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너무 길다.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과학자의 사회성이 고민입니다.” 무려 23자다.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장대익이 쓴 책이다. 제목이 이렇게 길면 마케팅에는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외롭게 살면서도 주목 받고 싶은 절절함이 느껴지는 제목이기도 하다.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과학자의 사회성이 고민입니다>(휴머니스트, 2019)는 제목 그대로 사회성을 과학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설명하고 저자가 진행하고 있는 실험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 장대익 프로필
대전과고를 졸업하고 KAIST 기계공학과를 다녔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영국 런던정경대학의 과학철학센터와 다윈세미나에서 생물철학과 진화심리학을 공부하고 이보디보Evo-Devo의 역사와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울트로 소설, 쿤&포퍼: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공감의 반경, 다윈&페일리: 진화론도 진화한다 등이 있고, 역서로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리처드 도킨스의 확장된 표현형,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등이 있다.
사회성이 고민입니다 독후감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껍지 않은 분량(192페이지)에 비해 사회성, 외로움, 관종의 심리학, 경쟁과 배려의 상관관계, 공감의 반경의 관계의 미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요즈음 혼밥, 혼술이 대세다. 대학 선후배 사이에 ‘형’이나 ‘선배’라는 호칭도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한다. 장대익 교수는 이 책에서 현대인의 가장 큰 고민인 ‘사회성’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전을 빌리자면 ‘사회성’은 사회에 적응하려는 인간의 성격이나 대인 관계의 원만한 정도를 말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혼밥, 혼술이 사회성이 없어서 나타나는 현상의 하나쯤으로 파악하는 듯하다.
로빈 던바의 수
저자는 로빈 던바의 수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로빈 던바의 수는 뇌 용량으로 인하여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관계의 최대치가 150명이라는 가설을 말한다.
로빈 던바의 수에 대한 개념적 정리는 <사회성, 두뇌 진화의 비밀을 푸는 열쇠>(로빈 던바 외, 처음북스, 2016)에 잘 정리되어 있으니 읽어볼 만하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관계의 최대치가 150명인데, 소셜 미디어의 급격한 팽창으로 인간 뇌 용량의 한계를 벗어나는 사회적 관계망으로 인해 우리가 지칠 대로 지쳤으니 혼밥, 혼술이 생존 방식의 하나로 당연히 나타나는 세태라는 것이다.
외로움과 평판
저자 장대익은 외로움에 대해서는 우리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감정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로 가끔은 외로움도 경험할 필요가 있고, 만성적인 외로움인 경우에는 건강에 해로우니 꼭 탈출하기 바란다고 했다.
평판에 대해서도 모두에게 칭찬받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살자고 한다. 경쟁에 대해서도 타인과의 경쟁보다 자신과의 경쟁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저출산 문제의 해법은?
저자는 지금이 초저출산으로 갈 만큼 극도로 경쟁적인 시대도 아니고, 인구 밀도 면에서 이전 세대에 비해 덜 경쟁적이라고 한다. 게다가 과거보다 경제적으로나 복지에서나 훨씬 더 나아졌고, 의식 수준도 높아지고 민주주의도 발전했다고 말한다.
유감스럽게도 저자는 사회가 이처럼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했으니 이전 세대에 비해 아이를 더 낳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단번에 점프한다.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와 출산율이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 주장을 청년들이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더구나 경쟁의 강도는 인구밀도로 재는 것은 아니다. 또 소득 3만불 시대라고 해서 모두의 소득이 3만 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복지가 훨씬 나아졌다고 하나, 누구의 복지가 훨씬 나아졌다고 말하는지도 도대체 모르겠다. 여기에 저자의 주장의 맹점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이라는 사람들, 예컨대 서울대 교수라는 직함을 가진 저자의 책들을 읽으면 왠지 현실 인식이 나이브 하다는 인상을 예전부터 많이 받았다.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청춘은 아프기 마련이니까 아파도 울지 말고 참으라는 소리였다. 기묘하게도 그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곤 한다.
결론적으로 <사회성이 고민입니다>는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미궁에 빠져들었다. 뭐든 그냥 적당하게 나이브하게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기대에 비해 많이 아쉬움이 남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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