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의 <커먼 웰스>을 읽어보면 근래 세계와 한반도를 덮치고 있는 폭염도 지구 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계 도처에서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는가 하면 폭염으로 펄펄 끓어오르며 지구가 몸살을 앓은 지는 오래됐다.
1954년생으로 하버드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29세인 1983년 하버드대학 최연소 정교수가 된 저자 제프리 삭스는 국제금융, 거시경제 정책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저서로는 <빈곤의 종말>, <세계 경제의 거시경제학>, <세계통합-거시경제학적 상호의존과 세계경제 협력> 등이 있다.
붐비는 지구와 멸종의 상관관계
<커먼 웰스>의 부제는 ‘붐비는 지구를 위한 경제학’이다. 제프리 삭스는 지구가 아주 붐비는 상태에서 21세기초를 맞았다고 말한다. 지구 인구는 BC 8000년에 약 1,000만 명에서 첫 밀레니엄인 AD 1년까지 약 2억 3,000만 명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지구 환경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 인구 폭발이 일어났다. 약 1,800년 동안에 인구는 4배 가량 늘어 1830년에 10억 명에 도달했고, 그로부터 175년이 흐른 2007년 세계 인구는 10억에서 6배 이상 늘어난 66억 명이 되었다.
지구는 1800년을 전후하여 인간의 활동이 자연환경을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ce) 시기에 진입한 것이다.
1950년 25억 명에서 오늘날 66억 명으로 40억명 이상 증가한 세계 인구는 절반이 도시에 살고 절반이 농촌에 사는, 아마도 되돌리지 못할 역사적 중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2022년 현재 지구 인구수는 79억명이 되었다!) 저자는 아울러 203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60퍼센트가 도시에 살고, 40퍼센트만 농촌에 살게 될거라고 내다봤다.
유엔 인구국은 세계인구가 2007년 66억명에서 2050년에 92억명으로 1.4 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1했다. 이미 붐비는 지구에서 26억명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인구가 더 보태진다는 의미다. 세계 총생산은 2005년 약 67조 달러에서 2050년 약 420조 달러로 6.3배 증가한다.
1800년 이후 사람들은 먼 옛날, 지금으로부터 약 3억 년에서 3억 5,000만 전에 이루어진 광합성의 산물인 화석 연료라고 불리는 축적된 태양에너지의 노다지를 캐내어 살아왔다. 앞으로도 계속 노다지를 캐내며 살아 갈 수 있을까?
제프리 삭스는 현재 방식대로 인류가 경제 생활을 영위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구를 가득 채워온 인간들이 산림을 끊임없이 벌채하고 화석 연료 등을 태워온 결과 지구 생태계는 파멸의 구렁텅이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 시대의 수십만 년 동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공기 분자 100만개당 280개 수준이었으나(이것을 보통 280ppm이라 표기한다), 1960년 이후 약 315ppm에서 오늘 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380ppm으로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850년 이후 지구는 이미 평균 기온으로 섭씨 0.8도의 상승을 겪었고, 지구상의 모든 조류 종의 약 4분의 1이 지난 2,000년간 인간 활동에 의해 멸종의 길로 내몰려 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에서 인류만 증가하고 있고, 그 외 종은 멸종의 길로 내몰리고 있는 아닐까?
지금도 중국은 일주일에 500메가와트짜리 석탄발전소 두 개에 상당하는 양을 추가로 건설2하고 있는데, 1년 단위로 계산하면 그 건설 총량이 영국의 전력망 총계와 맞먹는다고 한다. 중국의 대규모의 토질 악화로 인한 거대한 황사 바람, 대기 오염, 그리고 사스(SARS) 같은 신종 전염병 등이 발생되었다는 저자의 진단이다. (코로나 진원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논란이 있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아시아는 1820년, 세계 경제의 56퍼센트 가량을 차지했으나 1900년에서 1970년 사이에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그 비중은 1950년에 세계 생산의 약 18퍼센트 비중으로 저점을 찍었다.
