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어크로스, 2018)은 저자가 지난 10년 간 기업인 등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행한 강연 중에서 12개를 선별하여 새롭게 펴낸 교양과학서이다.
<열두 발자국>을 읽으며 그가 안내하는 과학의 숲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책을 덮었을 때,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불면으로 고생할 때에는 책을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저자 정재승은 강의도 잘하고 책도 재밌게 잘 쓰는 저자구나, 무엇보다 운도 잘 따라주고 의미가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두 발자국 목차
프롤로그 – 인간이라는 숲으로 난 열두 발자국
1부 더 나은 삶을 향한 탐험 – 뇌과학에서 삶의 성찰을 얻다
첫 번째 발자국, 선택하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두 번째 발자국, 결정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세 번째 발자국, 결핍 없이 욕망할 수 있는가
네 번째 발자국,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다섯 번째 발자국, 우리 뇌도 ‘새로고침’ 할 수 있을까
여섯 번째 발자국, 우리는 왜 미신에 빠져드는가
2부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상상하는 일 – 뇌과학에서 미래의 기회를 발견하다
일곱 번째 발자국,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여덟 번째 발자국, 인공지능 시대, 인간 지성의 미래는?
아홉 번째 발자국,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의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열 번째 발자국, 혁명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열한 번째 발자국,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에 도전하는가
열두 번째 발자국, 뇌라는 우주를 탐험하며, 칼 세이건을 추억하다
부록
인터뷰 특강1 – 뇌과학자, ‘리더십’을 말하다
인터뷰 특강2 – 뇌과학자, ‘창의성’을 말하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열두 발자국 줄거리
책 제목 ‘열두 발자국’의 의미는 인간이라는 경이로운 미지의 숲을 탐구하면서 과학자들이 내디딘 열두 발작국’을 줄인 것이라고 한다.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의 숲으로 여섯 발자국>을 패러디한 셈이다.
저자는 <열두 발자국>에서 작은 우주라고 할 수 있는 1.4킬로그램의 인간의 뇌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여 우리가 의사 결정을 하고 선택을 하는지를 연구해 온 과학자들의 실험들과 연구 사례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진화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열두 발자국>에 소개된 사례들을 대부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저자 정재승은 심리학 관련 책에서 빈번히 인용되고 있는 ‘마시멜로 첼린지’, ‘첫인상과 투표실험’, ‘햄릿 증후군’, ‘피니어스 게이지’ 환자 사례, ‘마시멜로 테스트’, ‘호모 루덴스’, ‘1만 시간의 법칙’ 등의 재료를 가지고 근사하게 또 한 권의 책으로 이야기를 엮었다.
열두 발자국 내용
이 책은 심리학과 뇌과학을 소개하는 교양 서적인 만큼 인생을 사는 데 필요한 지혜와 힘들고 지칠 때 위로와 용기를 주는 문장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남들에게 항상 스마트하게 보이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려 사람들을 실망시킬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실패해도 별일 없다는 경험을 자주 해야 합니다.”
“신중하게 고민할 때보다 직관을 따를 때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해서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안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직관을 믿고 결정하는 편이 낫다는 뜻입니다. 비교의 대상이 다릅니다. 우선 순위를 두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판단 기준이 생기면 의사 결정은 단순해지고 빨라집니다.” – 두 번째 발자국 결정 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중에서
우리는 대개 남들에게 스마트하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어떤 일을 시도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망설일 때가 많다.
이에 대해 저자는 남들의 시선에 집착하기보다 실패해도 별일 없다는 경험을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신중하게 고민하기보다 차라리 직관을 믿고 우선 순위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결정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여러분에게는 인생의 결핍과 대면할 용기가 있습니까? 그것이 열등감이나 정신적 병균이 아니라 삶의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도록 당당하게 대면할 용기를 가지세요. 결핍은 우리를 성장시킵니다.” – 세 번째 발자국. 결핍 없이 욕망할 수 있는가 중에서
결핍에 대해서도 저자는 다른 자세를 가질 것을 주문한다. 세상에 결핍 없는 완벽한 인간이 어디에 있겠는가?
정재승은 결핍마저 삶의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도록 당당하게 대면할 용기를 가질 것도 주문한다. 이게 쉽지 않겠지만 결핍도 우리를 성장시키는 부분 중의 하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습관이라는 안락함 속에서는 평화롭고 예측 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요. 반면 습관의 틀을 벗어나려는 노력은 버겁습니다. 때문에 인생의 리셋도 어렵습니다.
새로고침을 신경과학적으로 해석해보면 나쁜 습관, 뻔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입니다. 나와 다른 분야에 있는, 다른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런 사람을 만날 가능성은 점점 적어집니다.
불편함을 견디면서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즐기면서 살지 않으면, 내 삶에 새로운 생각이 유입되는 일들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새로고침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 다섯 번째 발자국. 우리 뇌도 ‘새로고침’ 할 수 있을까 중에서
위의 인용 단락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공감이 갔던 문장이었다. 나와 다른 분야에 있는, 나와 다른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생각은 한쪽으로 굳어지고 인간관계도 갈수록 축소되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 정재승은 그걸 극복하기 위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마시멜로 첼린지
‘마시멜로 첼린지’는 기업 연수 등에서도 많이 활용하는 게임으로 네 사람에게 스무 가닥의 스파게티 면과 접착테이프, 실, 그리고 마시멜로 한 개를 주고 18분 동안에 탑을 쌓게 하는 게임이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MBA학생이나 변호사, CEO보다 유치원생이 더 높은 탑을 쌓는 결과가 나왔다.
‘마시멜로 첼린지’ 게임은 완벽한 계획을 세운 후에 실행하는 것보다 먼저 실행을 하고 계획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 결과가 더 좋음을 시사한다.
저자는 이러한 실험 사례들이나 개념들을 맛깔나게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한 권의 책을 완성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독후감
<열두 발자국>은 2018년 2월 발행하여 2018년 12월 10일 초판 22쇄를 찍었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왜일까? 역시 책은 문장력이 좋고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써야 읽는 독자도 재밌게 읽고 잘 팔린다.
하지만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광고처럼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물론 우리가 어떤 과정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선택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저자의 말처럼 뇌과학은 미지의 영역으로 겨우 첫발을 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들의 뇌 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충 감을 잡을 수는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도 저자의 능력이다.
<열두 발자국>이 인용하고 있는 원전을 찾아서 읽어보면 우리들의 생각이 보다 명료해질 수도 있다. 뇌과학에 관심있는 독자들을 더 깊은 세계로 안내한다면 이 책은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과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저자 정재승 프로필
카이스트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복잡계 모델링 방법을 적용한 알츠하이머 치매 대뇌 모델링 및 증상 예측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학교 의대 소아정신과 연구원,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컬럼비아대학교 의대 소아정신과 조교수,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등을 거쳐, 현재 KAIST 뇌인지과학과 학과장 및 융합인재학부 학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 등이 있다. 함께 쓴 책으로《쿨하게 사과하라》(김호 공저), 《눈먼 시계공》(김탁환 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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