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배 경제의 속살, 한국 정치 지형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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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의 <경제의 속살>은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정치경제 지형을 분석한 책입니다. 경제에 집중한 책이라기보다는 좌파적 시각에서 우리나라 정치 지형을 논한 책이라 기대에는 살짝 어긋났지만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우리나라 정치 경제를 참신하게 분석한 글이라 무난하게 읽었던 책입니다.

이완배 프로필

1971년생인 저자 이완배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재학시설 운동권이었고, 졸업 후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로 일하다 네이버를 거쳐 현재 민중의 소리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진보적 언론인으로서 <경제의 속살> 곳곳에서는 행동경제학의 이론으로 서울대 카르텔을 비판하고 보수와 재벌을 싸잡아 비난하는 글들이 많습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민중의 소리>를 돕기 위해 그의 책은 계열사 민중의 소리 출판부에서 펴내고 있습니다.

경제의 속살 구성

<경제의 속살>은 1권 경제학 편, 2권은 경제학자 편, 3권은 불평등 편, 4권은 정치 편으로 구성된 시리즈물입니다. 제목만 보셔도 대충 시리즈의 성격을 유추해 보실 수 있겠습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의 팟캐스트에서 ‘경제의 속살’ 코너에서 방송한 내용들을 책으로도 정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치는 무관심하기에 저자의 다른 책들은 더 읽어볼 필요는 느끼지 않습니다. 1권으로도 족하다고 할까요? 1권 1부에서는 행동경제학의 주요 이론들을 정리하고 2부는 게임이론으로 한반도의 평화전략을 제안하고 3부는 저자가 ‘공감의 경제학’이라는 부르는 관용의 중요성 등 여러 경제학 이론들을 소개했습니다.

경제의 속살 책표지
책표지

경제의 속살 주요 내용들

행동경제학 서적을 조금이라도 읽어보신 분들은 <경제의 속살>이 중구 부언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저자는 문장력이 좋고 단순한 몇 가지 이론으로 우리나라 정치경제적 지형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재능을 타고난 것 같습니다.

저자가 동원한 행동경제학 이론들은 기승전 보수와 재발 비판에 집중합니다. 이를테면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대니얼 카너먼의 인간의 생각 시스템에 대한 이론도 ‘보수를 이기기 위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라는 꼭지에서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

대니엘 카너먼에 따르면 인간은 생각을 할 때 시스템 1, 혹은 빠르게 생각하기(fast thinking)와 시스템 2, 혹은 느리게 생각하기(slow thinking)라는 두 가지 시스템을 갖는다고 합니다. 진화적으로 숙고보다 직관이 생존이 유리했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이 책에 나오는 질문을 저자처럼 소개하니 답을 보시기 전에 얼른 한 번 맞혀보세요. 

“야구 방망이 1개와 야구공 1개의 가격을 합하면 1만 1000원이다. 야구 방망이는 야구공보다 1만 원 비싸다. 야구공 1개의 가격은 얼마인가?”

이 질문은 행동경제학 모든 교과서에 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명한 질문이라고 하는데요. 대부분 사람들은 이 질문에 1000원이라고 답한다고 합니다. 답은 방망이가 10,500원 공이 500원입니다. 

게임 이론

그리고 저자는 “왜 재벌들이 대를 이어서 악행을 저지를까? 왜 보수 정치인들이 수십 년째 민중을 탄압할까? 왜 친일파들이 아직도 세상에 활개를 치고 다닐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게임이론을 빌어와 설명합니다.

“게임이론이 전하는 해답은 아주 간단하다. 그들이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보복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가 되면 사면해 주고, 때가 되면 용서해 주고, 때가 되면 잊어주니 이들은 계속해서 배신의 버튼을 누른다.
이재용을 구속하고 재벌들을 단죄하자. 전두환의 재산을 몰수하고 그를 다시 감옥에 보내야 한다. 박근혜와 이명박을 절대로 사면해서도 안 된다. “승자의 관용을 베풀라”는 유혹을 걷어차야한다. 정의롭고 단호한 보복으로 협동의 게임을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팃포탯의 가르침이다.”(151쪽)

팃포탯 전략

여기서 말하는 팃포탯 전략이란 수많은 게임이론들이 경쟁한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전략으로 간단히 요약하면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즉 상대방이 배신하면 보복하고 상대방이 협동하면 나도 협동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저자의 말은 재벌들과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했음에도 제대로 된 보복을 하지 않아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자가 우리나라 보수 정치인들이 춥고 배고픈 현실을 못 견뎌하고 인내심이 바닥인 이유를 ‘자아고갈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자아고갈 이론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아고갈 이론이란 사람이 무언가를 인내할 때, 마치 연료처럼 물리적인 에너지가 필요한 것으로 자기 통제력은 한정된 자원이라는 주장입니다. 우리가 인내하고 견뎌내는 것에도 총량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많이 참으면 참을수록 인내심은 바닥이 나겠지요.

그렇다면 그간 너무나도 춥고 배고픈 현실에서 인내해 온 진보정치인들이 오히려 자아고갈이 더 빨리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재벌들이 갑질을 하는 이유도 자아고갈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자아고갈이 더 빨리 되는 쪽은 재벌보다는 서민이 아닐까라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저자는 자아고갈 이론을 처음 발표한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심리학과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가 정리한 자아고갈 이론의 특징 중 네 번째 요소, ‘자기 통제능력은 근육과 비슷해서 반복적 훈련을 하면 능력치를 높일 수 있다’에 포커스를 두어 설명하고 있지만요. 즉 고생도 고생을 해 본 사람이 더 잘 참는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자아고갈의 첫 번째 요소는 한정된 자원은 자아가 고갈한다는 것이라는 대전제를 무시하고 하는 설명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깨진 유리창 이론

저자가 소개한 행동경제학과 심리학 이론 중에서 유일하게 정치와 연관 짓지 않고 소개한 이론은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 필립 짐바르도의 ‘깨진 유리창 이론’입니다. 너무도 유명한 이 이론도 저자는 재미있는 문장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니 이 책은 잘 읽히는 쪽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리창이 깨진 차를 보면 사람들은 누군가 뭘 훔쳐간 모양이네라고 생각하며 어차피 누군가가 저 차에서 뭘 훔쳐갔다면, 나도 좀 훔치면 어때?라는 유혹에 빠져든다. 그래서 무심코 범죄에 가담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게 아니라 친구 따라 범인이 되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 듀크 대학교 교수는 범죄는 부정부패는 나쁜 놈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범죄는 환경만 조성되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 심지어 도덕적인 사람들도 빠질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글을 마치며

아무튼, <경제의 속살>은 경제를 배우고 싶은 분보다는 저자가 던진 질문처럼 재벌과 친일파, 보수정치인들이 행태가 왜 아직까지도 그 모양인지에 대한 분노로 그 현상을 타파하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행동경제학에 대하여 궁금하신 분들은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요약 서평‘을 참고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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