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 사유 없음,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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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웅의 <주가 급등 사유 없음>(2020)은 세력이 작전을 건 종목을 찾아 대박을 터트리는 전략을 다룬 주식 투자 서적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속칭 작전주를 어떻게 미리 알아볼 수 있을까?

저자는 15년 간 현장에서 다수의 상장사와 자산 운용사를 비롯한 기업의 인수 합병을 주도한 경험으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특정 종목이 급등하면 한국거래소는 해당 기업에게 ‘현저한 시황 변동에 대한 조회 공시 요구’를 하면 대체로 돌아오는 답은 ‘주가 급등 사유 없음’이라고 돌아온다고 한다.

작전주의 신호들

그 이유는 세력들이 사전에 치밀한 작전을 걸었기 때문에 주가 급등 사유에 대해 밝힐 내용이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세력들의 작전 단계가 공시에 그대로 노출되는 데, 이를 잘 보면 대박을 맛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제시한 작전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경영권 양수도 계약(최대주주 또는 내정된 경영진에게 경영권 이동)
2. 특수관계인 혹은 이해관계자 대상 유상증자 공시
3. 최대주주 변경(포괄적 주식 교환, 주식 양수도 계약, 합병 신고, CB/BW/유상증자)
4. 정관의 사업 목적 변경 및 추가
5. 대표이사 변경 공시
6. 사명 변경 공시
7. 신규 사업, 신규 투자, 인수, 단일 판매, 공급 계약 체결 등 호재 공시

즉, 세력이 주가를 움직이는 길목마다 공시가 보내는 신호를 잘 잡아내기만 하면 개인 투자자들도 세력에 편승하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 방법으로 개인 투자자가 수익을 거둘 수 있을까?

작전주의 성공 확률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CB등 메자닌 채권을 유통시키고 매수자와 연결해주는 브로커 활동으로 1년 기준 동안 코스피는 5개 정도, 코스닥에서는 100개 정도의 종목에서 세력이 움직인다고 한다. 그중에서 목표가에 도달한 후 성공적으로 엑시트 하는 성공률은 대략 15%로 추산된다고 말한다.

이 말은 개인 투자자가 운좋게 작전주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투자 성공률은 15% 남짓이라는 말과 같다. 오랜 기간 작전이 진행되는 걸 감안할 때 개인 투자자가 승률 15%에 불과한 작전주에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주식은 아무 종목 하나를 찍어도 상승 확률이 50%인데, 낮은 승률을 찾아 헤매는 고생은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작전주는 대부분 범죄행위에 연루될 확률도 높으니 더 말 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아무리 고수익도 좋다고 하지만 개인투자들이 세력의 작전까지 편승할 이유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역설적으로 개인투자들이 작전주를 피하는 용도로 사용하면 오히려 승률을 높일 수도 있겠다. 세력에 대한 지나친 일반화로 시장을 보면 지엽적인 문제에 얽매여 시장의 큰 흐름을 놓치는 문제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삼성전자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 삼성 전자의 일련의 사태가 생각났다. 삼성전자가 HBM칩을 엔비디아에 언제 납품하느냐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은 초미의 관심을 기울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HBM3E 8단·12단 테스트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5월 24일 로이터가 삼성전자의 HBM칩이 엔비디아의 테스트에서 실패(fail)했다고 보도했다. 덕분에 삼성전자 주가는 2024년 4월 8일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던 86,000원에서 75,900원(5월 24일 종가)까지 폭락을 했다. 마이너스 11.74%였다.

그런데도 삼성 전자는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바라는 말은 그런 말이 아닐 것이다. 삼성전자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하나 마나한 말 말고 HBM칩을 언제 납품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테스트에 실패했다는 찌라시는 사실 5월 초순부터 나돌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삼전 주가는 꼬라박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한국 증시는 짜라시에 의해 좌우되는 후진국 양태를 못 벗어나고 있다.

주가급등 책표지
주가급등 책표지

이 책 표지에는 “세계 어느 나라도 기업에 대한 정보를 한국처럼 인터넷으로 바로 확인할 수는 없다”라는 카피가 큼직하게 인쇄되어 있다. 워런 버핏이 이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국가가 한국이다. 이는 물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이기도 하다. (관련 글: PBR,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지표 이해)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공시는 물론이고 컨퍼런스 콜 등에서도 자세한 설명도 하지 않고 불친절하기까지 하다고 한다. 지난 주에 있었던 엔비디아의 컨퍼런스 콜은 스크립트까지 전세계에 제공되고 있다. 실적과 전망에 대해 그 회사의 CEO가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찾아보고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개인 투자자들이 책 한 권 읽고서 세력의 작전주를 미리 알아보고 그들의 움직임에 편승하여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는 환상은 너무 낭만적인 생각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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