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노아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인류가 기나긴 역사에서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고, 미래에도 인류가 진화의 마지막 종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를 탐구한 책이다.
유발 노아 하라리 프로필
- 1976년, 이스라엘 하이파 출생.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에서 중세 역사를 전공하고 200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에서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2011년 출간한 <사피엔스>가 세계적인 광풍을 일으키면서 베스트셀러 역사학자가 되었다. 일부에서는 천재 사상가, 미래학자로 부르기도 한다.
- 저서로는 속칭 인류 3부작이라고 하는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 있고, 그 외 <극한의 경험>, <대담한 작전>, 그리고 신작 <넥서스>가 있다.
책 사피엔스 주요 내용
유발 노아 하라리는 인류에게 남겨진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 종의 역사와 미래를 거시적으로 탐구하면서 이 책을 썼다. <사피엔스>를 거칠게 요약하면 이 두 질문에 대한 저자 나름의 답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질문은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별로 중요치 않았던 우리 인간 종이 어떻게 지구 행성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인류는 약 250만 년 전 동부 아프리카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진화하기 시작하여 15만 년 전, 우리와 똑같이 생긴 호모 사피엔스가 살기 시작했다.
몇 만 년 전의 지구에는 최소 여섯 가지 인간 종이 살고 있었고, 그 중 하나였던 호모 사피엔스도 변방에서 자기 앞가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고 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약 7만 년 전부터 동부 아프리카에서 아라비아 반도로 퍼져나갔고, 거기서부터 유라시아 전체로 급속히 퍼져나가 번성했다.
그런데 사피엔스가 새로운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그곳의 토착 인류가 멸종했다. 다양했던 인간 종들 중에서 왜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게 되었을까?
저자 유발 하라리는 그 이유를 세 가지 혁명을 꼽았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①
인지 혁명과, 약 12,000년 전 발생한 ②
농업 혁명, 그리고 5백 년 전 시작한 ③
과학 혁명이 오늘날의 사피엔스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사실 현생 인류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첫 번째 인지 혁명이 핵심이다. 농업 혁명과 과학 혁명은 인지 혁명이 있고 나면 필연적으로 따라붙게 되는 부차적인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일어난 유전자 돌연변이가 사피엔스의 뇌의 내부 배선을 바꾼 덕분에 사피엔스가 전에 없던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며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인간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인지 혁명’이라 부른다. 인지 혁명이 왜 호모사피엔스 종에게만 일어났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저자의 두 번째 질문은, 사피엔스가 진화의 마지막 종일까? 라는 의문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인류의 마지막 종일 가능성은 낮다고 답한다. 저자는 그것 보다는 현생 인류가 생명공학, 사이보그, 비유기체 공학 등 세 갈래 길에 더 방점을 찍고 그 가능성들을 이 책에서 검토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행복의 문제도 곁가지로 다뤘다. 우리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무의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를 저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내가 <사피엔스>를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물으면 나 또한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다.
우리의 감정은 바다 파도처럼 매 순간 변화하는 순간적 요동에 지나지 않는다. 불교에서 번뇌의 근원은 고통이나 슬픔에 있지 않다. 심지어 덧없음에 있는 것도 아니다. 번뇌의 진정한 근원은 이처럼 순간적인 감정을 무의미하게 끝없이 추구하는데 있다.(본문 557쪽)
저작물에 대한 비판
나는 <호모 데우스>(2017)를 먼저 읽고 <사피엔스>(2015)를 읽었다. 두 책은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 얼개와 뼈대도 같았다. 그렇다 보니 동어 반복도 많이 보였다. 다만 포커스에 따라 인용한 연구 사례들만 약간 달랐을 뿐이다.
<호모 데우스>에 대한 리뷰는 “유발 노아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요약, 신이 되려는 인간의 미래” 참고.
그런데도 읽기에 지루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의 현란한 문장력 덕분일 것이다.
<호모 데우스>와 <사피엔스>는 교양 서적에 속한다. 그런 까닭인지 저자의 주장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딱히 찾아볼 수 없었다. 예컨대 현생 인류가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신의 위치에 까지 도약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검토한 저자의 주장들은 미래학자들의 저작들이 그렇듯 뇌피셜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저자는 2024년 신작 <넥서스>를 내놓았다. 석기 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재구성한 인류 역사를 다룬 책이라고 한다.
저자의 <호모 데우스>와 <사피엔스>를 처음 읽었을 때 창발적이라며 주위에 권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은 <넥서스>를 읽어볼 생각은 딱히 들지 않는다. 문장은 더 현란해졌을지 몰라도 그 본질은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이 믿음이 변함이 없을 거라고 장담은 하지 못하겠다. 인간의 감정은 파도의 포말처럼 매 순간 변화하는 순간적 요동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순간적인 감정에 무의미하게 매달리는 자신을 볼 때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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