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이승희 씨가 쓴 <기록의 쓸모>(북스톤, 2020)는 저자가 단순히 수집만 하던 기록에서 ‘생각의 기록’으로 나아간 과정들이 진솔하게 담긴 책입니다. 블로그도 기록의 한 장이라고 한다면, 블로거들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해 봅니다.
저자 이승희 소개
이승희 씨는 치기공학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마케터로 전향한 이유는 대전의 한 작은 치과에서 병원 마케터로 일하다 센스가 없다며 매일 혼난 탓에 센스를 기르려고 읽었던 책에서 마케팅의 재미를 발견하면서부터 마케터의 꿈을 키웠다고 해요.
저자는 드디어 2014년 배달의 민족에 입사에 성공해서 브랜드 마케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일하던 상사가 회의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 왜 아무것도 적지 않아요? 뭘 써야 할지 모르겠으면 다 써요” 이 한마디가 저자를 바꿔 놓았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이승희 씨는 ‘기록인’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지요.
마케팅을 잘하고 싶어서 일하면서 듣는 모든 이야기를 무조건 받아 적었고,기록에 재미가 붙기 시작하자 일상에서, 여행에서, 강연장에서, 수십 년 전의 잡지에서, 그 어디에서든 마주친 것들이 모두 영감의 원천이자 기록의 소재가 되았다고 합니다.
저자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블로그와 브런치에 매일 일상을 올리는 ‘기록 근육’이 붙은 지금의 기록인이 되었습니다. 기록 근육은 제 표현입니다.^^
<기록의 쓸모> 구성과 내용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일을 잘하고 싶어서 기록을 했다”는 말로 시작하는 1장 ‘기록의 시작’은 일에서 시작한 기록이 어느덧 저자의 삶으로 이끈 프롤로그 격입니다.
1장은 기록의 방법보다는 마케터로서 광고와 콘텐츠를 이해하는 방법, 사람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차지합니다. 기록에 관한 방법론보다 마케터로서의 자세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2장 ‘기록의 수집’은 저자가 본격적으로 기록에 재미를 붙이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기록할 재료를 찾기 시작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평소 사소한 것에도 쉽게 감동하고 호들갑을 떠는 성향이라고 밝힌 이승희는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일상의 경험들에서 영감을 얻고 어떻게 기록했는지, 그 과정들을 아주 세세하게 보여줍니다.
저자는 영감을 모으는 방식으로 스마트폰 메모 앱과 녹음 앱, 인스타그램, 유튜브 재생목록과 인스타그램 저장 기능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굳이 이런 것까지 책으로 소개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친절합니다. 역시 마케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3장 ‘기록의 진화’ 편은 저자가 기록을 함으로써 저자의 삶에 일어난 변화들을 정리한 장으로 기록의 쓸모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 변화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기록은 달리기와 같다. 꾸준히 할수록 근력이 붙어 ‘기록형 인간’이 된다. 기록을 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나를 객관화 하는 시간이 생겼고 전보다 성실한 태도를 갖게 되었으며, 효율적인 시간 관리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소한 것을 흘려보내지 않아 내 일에 활용할 자신이 많아졌다.
– 본문 191쪽
기록 그 자체가 소중한 경험 자산
저자 이승희는 다양한 형태의 기록물이 그 자체로 경험 자산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유튜브가 그랬고, 노트가 그랬고, 인스타그램이 그랬다는 것이지요. 그 중에서도 ‘주간 음식’이 저자가 시도한 독특한 기록 중의 하나로 남았다고 하는데요.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늘 즐거운 대화가 오가고 가장 편안한 시간에 가까운 사람들이 해주는 말을 적어두고 싶었던 저자는 ‘주간 음식’이라는 이름으로 한 주 동안 먹은 음식과 그사이 오간 대간 대화를 음식 사진 위에 영화 자막처럼 상대방의 한마디를 넣는 것 만으로도 새로운 느낌의 기록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승희의 <기록의 쓸모>는 위에서 살펴 본대로 여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이렇게 책으로 냄으로써 저자의 사소한 일상들이 기록되는 역사를 썼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는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백수 듀오라는 취지로 ‘두낫띵클럽 Do Nothing Club’이라는 걸 결성하여 프리 마케터로서의 삶을 꾸리고 있으니까, 이제는 프로 ‘기록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간관계 스트레스 줄이는 방법
저자 이승희 씨는 다니던 회사에서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 편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사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좋은 구성원들을 만난 덕분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으로 사람에 대해 과한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회사는 계속 다녀야 하고 피할 수 없다면, 사람이나 회사에 대한 기대를 조금 내려놓으라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직장을 다닐 때 꼭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 아닌가 합니다.
기록의 쓸모를 읽고 느낀 점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이분, 정말 기록에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긴, 저도 지금 워드프레스를 키우느라 반쯤 미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저자가 실천해 온 기록에 대한 중간 점검 성격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이 책을 기록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방법론보다 기록의 결과물을 보여줌으로써 동기부여를 하는 자기계발서로 읽었으니까요.
워드프레스를 시작하고 저도 이렇게 엄연한 ‘기록인’으로써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내 글을 남이 본다는 쑥쓰러움은 잠시 뒤로 밀어두고 열심히 기록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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