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검진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든 이후 건강과 관련한 콘텐츠를 자주 찾아보게 된다. 요즘 저속 노화 식단으로 인기가 많은 노년내과 의사 정희원의 <저속노화 식사법>(문학동네, 2024)을 읽어보았는데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거르는데 동기 부여가 많이 되었다.
저속노화 식사법이란
정희원이 말하는 저속노화 식사법이란 올리브 오일 위주로 식사를 하는 지중해식 식단1과 고혈압 환자를 위해 개발한 대시(DASH) 식단을 기반으로 한 자연식물식에 중점을 둔 마인드(MIND) 식사2를 말한다.
- 지중해 식사는 지중해 연안 국가인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의 전통적인 식습관을 일컫는 말로 주로 올리브 오일로 요리를 하고 생선과 신선한 식품을 다양하게 먹는 것을 중시하는 식단이다. ↩︎
- 하버드대와 러시대 메디컬센터는 2015년, 치매가 없는 노인 1000여 명의 식사 패턴과 인지 기능 변화 관계를 10년 동안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마인드 식사를 적극적으로 실천한 노인이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현저히 줄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이후 마인드(MIND)는 인지 기능을 강화하는 식단으로 관심을 끌었다. ↩︎
마인드(MIND)란 ‘Mediterranean-DASH Intervention for Neurodegenerative Delay’의 이니셜을 딴 조어로 직역하자면 ‘신경 기능 퇴행을 늦추기 위한 지중해식과 DASH 식단의 조정’ 정도가 될 것이다.
이를 ‘저속노화 식사법’이라고 간단하게 번역하니까 귀에 쏙쏙 들어오고 건강을 위해서는 뭔가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상당히 잘 된 네이밍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저속노화 식사법의 초점
그러니까 저속노화 식단은 인지 기능 강화와 치매 위험을 감소하는 뇌 건강에 초점을 맞춘 식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중해 식사와 대시 식사가 과일을 두루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반면, 마인드 식사는 유제품 섭취(대시 식사)나 빈번한 생선 섭취(지중해식)를 명시적으로 권장하지 않고 베리류와 푸른잎 채소의 섭취를 특히 권장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저속노화 식사 점수표
마인드 식사의 기본적인 권고 사항을 담은 점수표를 보면 15개 식품군에 각각 1점씩 부여해서 만점 15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권장 식품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 푸른 잎 채소(시금치, 케일, 상추 등 쌈채소) : 일주일에 6회분 이상
- 푸른 잎 채소 외 채소(당근, 브로콜리, 피망, 감자, 토마토, 호박, 가지 등) : 매일 1회분 이상
- 통곡물 : 매일 3회분 이상
- 와인 하루에 1잔(와인은 하루에 2잔 이상 혹은 마시지 않으면 0점이고, 한 달에 1잔~일주일에 6잔을 마시면 0.5점, 하루에 딱 1잔만 마셨을 때 1점이다. 술 종류를 권고하는 식단은 대체로 드문데, 하루에 딱 한잔만 마실 수 없기 때문이다.)
- 견과류 : 일주일에 5회분 이상
- 콩류 : 일주일에 4회분 이상
- 베리류(딸기, 블루베리 등) : 일주일에 2회분 이상
- 튀기지 않은 가금류 : 일주일에 2끼 이상
- 올리브오일 : 주요리용 기름으로 사용
권장 식품의 점수는 제시된 양 이상을 먹으면 1점, 절반 정도 먹으면 0.5점, 하나도 먹지 않았으면 0점이 부여된다.
점수표에 의하면, 푸른 잎 채소(그 외 채소 포함)와 통곡물, 그리고 와인 한 잔을 매일 먹으면 5점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러니 저속노화 식사법의 핵심은 쌀밥이 아닌 통곡물과 채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견과류와 콩류를 일주일 4~5회분 이상 먹고, 베리류는 일주일에 2회분 이상, 튀기지 않은 가금류를 일주일에 2끼 이상 먹고 올리브오일을 주요리용 기름으로 사용하면 5점을 획득할 수 있다. 위의 권장 식품을 규정대로 섭취하면 총 10점을 획득할 수 있다.
다음은 저속노화 식사가 제한하는 식품 리스트이다. 제한 식품은 권장 횟수보다 작게 먹어야 점수를 획득하는 구조이다.
아래 제한 식품을 규정대로 먹지 않으면 5점을 받게 되고 위의 권장 식품 점수와 합하면 만점인 총 15점을 획득할 수 있다.
