 대상입니다.
그리고 미래를 통찰력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는 투자자들도 미래 기술의 흐름을 가늠해보고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데 참고가 될 듯합니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미래를 아주 조금 빨리 알아보는 데에서 커다란 성과가 나타납니다.
<우리는 미래에 살고 있다>는 공학이 이끌어 갈 미래를 5부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습니다. 개념을 최대한 알기 쉽게 경어체로 서술하고 있어 친근감이 듭니다. 중학생이 읽어도 크게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AI가 이끌어갈 미래
1부는 인간과 컴퓨터의 진화 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AI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인공 지능은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들을 흉내 내거나 혹은 인간이 하는 것 그 이상의 수준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컴퓨터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인 컴퓨터 비전(compter vision)과 딥 러닝(deep learning) 모델, 빅 데이터의 개념들과 관련 분야의 연구 트렌드들을 개괄적으로 소개합니다.
저자들은 컴퓨터 비전과 딥 러닝, 빅 데이트 기술이 사회 전 영역에서의 혁신을 가져오고, 이들이 인류 삶의 질을 몇 단계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신기술이 우리들의 삶을 마냥 편리하고 행복하게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2017년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있었던 일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고등학생 딸을 둔 아빠가 대형마트 ‘타깃’의 매장에 들어가 자신의 딸에게 유아용품 할인쿠폰을 보낸데 대해 격노했습니다. 고등학생에게 임신을 부추기는 거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부모도 몰랐던 딸의 임신 사실을 AI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컴퓨터 비전과 딥 러닝, 빅 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우리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겠지만 그와 비례해서 대가도 톡톡히 치러야 됨을 ‘타깃’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래 기술이 더욱 정교해지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임신했는지, 당사자들은 모르겠지만 AI는 알아맞힐 수도 있을 것입니다. 너무 끔찍하지 않나요?
알파고와 알고리즘
2부는 초연결 시대의 소통 방식을 다룹니다. 가상의 공간을 여행하는 교통수단인 알고리즘 이야기입니다. 2016년 3월, 알파고가 이세돌을 가볍게 이겼을 때, 올 것이 오고 말았다고 세상이 떠들썩거렸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알파고는 수천 대의 컴퓨터로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 놓고 기다리기 때문에 이 게임은 이세돌 한 명과 수천 명의 바둑 기사가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기계가 인간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이라고 이 파트를 집필한 문병로 교수는 말합니다. 바둑이 얼마나 복잡하고 경우의 수가 많은지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말입니다. 바둑을 두는 것은 문제를 푸는 것이고, 문제를 푸는 것은 공간을 여행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문병로 교수는 매우 자세히 설명합니다.
참고로 <문병로 교수의 메트릭 스튜디오>(2014)는 알고리즘 주식 투자를 개괄적으로 소개한 책인데, 개인투자자들이 참고해도 좋을 정도로 이 분야의 주식투자 양서입니다.
인공지능은 1950년부터 화두가 되었으나 데이트 부족과 컴퓨터와 반도체의 미성숙 등으로 ‘AI 겨울’이라고 불리는 혹독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분야에서 초고밀도 집적이 가능해지고 수퍼 컴퓨터의 등장과 더불어 거대한 빅데이터가 쌓여가는 환경에서 규칙 기반의 AI에서 데이터 기반의 AI로 진화하면서 AI 기술은 최근 화려하게 부활하여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024년이 생성형 AI의 대중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빅데이터 상에서 아주 미세한 한 점이 되어 AI가 분석하는데 일조할 것입니다. SNS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정보와 마찬가지로요. 그만큼 저의 개인적인 정보들도 털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러니, 인터넷에서 사생활은 가능하면 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지요.
가상현실과 증강 현실은 현대차나 구찌, 이케아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이미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수년 내에 스마트폰처럼 손에 들지 않고도 편하게 유튜브를 시청할 수 있는 개인용 단말기기가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메타버스에서 실존이 가능할까?
그렇게 되면 앞으로는 이러한 기기를 통하여 시공간과 환경의 제약에서 완전히 벗어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지만 이에 대한 철학적인 논의도 한창입니다. 메타버스 안에서 먹고, 자고, 일하고, 사랑을 하는 개인으로서 과연 실존할 수가 있는가 하는 문제 등이 그렇습니다. 생각하면 조금 아득해지기는 합니다.
3부는 미래로 이끌 교통 수단의 혁신을 꿈꾸는 로켓, 수소 전기 자동차, 해저 도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4부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개척하고 있는 나노 기술과 자원 탐사, 태양 에너지의 변신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합니다.
5부는 인간의 감성이 깃든 스마트한 생활 공간을 만드는 미생물 세포 공장과 대사 공학, 디지털과 하이브리드 건축 등을 에지 있게 소개합니다.
청소년 추천 도서
<우리는 미래에 살고 있다>는 제명처럼 이미 우리는 미래에 살고 있고, 숨 가쁘게 미래로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공학은 인류가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꿈들을 끊임없이 현실화해 왔고 앞으로 그럴 것입니다.
그 흐름이 너무나 거세고 빨라서 현기증마저 느끼는 변화의 시대에는 무엇보다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방향성을 잃지 않고 우리를 미래로 안내하는데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공학’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방향성은 청소년 시기부터 잡아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올 겨울 방학, 개략적이기는 하나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공학의 세계를 탐험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이 책은 중학생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관련 개념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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