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지루함은 인생의 최대의 적 중의 하나이다. 인생이 무료해지면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다. 마크 A. 호킨스의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마크 A. 호킨스 지음, 서지민 옮김, 틈새책방, 2018)는 지루함을 피하기보다 지루함을 즐기라는 다소 역설적인 주장을 담은 책이다.
저자 마크 A. 호킨스 박사는 캐나다 사이머 프레이저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2년 동안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지루함이란?
저자는 감정을 우리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반응으로, 지루함을 현재 나에게 적극적인 반응을 유도할 정도의 자극이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또, 지루함을 공간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한다. 지루함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무한대로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공간, 현대의 바쁜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우리 존재의 참된 본질을 응시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지루함이 인간 존재에 관한 근원적이고 두려운 진리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즉, 우리 인생 안의 모든 것과 인생 자체가 언젠가는 전부 무의미해 지리라는 진리 말이다.
그렇기에 지루함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삶과 존재를 탐구하는 출발점으로 삼기에 가장 완벽한 공간이자 시간이라는 것이 마크 A. 호킨스 박사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활동으로 채워져 있어서 지루함을 느낄 기회가 좀처럼 없고, 모처럼 지루함을 느끼게 되더라도 지루함을 견디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그 공간을 무엇으로라도 메꿔 버리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한 마크 A. 호킨스의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자유 시장주의가 지배하는 경쟁 사회는 지루함이 스멀스멀 올라오면 자신이 뭐라도 잘못하기라도 한 것처럼 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니 말이다.
우리는 대체로 지루함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바쁘게 살려고 노력한다.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독서를 하고 사교 모임에 나가거나 여행을 하기도 한다. 하다못해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이라도 진심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것이 반복되면 일 중독이나 게임 중독 등에 빠지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도박이나 마약 등 아주 위험한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지루함을 극복하는 방법
먼저 마크 A. 호킨스 박사는 마음 챙김 훈련으로는 지루함을 다룰 수 없다고 말한다. 마음 챙김은 우리가 대상에 준 의미를 빼앗으려는 시도이지만, 지루함은 대상의 무의미함 그 자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마음 챙김 훈련은 의도적으로 무를 찾아 나서는 것이지만, 지루함은 내 안에서 드러나는 무이기 때문에 마음 챙김으로는 지루함을 다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마크 A. 호킨스 박사는 지루한 순간에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저 지루함의 기회를 많이 만들라고만 말한다. 스마트 기기를 멀리하고, 지루함이 찾아오더라도 도망치지 말고 그 속에 있으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우리가 지루함을 느끼면 무의미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지루함에 아주 깊게 빠져들면, 내 정체성이나 또는 내가 속한 문화가 자의적으로 부여한 의미로 이뤄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의 이러한 설명은 애매모호해서 명상도 아니고, 저자가 말한 것처럼 마음 챙김 훈련도 아니고, 정확하게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지루함의 의미와 효용은 그럭저럭 설명했지만 지루함을 대면하는 방법을 다루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지루함을 통해서 자신과 의미 조율을 반복하는 것은 깊이를 얻는 여정이다. 자신과 개인적 신념에 대한 통찰과 자각이 거듭되면 더 깊은 통찰이 드러난다. 지루함의 지평은 나날이 넓어지고, 우리는 존재 속으로 더 깊숙이 빠져 들어간다.(100쪽)
결국 이 책을 읽고 지루함과 친구가 되는 대신에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로 했다. 인생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지만, 그래도 일상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소소한 악센트를 매일매일 변함없이 찍어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예를 들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운동을 하거나 블로그를 성실하게 운영하는 것도 그러한 활동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일상에서 스스로에게 소소한 성취감을 주거나 자신이 건강하다는 자신감을 쌓아나가는 것 정도가 이토록 무의미한 인생의 기나긴 길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행동이 아닌가 한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지루함이 찾아오더라도 도망치지 말고 그 속에 있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대체로 명상이나 정신적으로 어떻게 하면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이기도 하다.
세월이 흐를수록 인생이라는 것, 행복이라는 것은 결코 공허한 미사여구나 형이상학 같은 것에 있지 아니하고, 아주 작긴 하지만 매일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쌓아가는 것이라는 걸 체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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