이후 대수렴3이 시작되면서 세계 소득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8퍼센트로 회복되었다. 수렴 시나리오에 따르면 세계 소득 중 아시아의 비중이 2025년 약 49퍼센트, 2050년에는 약 54퍼센트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지구 한편에서는 아직까지도 경제성장의 고리를 풀지 못해 수렴 상태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에는 빈곤의 덫에 갇힌 최빈층 10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넓은 지역이 있다.
2005년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인 미국은 지금까지도 가장 가난한 지역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비해 1인당 소득이 20배쯤 높았다. 지난 한세대 동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1인당 소득은 조금도 높아지지 않았다.
아프리카 말라리아 감염 지대에는 3억 개의 침소가 있다. 이 침소들은 약효가 오래 가는 살충제 처리 모기장으로 보호해야 한다. 이들 모기장의 단가는 5달러이며, 모기장을 설치하는데 매년 1인당 60센트가 소요된다. 아프리카의 모든 침소에 5년 동안 모기장을 치는 데 들어가는 총비용은 15억 달러이다.
2007년 회계연도에 펜타곤의 예산은 5,720억 달러로 하루에 16억 달러 꼴이다. “펜타곤의 하루 지출액이면 아프리카의 모든 침소에 5년 동안 말라리아 퇴치 모기장을 설치하고도 남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커먼 웰스>를 읽으면 부시와 그 아들 부시가 얼마나 나쁜 짓을 한 나쁜 남자 인지를 알 수 있다. 부시는 이라크를 ‘강패국가’라고 몰아 부치며 전쟁을 벌였지만, 다름 아닌 그가 깡패가 아니었던가 되돌아봐야 한다.
지난 4반세기 동안, 미국 정치에서 별나게 확인돼 온 사실은 소득 불평등이 상당히 확대돼 왔다는 것, 빈곤하게 사는 가족들의 수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하층 계급의 사회 이동성이 전보다 크게 줄었다는 것, 그럼에도 미국 정치는 큰 폭의 감세를 하고 빈곤층을 위한 지출을 삭감하는 등 갈수록 부자들 편을 들어왔다는 것이다.
자자 제프리 삭스의 주장을 요약하면, 민주주의가 다수 인구에게 혜택을 가져다 주지 않고 오히려 최상층 부자들에게 특혜를 주어왔다. 그 정점에 미 정계의 보수 우익과 부시 부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회안전망과 상대적 빈곤율
시장 제일주의자들은 사회안전망이 너무 두터우면 근면과 개인적 창발성에 역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된다며 경쟁 사회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제프리 삭스는 아래의 논거들로 그들의 주장에 재갈을 물린다.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의 사회복지국가들은 높은 조세부담율에도 불구하고 자유시장보다 높은 소득 수준, 낮은 빈곤율, 높은 기술 수준과 보다 평등한 소득 분배를 성취했다. 이 나라들은 모든 시민에게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 복지를 보장하는, 활기차고 원활한 민주주의를 성취했다는 것이다.
2004년도 사회복지국가의 빈곤율(전국 평균 가구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소득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비율) 평균은 전 가구의 5.6퍼센트밖에 안됐던 데 비해, 유럽은 9퍼센트였고, 자유시장 국가들은 12.6퍼센트였다. 1인당 GNP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미국은 17.1퍼센트로, 빈곤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2022년 말 현재 대한민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4.9%이다.)
인간 사회는 생태계 서비스라는 용어로 불리는 지구의 수많은 작용들을 이용하며 살아간다. 국가나 공적인 부분에서 1968년 가렛 하딘(Garrett Hardin)이 잘 정리한 그 유명한 ‘공유지의 비극’을 어떻게 헤쳐가야 할지, 저자가 제시하는, 각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안 중에서 인상적인 서두를 여기 인용한다.
“우리들 각자는 가치를 공유하며 세계 공동의 과제를 해결해 갈 수 있는 글로벌 사회를 만들어갈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들은 한 곳이나 하나의 문화, 한 지역, 한 종교에만 매이지 않고 세계에 다양하게 관여할 수 있다. 우리들 각자는 글로벌 태피스트리 위에다 다양한 전통들과 지식 영역, 문화 활동을 엮어 짜 넣는데 일조하는 진정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한 접속점이다.