- 튀김류,패스트푸드 : 일주일에 1회 미만
- 치즈 : 일주일에 1회 미만
- 붉은 고기와 가공품(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소시지, 햄, 베이컨 등) : 일주일에 4끼 미만
- 페이스트리, 단음식(쿠키, 케이크, 도넛, 사탕,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 : 일주일에 5회분 미만
- 버터, 마가린 : 하루에 1큰술 미만
이러한 저속노화 식사를 장기간 하면 우리 몸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이 분야의 연구 결과는 많은데, 저자가 제일 먼저 인용한 연구 결과를 보면, MIND 식사를 엄격하게 준수한 그룹(평균 9.6점)은 가장 준수하지 않은 그룹(평균 5.6점)에 비해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위험이 53% 낮았다. 추적 기간(4.5년)이 짧고 표본(성인 923명)이 적으나 어느 정도 유의미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저속노화 식사법을 요약하자면, 정제곡물인 국수나 흰 쌀밥 대신 잡곡밥을 먹고, 매일 푸른 잎 채소를 많이 먹고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여 요리를 하고 붉은 고기나 가공육, 패스트푸드 등을 최대한 줄이는 식사를 계속해 나가면 인지 기능을 강화하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구성
<저속노화 식사법>은 총 300여 페이지이다. 1~3장은 저속노화 식사를 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들을 170여쪽에 걸쳐 설명하고 4장에서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Q&A를 40여 페이지에 실었다. 이어서 5장에서는 요일별 저속노화 식사를 위한 21가지의 건강 밥상의 레시피가 실려 있다.
예컨대 간장 두부 조림(2인분) 정식 편의 나오는 레시피는 이렇게 구성된다. 두부를 좋아하는데, 이 레시피를 보니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옮겨 둔다.
예시: 간장 두부 조림(2인분) 레시피
- (재료) 두부 2/3모, 대파 흰 부분 2센치미터, 올리브오일 2큰술
- (양념) 간장 2큰술, 물 1큰술, 청주 1/2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참기름 1/2큰술, 후추, 소금, 통깨 적당량
- (조리 과정) 1. 두부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키친타월이나 면보로 물기를 제거한 뒤 소금, 후추로 간한다. 2. 대파는 송송 썰어 작은 볼에 담고 제시된 분량의 양념을 섞어 만든 양념장과 혼합한다. 3.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두부를 올려 노릇하게 굽고, 앞뒤로 고루 익으면 준비된 양념장을 끼어 얹어 약불에 조린다.
저속노화 식사 실천하기 쉬울까?
저속 노화 식사법을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실천이 쉬울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전혀 쉽지가 않다. 우리 부부는 잡곡밥이 몸에 좋다고 하여 한 동안 해 먹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점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통곡은 최소 1시간 이상(6시간 이상이 좋다고 한다)은 물에 불려야 하는 성가심, 그리고 서서히 소화 기능에도 문제가 생겨났다. 소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잡곡과 채소 위주의 식단이 오히려 소화기 계통에 장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 뒤 잡곡밥은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그리고 유의해야 할 것은 모든 곡류와 콩류, 견과류에도 염증성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는 점이다. 이 책 표지에는 ‘노년내과 의사가 알려주는 기적의 식단 혁명’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건강 식단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 다른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관점에 대해서는 아래 리뷰 참고.
또한, 집에서 밥을 해 먹지 않는 이상 직장인은 저속노화 식단을 꾸리기가 어렵기도 하다. 직장인이라면 저속노화 식사법에서 제한하는 식품을 욕심 내지 않고 하나씩이라도 제거해 나가는 방법이 현실적일 수 있다. 붉은 고기는 일주일에 4끼 미만만 허락하고 쿠키나 아이스크림은 일주일에 5회 이상은 절대 먹지 않겠다는 식으로 자신 만의 각오를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세상의 진리는 알기가 어렵다기 보다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도 실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건강 식단도 마찬가지다. 사실 “정크푸드만 먹지 않더라도 배는 저절로 들어가기 시작한다.”고 저자가 말(66쪽)하기도 했지만, 그 유혹을 매일 이겨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건강은 식사만이 좌지우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부분들이 건강과 연결된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잘 먹고 잘 자기 위해서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 운동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생활이나 정신적인 면에서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연결 고리를 타고 들어가면 끝이 없다.
이러한 복잡한 인과관계를 제쳐두고 오직 식사, 수면, 운동 등 어느 한 가지에만 매몰되는 것도 또 다른 스트레스를 양산하는 길이다. 그 보다는 다른 분야처럼 건강도 일반적인 상식을 생각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균형 잡힌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매일 운동하면 건강하다는 상식 말이다. 이 책을 읽고 한 가지 더하면 가공 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등 일반적으로 건강에 해롭다고 알려진 식품은 가능하면 줄여 나간다는 자신만의 원칙을 확실하게 새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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