우리가 바로 그러한 세계 시민이 될 때 다음 세대에 번창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글로벌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면 우리들 각자가 세계적인 추세를 예리하게 꿰뚫어 볼 수 있게 된다. 지금 세계를 고쳐 만들고 있고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전 지구적 협력을 이끌어내게 될 세계 정치학, 인구학, 경제학, 생태학의 힘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지게 된다.
개인으로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최선을 다해 진리, 다시 말해 기술적인 동시에 윤리적인 진리를 알아야 할 책무다. 우리의 미덕은 가난한 자, 배앗긴 자, 희망 잃은 청년, 곤혹스런 변화의 도전을 받고 있는 농촌 지역사회의 곤경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 능력과 결합된 폭넓은 과학적 인식이 될 것이다.
진리에 대한 책무를 저버리면, 우리는 종교와 지역, 국가를 둘러싼 도발적인 거짓 분열 책동에 눈이 멀게 된다. 과학에 대한 책무를 저버리면, 우리는 실속 없는 메시아적 거짓 주장의 제물이 된다. 다른 사회와 문화, 종교, 목소리 없는 빈자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키우기 위해 굳게 결심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와 그들’의 차이를 둘러싼 불신과 심지어는 증오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 위험이 있다.” (pp 422~ 423)
인류가 지구 생태계의 파괴를 줄여가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한다면 세계의 1인당 소득은 2005년 10,000 달러에서 2050년 사이에 4.5배 증가할 것이라고 2050년이 되면 오늘날의 발전도상국은 미국의 2005년 소득과 엇비슷한 1인당 4만 달러 수준의 평균 소득을 올리고, 미국은 2050년에 1인당 9만 달러의 소득 수준을 보일 것이란 얘기다.
물론 이 시나리오는 매우 낙관적인 것으로 세계가 장기간의 위기를 겪지 않고 모든 나라가 선진국으로 수렴돼가는 성장을 달성한다는 가정하의 시나리오다.
저자가 말한 개이으로서 가장 중요한 책임, 기술적인 동시에 윤리적인 진리를 알아야할 책무를 위해 이렇게 리뷰를 남겨둔다.
함께 읽어볼 만한 교양 경제서
- 경제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가, 경제는 결국 정치다
- 닥터 둠 마크 파버의 내일의 금맥 주요 내용 리뷰
-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 거래에서 당하지 않으려면
- 유엔 전망에 따르면, 오늘날의 고소득국들은 인구변화가 거의 없이 12억 인구를 거의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발전도상세계의 인구는 중간 전망치로 52억명에서 78억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다. 세계 인구 증가 추정치와 거의 똑같은 26억 인구가 발전도상국에서 늘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증가하는 26억 명 중 10억명이 놀랍게도 아프리카 인구이고, 13억 명이 아시아 인구다. 세계 인구 중에서 아프리카의 인구비가 현재 12퍼센트에서 21세기 중엽까지 20퍼센트로 급증하고, 인도가 중국을 따라 잡으면서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될 것이다.인구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바로 오늘 날 세계에서 극단적인 빈곤, 전염병, 기근, 폭력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역들이라는 것이다. ↩︎
- 2003년 현재 중국의 자동차 수는 약 2억 5,000만대로 인구 1,000명당 약 800대였다. 중국의 자동차 보유율이 2050년까지 오늘 날의 미국 수준의 딱 절반에 이른다고 가정하면, 약 5억 6,000만 대의 중국인 자동차가 도로에 나다니게 된다. ↩︎
- 경제학자들은 수렴(convergence)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이 부자 나라들을 따라잡은 과정을 묘사한다. 상대적 빈곤 지역의 1인당 소득이 부유한 지역의 1인당 소득보다 퍼센티지 기준으로 더 빠르게 증가하여 부유한 지역 대비 빈곤 지역의 1인당 소득 비율이 1의 방향, 즉 생활수준이 같아지는 방향으로 상승할 때, 수렴 현상은 일어난다. ↩︎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